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짧았던 파리에서의 이틀을 뒤로하고(정확히는 하루반이었지만)
신혼여행 셋째날(비행을 제외하고 관광으로만 계산시) 새벽 4시에 호텔을 나왔다
신혼여행을 이리도 고생스럽게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계획짤때는 생각 못했는데...
전날의 힘겨웠던 하루종일 파리 관광을 마치고 잠든지 얼마 안되서 일어나 택시로 앵발리드로 가서
에어프랑스 리무진을 타고 오를리 공항으로 향했다. 드골공항가는 리무진은 개선문쪽에서 출발하는데
유럽 주요도시로 가는 비행기가 주로 뜨는 오를리 공항은 앵발리드에서 출발한다.
택시 운전기사가 앵발리드를 못 알아들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들은 잉발리드로 발음하더군... 말이 안통해 에어프랑스 리무진 어쩌구 하니까
앵발리드 앞에 있는 에어프랑스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바로 내려주었다. 짐도 내려주고 바가지도 전혀 안씌우고
그래서 팀을 2유로 줬다(요금은 겨우 5유로정도 나왔는데)
여행하면서 내 원칙은 바가지 씌우는 사람한테 화내지 않는다. 오히려 나만 열받고 손해다.
그냥 어느정도 씌우는건 둔다. 다만 팁 안주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팁을 정상보다 좀 더준다.
여행에서 변수를 싫어하는 나는 전날 베르사유 가기전에 앵발리드를 걸으면서 정류장까지 한번 확인했었는데
택시 기사가 바로 앞에 내려주니 그럴 필요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그렇게 더웠는데 새벽이니 만큼 쌀쌀했다. 9월초이니 일교차가 컸다.
해질무렵부터는 바람불고 쌀쌀했다. 오를리공항은 시내에서 멀지 않다. 리무진버스는 몽파르나스를 거쳐 가는데
한 20분정도면 공항에 도착했다. 오늘 탈 비행기는 이지젯. 유럽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으로 라이언에어와 달리
메인공항을 많이 이용한다. 라이언에어는 정말 싼표는 싼데 비싼건 비싸고 공항도 진짜 교외의 공항을 이용하는 등
극도의 저가항공이라면 이지젯은 그보다는 완화된 저가항공이다.
미리 몇달전에 예약했으므로 비행기표는 비싸지 않았다. 다만 아침 8시 출발이어서 새벽에 호텔에서 나와야 한다는게
큰 단점이었다. 첨으로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데다 낯선 공항이라 새벽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공항에 도착했더니 너무 이른 시각이라 탑승수속조차 할 수 없었다.
공항에서 좀 기다리다가 제일 먼저 탑승수속하고 검색대 거쳐서 에어사이드로 들어가려했다.
근데 희한한 게 택스프리 도장을 받는곳이 없어보여 물어보니 에어사이드가 아닌 짐부치는 곳에 있다고 한다
참 많은 공항을 다녀 봤지만 택스프리를 출국신고 하기전에 도장받는 곳은 여기가 첨인듯 했다.
도장만 받고 안가면 어찌할려구....
어이없지만 택스프리 도장을 못받으면 나중에 서울갈때 그 짐을 다 기내짐으로 가져가야 하므로 어쩔수 없이
다시 밖으로 나가겠다 하니 순순히 그러라 한다. 통과한 검색대를 다시 돌아 밖으로 나와서
택스프리 창구를 물어물어 갔더니 창구앞에 써있는 말이 제네바는 도착해서 하라고 써있다.
어이없더군...
나중에 안 사실인데 제네바는 국경에 있다. 그래서 공항도 프랑스쪽과 스위스쪽이 나뉘어져 있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실생활에 적용이 안됬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제네바 가는 것은 국내선으로 취급된다.
그러니 택스프리 도장을 받을 수 없다. 다시 검색대를 거쳐 들어가서 한참을 기다려 비행기를 탔다.
이지젯은 저가항공이라 좌석번호가 없고 다들 앞자리를 선호한다.(빨리 내릴수 있으니까)
그래서 타는 순서는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먼저이고 나머지는 줄 서는 대로라서 게이트 앞이 과관이다
나름 얍삽함을 발휘하여 앞 좌석에 탑승하였다. 이래저래 공항에서 한 3시간은 있었던거 같다.
