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동경여행. 책한권 달랑 들고 아는 사람의 조언을 발판삼아 난생처음 혼자서 패키지 여행에 묻어가는게 아닌 자유여행을 떠났습니다.
일단 저한구석에 쌓여있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나리타공항 왕복권을 끊고, 이번에는 호텔패스닷컴(www.hotelpass.com)을 통해서 신주쿠의 신주쿠파크호텔을 예약하였습니다. 호텔예약이 좀 걱정됐었는데, 간단하게 예약이 되어서 참 편리했던것 같습니다.
신주쿠역으로 호텔을 잡은건 이곳이 교통의 요충지여서 어디로든 접근이 편해서였습니다. 호텔이 신주쿠역에서 도보 3분거리라 참 좋았습니다. 호텔 자체의 시설은 싼 호텔이라 고급은 아니지만 나름 정갈한 싱글룸이어서 맘에 들었습니다. 어차피 잠만 자고 짐만 보관할 곳이라 큰 상관도 없었구요.
나리타공항에 내리면 일단 Suica-Nex라는 외국인 전용 편도티켓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이건 도쿄시내 지하철패스인데, 2000엔이 패스이고,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고 나리타공항에서 도쿄,신주쿠 등지로 가는 편도요금이 일괄적으로 할인되는 거라 무척이나 유용합니다.
호텔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라 조금 애매한 시간이지만 조금 빨리 가도 왠만해서는 체크인이 되는것 같습니다. 짐을 풀고 가볍게 나선 발걸음으로 일단 신주쿠역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여기를 통과하는 전철종류만 예닐곱가지는 되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많이 헷갈리는 편이지만 몇일 지나니 자신감이 생겨서 앞으로 길잃을 걱정은 없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는 편입니다.
신주쿠 역 근처의 하라주쿠역으로 가면 메이지신사를 볼 수 있고, 코스프레를 하고 나온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이 보입니다. 같이 사진 한컷 찍고 싶었지만, 초장에 부탁한 사람들이 거절해서 맘상해서 더 못했습니다(ㅜㅜ). 오모테산도에 가서 맛있는 크레페도 먹어보고, 다시 시부야로 걸어가서 각종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쇼핑에 별 취미가 없어서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신주쿠역 근처의 도쿄청사는 무료전망대가 있어서 한번쯤은 가볼만합니다. 야경이 별로 예쁜 편은 아니지만, 어차피 공짜이니 가보는 것도...
이튿날은 하코네로 향했습니다. 하코네는 도쿄 서쪽에 위치한 칼데라 호수 부근을 말하는데, 오다큐 그룹에서 제공하는 오다큐 프리패스(오천엔)을 이용하면 모든 교통수단이 공짜라 괜찮습니다. 전철을 이용해 하코네유모토 역에 도착해서 등산철도를 타고(스위치백이 두번 있어서 이것도 옛날 청량리에서 강릉가던 통일호 열차를 연상시킵니다. 그때는 밤중이라 안보이지만, 이건 낮이라 잘 보입니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케이블카도 타고...
이동 자체가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입니다. 중간에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유명한 검은달걀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케이블카 중간역에 내려서 온천수에 직접 굽는 이 달걀을 먹으면 수명이 7년 늘어난다고 하는데, 5개에 오백엔이어서 안사먹었습니다(혼자 다섯개 먹을 자신은 없더군요). 날씨가 좋으면 멀리 후지산도 보입니다.
칼데라 호수에서 해적선(총 3척의 유람선이 운행되는데, 해적선이라고 불립니다. 대략 십분정도 운행하는데, 고산지대에 호수라 그런지 바람도 꽤 쌀살하게 불고, 무척이나 시원했습니다)타고 다시 오다큐프리패스 가능한 버스 타고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돌아오는데,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갑니다.
중간중간 온천도 많고, 유명한 미술관(일본관광청에서 광고하는 피카소의 작품이 하코네에 있습니다)도 있고, 볼거리가 많은데 하루에는 거의 주마간산식밖에는 안되지만,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은 곳이 하코네입니다. 다음에 한번 기회되면 아예 이곳에 숙소잡고 천천히 온천도 즐기면서 돌아다녀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녁에 록뽄기 다녀왔는데, 그냥 유흥가여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습니다.
마지막날 우에노 역에 캐리어 코인락커에 넣어두고, 우에노 도쇼구(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사입니다)를 갔는데, 공사중이라 뒤에 플랭카드로 대체한 걸 보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기대 많이 했던 곳인데, 그림으로 대체되었을 줄이야...
우에노 역에서 아키하바라 역으로 가기 중간역에 유명한 회전초밥집이 있습니다. 히즈어쩌구저쩌구 하는 곳인데, 역 바로 앞에 있어서 찾기도 쉽고, 초밥 2개 들어있는 한접시에 136엔이어서 정말 싸고 좋은 집입니다. 다음에도 도쿄가면 이곳은 무조건 들려야 할 곳입니다.
아키하바라는 오타쿠의 성지로 잘 알려진 곳인데, 이곳에서 네시간 동안 둘러보면서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유명한 메이드 카페도 있고, 라디오회관 및 게이머즈 건물에는 볼거리들이 넘쳐납니다. 사고 싶은게 너무 많았는데, 다 살걸 하는 후회가 듭니다. 그거 사러 지금 다시 갈수도 없고....
저녁에 우에노역에서 게이세이선(그냥 느린 거 타면 1000엔, 스카이라이너라고 하는 특급은 2000엔인데 시간이 15분 밖에 차이 안나서 굳이 특급 탈 필요가 없습니다)타고 나리타공항으로 향했습니다. Priority Pass 카드가 되는 라운지가 출국심사전에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먹을것도 없고 커피랑 마실것만 주는 곳이라 무척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녁도 안먹고 공항 갔었는데....
짧지만 2박3일의 여정동안 걸어다닌 기억밖에 안나는데 어느새 도쿄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조금더 기간을 늘려서 구석구석 못가본곳 다 가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