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미국에서 산 길고 홀쭉한 재규어 가방에 들어가는 것이 작년에 코스트코에서 산 무지막지하게 큰 카키색 슈트케이스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게 뭥미? 20만원 넘게 주고 뒤룩뒤룩 커서 나 해외여행 감 표내려고 괜히 산거임?
아침에 남은 밥과 된장찌개 남은 것과 어제 제사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때우고 냉장고 안에 썩을만한 것과 쓰레기 모두 처분하고 대강 청소도 마치고.
아침에 모모캣호텔에 티키 데려다주고(티키도 호텔팩키지 간거임. 1박에 2만원짜리 독방) 하악거리며 개난리치는 티키
에게 빠이빠이하고...
집에 와서 사발면 끓여먹고 1시에 드디어 출발. 4시 비행기라 여유가 있다. 전에는 늘 아침비행기라 새벽에 일어나 부랴부랴 나갔었는데.
이번 여행은 김포공항 출발이라 리무진 값도 7,000원이다. 어른 둘에 애 하나라니까 조기완은 4,000원만 받는다.
"원래 중학생은 어른 값인 것 같던데..." 히죽.
나중에 작은 소리로 경우에게 말해줬다.
이런 일들은 별거 아니어도 기분좋지 으이그. 이런 날 보면 내가 생각해도 치졸하다.
2시도 안되서 도착한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체크인도 금방 하고 출국장에 들어갔다.
출국심사를 하고 나니 갑자기 이게 무슨 시골 역이냐...
롯데면세점 쪼만한거 나부랭이 몇개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구경할 것도 없고... 윽. 2시간이나 남았다.
"담부터 김포에서 출국할 때는 느긋하게 와야겠다."는 교훈.
티키가 어쩌고 있는지 웹카메라나 보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도무지 와이파이 연결이 안된다.
"인천공항은 안 그럴텐데..
"
역시 김포공항은 후진 티가 난다. 연결만 1시간 하다가 어느덧 보딩 시간이란다. 이런.
상해까지는 2시간이 채 안걸린다. 그간 밥과 찐득한 삼계탕도 아닌 반찬도 아닌 정체성을 상실한 기내식 하나 주고 나더니
면세품 팔려고 환장해서 스튜어디스들이 돌아다니고 스카이샾 책 뒤적거리다 보면 도착이다.
그런데 기장놈이 운항을 잘 못한다. 비행기도 작은데 그래서 그런지 고도 내려가는게 한방에 훅~ 놀이기구냐... 
홍챠오 공항. 여기는 김포공항 뺨친다. 즉 후졌지.
↑홍차오 공항에서 뭐 하고 있냐...?
입국심사하고 나와서 택시를 타러 줄을 섰다. 하늘색 택시, 따중택시를 타야하는데 눈을 부릅뜨고 찾아본다.
그런데 뒤에 선 촌스런 중국가족들이 카트로 자꾸 내 발목을 친다. 정말 "우쥬 플리이즈 닥치고 와치잇?" 하고 싶은데 "이얼싼 쏼라쏼라" 시끄럽게 떠든다.
"중국놈들 못됐군.ㅉㅉ"
다행히 따중택시를 타고 Portman Ritz Carlton으로 향했다. 고속도로 같은 곳을 갈 때는 엄청 빨리 달리더니 시내로 내려가니 무지 막힌다. 신호도 안 지키고...
이번 여행 중 가장 고심한 것은 호텔이다. 언제나 여행하면서 제일 결정하기 어려운게 숙소지만 ^ ^
호텔패스(www.hotelpass.com)에서 프로모션해 선택하게 된 리츠칼튼, 평소보다 rate가 많이 싸게 나온데다가 시내 중심에 교통이 좋다고 해서 예약한 호텔이다. 롯데카드몰을 통해 접속하면 5% 추가할인까지 받을 수 있었다.
도착해서 로비에 들어가니 특급호텔답게 럭셔리하다. 조기완 넘 좋다며 흥분해 떠들고... 쿠알라룸푸르에서도 묵었구만, 그때는 거의 쥬니어스위트룸이었는데 기억 안나냐... 16층에 방배정을 받고 방에 들어갔다. 고층으로 달라고 했건만 39층에 16층이면 하층이네.