제네바 공항에 도착하면 일단은 프랑스 땅이다. 그래서 공항에서 내려 출국신고를 하고
택스프리 스탬프 받고 스위스 입국신고하고 밖으로 나온다.
택스프리 받으려면 물건을 기내용짐으로 들고 타야한다. 보여주어야 하므로..
택스프리 서류 들이밀었더니 하는 말 제일 비싼거 하나만 보여달라고 한다.
그래서 백 하나 보여줬더니 오케이... 유럽이나 유럽이외의 국가에도 택스프리 창구에서
하나하나 보는 경우는 거의 못봤다. 고가가 아님 거의 보지도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출국, 입국신고를 같이 하는 곳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신기했다.
제네바 공항에 내려서 샤모니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시간 여유가 많았다
9시도 안되서 도착했는데 버스출발시간은 11시 이후였다. 물어물어 버스 티켓 파는 곳에 가니
10시넘어서나 판다고 그때 오라고 한다. 어차피 아침도 못 먹었으니까 공항내 카페에 가서 빵이랑
커피랑 먹으면서 아침을 먹으며 기다렸다.
제네바는 국경도시라 그런지 유로를 받는다. 다만 잔돈은 스위스 프랑으로 준다. 환전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무지 피곤해서 앉아서 자기도 하면서
10시에 가서 혹시라도 표 다 팔릴까 봤더니만 이론... 나중에 버스 타는 사람은 5~6사람도 안되더군...
샤모니 행 버스에 올라서 샤모니로 가는데
샤모니행 버스는 제네바 시내를 거쳐서 다시 프랑스 땅으로 들어간다
프랑스 스위스 국경을 하루에 몇번씩 왔다갔다 하는건지....
<샤모니 가는 버스안에서 찍은 제네바 사진>
샤모니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정말 아담했다. 샤모니는 겨울에는 스키어들로 붐빈다고 해서
엄청 클줄 알았는데 진짜 작다. 주변에 높은 봉우리에 둘러 쌓여서 인지 자연관광지 분위기가 확난다.
그리고 해발 1000m라서 그런지 덥지 않다.
도착해서 호텔로 들어갔다. 버스는 샤모니역에서 내려주는데 역에서 호텔까지는 200미터정도 된다.
걸으면 한 오분정도 걸리지만 트렁크 끌고 쇼핑한거 바리바리 들고 가니 꽤 멀어보인다.
그래도 위치는 정말 좋다.
샤모니는 큰 도시가 아니라서 다른 예약 방법이 만만치 않다. 특히 국내 관광객이 거의 가지 않는 곳이라서..
숙소에 관한 정보도 없고 힘들었다. 각종 해외 여행정보 싸이트 검색해서 추천 호텔 검색한 다음
호텔패스(www.hotelpass.com)에서 예약하고 갔다. 호텔패스의 가장 큰 장점은 예약 가능 호텔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거다.
호텔은 인터콘티넨탈 처럼 좋지는 않았지만 알프스 분위기도 나고 해서 참 좋았다. 샤모니에 있는 호텔치고는 규모가
좀 큰 편이지만 화려함을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이다. 그래서 가격대비 훌륭했다.
<호텔에서 몽블랑쪽으로 찍은 사진 몽블랑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후 샤모니 시내로 나섰다.
샤모니 시내는 정말 조그마 했지만 나름대로 마트도 있고 식당도 여러개 있고
갖출건 다 갖추고 있다. 아기자기 한데 정말 맘에 들었다.
<호텔에서 나와 샤모니 시내로 가는길에 찍은 사진>
샤모니에 가면 여러가지로 산에 올라가 볼수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리프트를 타고 에귀디미디에 올라 몽블랑을 보는 것이고
두번째가 몽땅베르 가는 열차를 타고 빙하를 구경하는 것이다.
호텔에서 나오니 오후 3시가 넘어서 몽땅베르행 열차를 타기로 했다.
가는길에 점심겸 해서 핫도그를 먹었는데 진짜 소세지가 길었다. 일반적인 핫도그랑은 좀 달랐는데
맛이 괜찮았다. 역시 프랑스는 다르다...
