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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빛 지중해, 아름다운 문화 속 여행
이름: 김원섭 ㅣ 작성일 : 2006-08-30 오후 3:41:05

비취빛 지중해 아름다운 문화 속 여행

지중해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지상의 낙원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하얀 집 그리고 파란 대문과 비취빛 바다는 지중해의 상징과도 같다. 그러나 지중해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서양 문명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유럽 문화의 토대를 이룬 그리스․로마 문명이 일어난 곳이요. 다른 지역의 문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운 곳이다. 그래서 지중해를 ‘문명의 호수’라 부른다.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섬과 그 중심에 보석처럼 빛나는 몰타,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튀니지로 가슴 설레는 여행을 떠나보자.

 광활한 언덕위에 흐드러진 야생 양귀비가 아름다운 수니온 곶

아테네 베니젤로스 국제공항에 내리자 상큼한 레몬향을 담은 지중해의 바람이 분다. 아테네 남쪽 피레우스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해안 아폴로코스트를 따라 수니온 곶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지중해가 펼쳐진 이 길은 영화 <페드라>의 촬영 장소다. 사랑할 수 없는 여인, 새엄마를 사랑해버린 알렉시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그는 이 아름다운 길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으며 지중해 푸른 바다에 그 젊음을 접고 만다.

1시간쯤 남쪽으로 달리자 멀리 수니온 곶 언덕위에 바다의 신(神) 포세이돈을 모신 신전이 보인다. 블루의 향연, 날씨에 따라 해의 방향에 따라 깊이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의 블루가 펼쳐진다. 광활한 언덕위에 흐드러진 붉은 색 야생 양귀비와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이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세운 신전으로 기원전 5세기 중엽에 세워졌단다. 당시엔 장엄하게 지어졌을 것이나 지금은 도리아식 원기둥만 남아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우나 다소 쓸쓸하다.

 그리스 살로닉(Saronic)연안의 세 섬을 돌아보는 크루즈

 다음날 아침 아테네 남쪽 피레우스항으로 향한다. 이곳은 인근 연안의 여러 섬과 지중해, 그리고 멀리 유럽, 아프리카로 오가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다. 그리스에서 지중해 여행의 진수를 맛보려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피레우스 항을 출발해 이드라(Hydra), 포로스(Poros), 애기나(Aegina)섬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지오르기스호에 오르자 그리스 전통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이 환하게 반겨준다. 흥겨운 민속음악이 흐르고 배는 뱃고동을 울리며 항구를 빠져나간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항구를 떠나듯이.

처음 닿은 이드라 섬. 이곳의 멋진 풍경에 반해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단다. 바다를 낀 마을은 지중해 특유의 햐얀색과 파란색 일색이다. 파란색 대문을 단 하얀 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굽이진다. 항구에서 나귀를 빌려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 나귀. 경사가 심한 언덕을 올라갈 때는 물론 생필품 운반에도 요긴하게 쓰인단다.

 바닷가는 온통 노천카페다. 하얀 보트가 줄지은 항구를 지나 산모퉁이까지 걷는다. 항구의 풍광을 담고 있는 예술가, 다정한 연인들 그리고 여행객을 태운 나귀가 줄지어 걸어간다. 산모퉁이를 지나자 보이는 풍차. 바람을 잘 받아들이도록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언덕위에 여러 대를 세웠다.

다음으로 들른 섬은 포로스 섬. 작지만 이쁜 섬이다. 선착장 뒤편에 있는 시계탑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마을과 쪽빛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는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끝 부분이다. 옛날에는 반도와 붙어 있었고 지각변동으로 작은 섬으로 남았단다.

“애기 나러 에기나 섬에 가자”는 웃스개 소리로 마지막으로 들리는 에기나 섬. 오래전 한 때 독립국가로 아테네와 자웅(雌雄)를 겨루던 섬이다. 세 섬 가운과 피레우스항구와 가장 가깝고 제일 큰 섬이다. 섬에 내리자 하얀색의 아담한 그리스 정교회 건물이 보인다. 일행 몇몇은 1유로짜리 촛불을 밝힌다. 아마도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의 평안을 기원하나보다.

