옥스퍼드 호텔(Oxford Hotel)은 마닐라 중심 마카티에 위치한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는 오티가스, 마닐라, 퀘존, 메트로 마닐라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 현지인 말로는 마닐라 관광 또는 사업 하기에 이 호텔처럼 딱 맞는 호텔도 없다고 한다.
P. Burgos Streets 근처는 할렘가처럼 어둡고 깨끗하지 않다. 길 하나를 두고 웬디즈, 피자헛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과 바비큐 현지식당이 즐비하다. 라스베가스처럼 낮과 밤이 다른 동네에서 옥스퍼드 호텔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유난히 높은 빌딩이 옥스퍼드 호텔이다. 높이와 상관없이 주위 음산한 분위기가 호텔 외부를 휘감는다.

 

공항을 나서니 습한 공기가 나를 반겼다. 12월인데 춥진 않았다. 세차게 오는 비 속에 유난히 뜨문뜨문 보이는 택시가 야속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내뱉는 한숨이 지루한 기다림을 흩트려 놓는다. 발을 동동거리길 한 시간. 드디어 오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12 km 거리에 20여분을 달렸을까.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벌건 불빛을 넘어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서니 마천루가 보였다. 옥스퍼드 호텔이었다.

 

 

공항에서 ‘metered tax’를 탈 경우 250~300 페소 정도한다. 호텔에서 rental car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000 페소 정도한다. 마닐라 내에서 “마카티 옥스퍼드 호텔”하면 대부분 알아들을 정도로 유명하다. 가끔 그린벨트 근처에 있는 Oakwood 호텔과 착각하는 택시 운전수도 만날 수 있으니 미심쩍어 보일 때 주소를 알려 주는 편이 좋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복도를 걷다 보면 영화 <매트릭스> 나 게임 <맥스페인>을 떠오르게 한다. 지은 지 오래된 숙소에 지친 몸을 맡기기엔 나쁘진 않다. 문도 전자식이 아닌 키를 꽂아야 열린다. 약간 퀘퀘한 방 안이지만 의외로 깔끔하고 넓다. 마닐라가 한 눈에 보이는 야경이 필리핀을 실감나게 한다. 브라운관에 비친 침대가 실제보다 넓어 보인다. 드라이어에서 나는 소음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필리핀답다.

 

 

 

 

 

가능하면 나 를 선택하길 추천하다. 인당 하루 60~70불 정도하지만 여행사 할인상품을 할 경우 매우 저렴하게 숙박할 수 있다. 호텔패스(www.hotelpass.com)에서 2인 이상 예약하면 1인보다 더 저렴하게 숙박 가능하다.
짧은 일정의 비즈니스 여행에 적합하다. 가족 여행일 경우 지근거리에 있는 ‘City Garden Hotel’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라면 환락가가 많은 마카티에 굳이 가족들과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깔끔한 호텔에 묵지 않은 불편함을 감수하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샤브샤브로 유명한 똥양(Tong Yang)에서 맛 좋은 식사를 할 수도 있다. 호텔 근처에 한국인 pc방도 많고 가게도 많다. 신라면, 고추장은 거의 한국 가격에 비슷하게 판다. 단, 똥양에 가기 전 예약은 필수.

 

4박 5일간 짧은 기간이라 큰 불편함은 없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 호텔의 선택과 만족은 본인의 마음가짐이다. 곧 죽어도 깨끗하고 깔끔한 호텔을 원한다면 샹그릴라나 페닌술라를 추천한다. 적어도 인왕산 호텔보다는 깨끗하다. 가족여행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여행엔 적당하고 배낭족엔 매력적인 숙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