몽땅베르는 열차를 타고 가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 얼음동굴을 보는 코스이다.
솔직히 이건 한국사람 코스같고 대부분은 얼음동굴에 가지 않는다.
그냥 주변 구경하거나 거기서 부터 샤모니까지 하산하면서 산을 즐기는거 같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리프트가 운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일단은 열차에 탔다.
유럽 여행을 다녀보면 왜이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지. 거의 그 열차에는 우리빼고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찼다.
<몽땅베르로 가는 열차에 찍은사진>
<열차안에서 찍은사진 샤모니 시내가 보인다>
<역에 도착한후 찍은 사진>
역에 도착한후 리프트가 운행을 하지 않아 얼음동굴까지 걸어갔는데
아주 힘들었다. 생각보다 멀었다. 허긴 가까우면 돈내고 리프트 안타겠지....
참 운도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시 못 올 수도 있기에 내려갔다.
등산하는 기분이랄까... 내려가면서 생각한건 이렇게 먼길인데 어떻게 올라가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위 사진들의 계곡에 있는 것이 빙하이다. 첨에 갔을때 빙하가 어디있어 그랬는데
아래 연속되는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얼음인데 그 위에 흙이 덮여 있어서 분별이 안되는 것이다.>
얼음동굴은 신기하긴 하지만 그렇게 먼길을 걸어내려가고 다시 올라갈만큼은 아니었다
얼음동굴은 스위스에도 있고 대부분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관광지에는 있다.
처음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두번은 갈 필요 없어 보인다.
안그래도 강행군에 힘들었는데... 리프트만 운행했어도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는데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여러가지로 도와주지 않는 샤모니...
그래도 오후 일정이 이거 하나밖에 없었던 탓에 드디어 좀 여유가 있는 하루였다.
그래서 그동안 못 먹었던거를 보상하기 위하여 그리고 샤모니도 프랑스니까 맛있는걸 먹으러 갔다
샤모니 시내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주문한건 다름아닌 스위스 음식인 라클렛...
옛날에 스위스 관광청에서 퐁듀는 한국 사람 입맛에 안맞고 라클렛을 추천하는걸 본 기억이 나서
시켰는데.... 강추다.. 일단 대부분 퐁듀를 드시는 분들이 맛보다는 특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주문하시는데
그렇다면 라클렛도 마찬가지로 좋은 경험을 하실수 있다. 아래의 사진을 보시라...
원리를 극히 간단. 아래의 기계의 양날개 안쪽에는 열나는 장치가 있어서 사이에 끼워놓은 치즈가 녹는다
녹아서 흐물흐물해지면 접시에 있는 나이프로 살짝 긁어서(물론 가만두면 막 흐르고 난리도 아니라 긁을 필요도 없다)
녹은 치즈를 감자, 베이컨, 오이피클 등이랑 같이 먹으면 된다. 너무나도 간단한 원리다. 먹는 속도는
날개를 치즈에서 멀리하느냐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집에서도 해먹을수 있다. 감자 찐 다음 치즈만 사다가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려서 같이 먹으면 똑같다.
너무나도 단순한 음식이지만 역시 퐁듀같은 색다른 경험이 된다.
다만 진정으로 느끼하다는 사실.... 감자를 치즈로 싸서 계속 먹는다고 생각해 보시길...
와인으로 분위기 잡다가 느끼함에 견디지 못하여 콜라를 시켰다.
간만에 느껴본 아마 신혼여행 와서 처음으로 여유있게 식사한거 같다.
식사하고 나서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너무도 피곤한 일정을 소화했으므로 이날은 일찍 잤다.
샤모니는 프랑스땅이라서 그런지 왠지 모를 친절함과 따슷함이...
스위스에선 사람들이 친절하긴 했지만 왠지 냉정한 느낌이 났는데...
프랑스가 물가가 싸서 그런지 왠지 정드는 곳이다.
몽블랑에 오를 꿈을 꾸며 신혼여행의 셋째날을 접었다.
간만에 하루가 여유있었다. 물론 새벽부터 일어나긴 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