 이곳은 파스타치오와 수산물 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파스타치오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지나자 수산물 시장이다. 시장 뒤편 골목 문어구이. 이곳의 명물 문어를 석쇠에 올려 노릇하게 굽고 상큼한 레몬을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리스 토속주 우조를 얼음을 채운 잔에 따라 흔들자 우유빛으로 변한다. 행복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다시 항구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서쪽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배안에서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그리스 전통춤 배우기가 한창이다.

 지중해의 진주 몰타 섬

그리스 아테네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지중해 중심의 작은 섬나라 몰타공항에 내린다. 채 1시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다.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남쪽으로 약 93킬로미터 지점,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동서남북으로 지중해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랍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다. 가장 큰 섬으로 수도 발레타가 있는 몰타(남섬)와 고조(북섬)이 있고 그 사이에 블루라군으로 유명한 코미노 섬이 있다. 섬 전체의 크기라야 제주도의 6분의 1 정도인 316㎢다.

연한 황금빛 사암 성벽위의 아름다운 중세도시지역 코튼넬라

말타의 수도 발레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센글리아(Senglea)로 향한다. 비취빛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길옆으로 돌담을 두른 밭에 보리가 자라고 있다. 센글리아 세인트 미하엘 요새(Fort St. Michael`s) 전망대. 코발트 색 바다 건너편으로 16세기 발레타의 기사들이 오스만 터키의 침공에 대비해 세운 세인트 엘모 성(Fort St. Elmo)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비토리오사의 연한 금빛 사암벽돌로 쌓아올린 건물 사이로 좁고 긴 골목길이 이어진다. 중세의 유럽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런데 골목길이 한결같이 굽어있다. 전쟁시 날아오는 총탄을 피할 목적으로 골목길을 곡선으로 만들었다.

마침 부활절전의 금요일에 해당하는 수난일(Good Friday)이라 세인트 로렌스 교회에서 행렬이 펼쳐진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는 십자가와 예수상, 마리아 상이 올려진 들것을 바쳐 들고 행진을 펼치고 있다. 몰타의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교도라 골목 곳곳에서 부활의 축복과 기쁨을 만끽하는 분위기다.

몰타의 옛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조섬

다음날 아침 고조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위해 처키와(Cirkewwa)항으로 향한다. 처키와항에서 고조섬 임좌르(Mgarr)항까지는 6킬로미터 정도로 40분 남짓 걸린다. 차가 있는 사람들은 차에 탄 채로, 차가 없는 사람들은 걸어서 배에 오른다. 어느곳이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만큼 하늘과 바닷빛이 서로 닮아있다.

 지중해의 상큼한 바람이 스치고 블루라군(푸른 산호초)으로 유명한 코미노(Comino)섬이 보인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산호초로 스킨스쿠버의 최적지다. 임좌르항에서 곧장 빅토리아요새로 향한다. 몰타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중세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높은 언덕 사방으로 누런 사암 벽돌을 쌓아 성벽을 만들고 그 안에 마을과 성당, 시장이 들어서 있다. 성채로 오르는 골목은 사진촬영장소로도 더할 나위없는 최적의 장소다.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그래도 작품이 되는 그런 곳.