↑포트만 리츠칼튼 방에서
이제는 조기완이 커서 꼭 triple room으로 해야한다. 그러니 호텔비가 그냥 트윈룸에 1.5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일반 트윈룸에 엑스트라베드 하나 놓아주는게 끝이다.
엑스트라베드가 놓이면 원래 있는 소파나 테이블이 치워진다. 방이 모냥새가 빠지는거지. 게다가 엑스트라베드는 진짜 등이 아픈데 이 뭔 불합리한 가격체계인지 모르겠다. ss
일단 첫날 시내에 나가 저녁도 먹을 겸 나가보기로 했다. 걸어서 다니기 좋아하는 기완아빠의 주장에 일단 걸어서 시내로 나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춥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남쪽인데 우리나라만큼 춥다.
아무 것도 모르고 계속 시내로시내로. 추운 바람에 교통신호 무시하는 차들을 피해 결국 30분도 넘게 걸어 인민광장 역까지 갔다.
생전 처음 가보는 길거리를 그냥 표지판만 보고 거의 2정거장을 걸어왔다는거지.
춥고 발은 아프고. 난 택시 타고싶었는데 경우는 외국에서 왜 그리 지하철타고 걷고 그런 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어찌어찌 찾아간 raffles city, 여기서 찍어놓고 간 레스토랑 깐리챈팅, charms restaurant에 가기로 했다.
중국 왔으니 중국음식 먹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자리 안내해주는 애부터 전혀 영어를 못한다. 주문 받는 애도 못하고 아무도 못한다. 사진보고 여기에서 찍어간 메뉴, 새우넣은 닭다리를 시켰더니 다 팔렸는지 안 된다는 제스츄어를 취한다. 그래서 할 수없이 다른 것들, 바베큐 삼겹살, 마요네즈 새우, 완탕국수, 그리고 볶음밥을 시켰다. 근데 다들 
우웩에 가까운 맛들. 기완은 맛있다고 먹는데 난 점점 짜증이 나고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 난 완탕국수 좀 먹고 못먹었다.
상하이 첫 식사, 저기 보이는게 돼지고기 바베큐
그래서 마지막으로 톰앤톰스 토스트
같은 것을 하나 시켰다. 그런데 그게 문제.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오고 누가 와서 뭐라고 하고 갔는데 뭐라는지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계산서를 달라고 했더니 주지도 않은 토스트 가격은 포함되어 있고 해서 또 사람 불러다가 영어로 말했더니 역시 서로 못 알아듣고 어쨌든 마지막에 주긴 줬다. 그놈의 토스트.
근데 기분은 나쁘네. 그리고 얼마 먹지도 못했는데 4만원. 식당을 나와 앞으로는 중국음식 먹지 않기로 합의봤다.
나와서 빨리 택시타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여기가 우리나라 자정에 강남역이냐... 따중택시를 골라타기는 고사하고 택시를 잡을 수가 없다. ss.
포기하고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지하철역 안에서만 10분 넘게 걸었나보다. 지하철도 우리나라보다도 더 큰 것 같다. 난 여행와서 이런 식의 고생은 싫은데 울 남편은 좋아하겠지.
2호선 타고 2정거장 가니 정안사역. 나가서 보니 우리 호텔 옆 Mandarin 호텔이 보인다. 그쪽 방향으로 고고. 5분 남짓 걸으니 리츠칼튼이다. 올레샹하이 쓴 그 ssn의 새끼가 정안사에서 15분 걸린다고 했는데 다행히도 틀렸군.
↑여행 내내 나에게 욕먹은 Olleh! Shanghai 책
발이 아파서 오는 길에 바로 앞에 씨티 수퍼에서 음료수 사오는 것도 잊었다. 근데 아까 편의점에서 보니 여기는 무슨 감자칩 과자가 8000원을 하더라. 물가 겁나 비싼 거 아닌지 걱정이다.
내일은 많이 걸어다녀야 하는데 그도 걱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