아름다운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마샬폰(Marsalfon)만으로 이동한다. 푸른 쪽빛 바다를 안고 있는 바닷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로 마음에 점(점심)하나 찍고, 섬의 북서쪽에 있는 드웨이라 포인트(Dwejra Point)로 이동한다. 위에니(Xwieni)만에는 거대한 해안바위 곳곳에 펼쳐져 있는 천일염전이 장관이다. 움푹 파인 사암에 바닷물이 고이고 지중해의 강한 태양이 내리쬐면 자연스레 소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세로 2미터, 가로 3미터 가량의 직사각형의 소금밭 수백개에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침식되어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시아치(Sea Arch)가 있는 드웨이라 포인트에 닿는다. 오랜 침식으로 파인 파식대(파도에 의해 평평해진 바위)에서 보는 ‘Azure Windows’가 장관이다. 암석의 단단한 정도에 따라 연한부분이 먼저 떨어져 나가 생기는 아치 형상의 지형이다. 담청색 바다에 코를 박고 몸통은 쪽빛 하늘에 머리를 둔 거대한 코끼리를 닮았다. 바로 옆에는 해식동굴을 통해 바다와 연결되는 작은 바다(Inland Sea)가 있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면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외해로 나가 시아치를 둘러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큰 문화를 이루었던 선사시대의 거석사원 쥬간티아(Ggantija Temples). 대지에 거래한 직립상이 나란히 서있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석회암으로 쌓아올린 유적이 보인다. 이곳 일대는 석회암 지대라 석회동굴이 많다. 쥬간티아 유적 주변에도 종유석과 석순이 아름다운 석회동굴이 있다.

다양한 문화가 살아숨쉬는 고풍스러운 도시 발레타

몰타에서 3일째 아침, 몰타의 수도 발레타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답게 고풍스럽다. 과거 성 요한 기사단이 오스만제국의 침입에 대비해 만든 천혜의 요새 도시다. 시내의 동쪽으로 그랜드 항구(Grand Harbour)가 서쪽으로 마르삼셋 항구(Marsamxett Harbour)가 자리잡고 있어 유럽에서 오는 거대한 크루즈들이 보인다.

요새 성벽을 따라 바라카 정원으로 향한다. 과거 이태리 기사들의 개인 정원으로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그랜드 항구가 장관이다. 몰타중앙은행이 있는 아랫길로 내려가면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노래하는 카나리아부터 16세기의 동전이며 최신의 티셔츠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발레타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의 하나가 바로 성요한 대성당이다. 마침 일요일이라 미사가 열리고 있는 교회안으로 살짝 들어가 본다. 16세기에 세워진 바로크 양식의 성당으로 아치형 천장에는 성 요한의 일생이 그려져 있고, 바닥에는 옛 기사들을 기리기 위한 대리석 묘비들이 깔려있다. 대성당 인근의 공화국 광장 앞 코르디나 카페에서 해산물 요리로 점심을 한다. 1837년에 문을 연 유서깊은 카페다. 점심 후 향이 진한 몰타 커피를 마시며 발레타의 정취를 느껴본다.

 또 다른 모습의 북아프리카 지중해, 튀니지

지중해는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이 만나는 문명의 호수다. 페니키아의 식민지 카르타고 유적과 로마가 남긴 문화유산 그리고 아랍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다.

 외계의 어느 별 같은 마트마타

버스는 영화 <스타워즈>의 여러 장면을 촬영했다는 마트마타(Matmata)로 향한다. 길가 작은 마을 식당에서는 즉석에서 양을 잡아 불을 피우고 요리를 하고 있다. 벗긴 양피를 데롱 데롱 매달아 놓은 모습이 이국적이다. 바다가 보이는 간이 휴게소. 동네 식당같은 휴게소엔 전부 남자들이다. 작은 유리잔에 담긴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나는 차를 시킨다. 묽은 홍차에 진하게 설탕을 풀고 박하를 띠운 민트차다. 이곳말로 ‘샤이 아흐다르’.

멀리 대추야자나무가 있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한 도시가 보인다. 마트마타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외계의 어느 별에 온 것 같다. 튀니지의 대표적인 요리 ‘쿠스쿠스’로 점심을 한다. 밀을 잘게 부수고 향료와 버터, 양고기를 넣어 죽처럼 만든 음식이다. 잘게 부순 밀이 씹혀 감칠맛이 나는 스튜같다.

점심 후 마을을 돌아본다. 이곳 베르베르사람들은 천 년 전부터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땅을 파 지하에 주거공간을 만들었단다. 대략 6미터 쯤 위에서 아래로 파내려가 가운데 정원을 두고 양쪽으로 방과 창고, 부엌을 만들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기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도우즈(Douz)로 가는 길에 무하라스씨 가족이 사는 집에 들른다. 무하라스씨는 아내와 3남 3녀의 대가족이다. 무하라스씨의 집은 위에서 아래로 파내려가지 않고 길가 언덕에 큰 구멍을 파고 큰 방과 부엌, 창고 등 필요한 공간을 만들었다. 창고에는 무하라스씨의 아내가 맷돌에 밀을 갈고 있다. 밀은 대추야자와 함께 오아시스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방에 들어가보니 사막의 열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시원하고 쾌적하다.

 석양의 사막 낙타투어의 매력

석양이 질 무렵 도우즈에 도착한다. 이곳은 사하라 사막의 관문이다. 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낙타 투어에 나선다. 전통의상으로 입어 시원하지만 간간히 날리는 모래가 입안에서 씹힌다. 무릎을 굻고 있는 낙타에 오른다. 긴 뒷발로 벌떡 일어서자 순간 몸이 앞 쏠리며 아찔해진다. 낙타가 완전히 자세를 잡고는 사진을 찍어도 될 만큼 두 손을 놓아도 별 문제 없다. 30여분쯤 사하라 사막으로 나가 지평선으로 지는 석양을 감상한다. 언제나 지는 해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막여우를 든 청년이다. 검은색 전통의상을 입고 수줍어하며 푸른별에서 온 듯한 귀큰여우를 안았다.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막여우다. 특유의 큰 귀를 쫑긋 세우며 낮선 시선들이 두려운가 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동쪽 하늘엔 만월 가까운 달이 떳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돌아오는 길만큼 행복한 여정이 또 있을까. 다들 ‘아리랑’, ‘고향의 봄’, ‘월드컵송’을 부른다. 누군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튀니지에서 3일째,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와 인근의 카르타고, 시디부사이드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메디나로 향한다. 짙은 녹음의 숲길이 펼쳐져 있고, 강열한 태양을 닮은 원색의 꽃이 화려하다. 아름다운 알 카라원 모스크를 중심으로 전통시장(수크)가 자리잡고 있다. 미로처럼 복잡한 시장 골목길로 들어선다.

 물담배와 아름다운 도자기와 카페트, 향료, 건과,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가 들어서있다. 청바지에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이와 ‘십사리(Sifsari)`라고 불리는 하얀 옷에 흰색 차도르를 머리위에 얹은 여인들이 지나간다. 그러나 여느 아랍여인들과는 다르다. 옷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던 아가씨는 우리를 보자 어디서 왔냐며 며칠동안이나 있을지 물어본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포즈를 잡아준다. 인접한 유럽과 지중해의 영향으로 개방적이고 현실적이리라.

 카르타고와 시디부사이드

옛날 로마를 정복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의 흔적을 느껴 불 수 있는 카르타고 비르사(Byrsa)언덕으로 오른다. 세인트 루이스 성당 오른쪽으로 한때 강성한 제국이였던 카르타고 유적이 펼쳐져 있다. 카르타고는 페니키아가 북아프리에 세운 무역 거점도시로 한 때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던 세력이었다. 이후 로마의 철저한 파괴로 돌기둥과 흙벽만 남아있지만 이곳에서 보는 지중해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만개한 봄꽃들 사이에 방치된 유물들, 페허 아래로 비취빛 바다가 눈부시다. 성당 뒤편의 카르타고 박물관을 둘러보고 지중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시디 부 사이드로 발길을 돌린다.

시디 부 사이드는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았다. 오렌지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른다. 길가엔 이곳 특산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 지어있고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하얀색 벽과 파란 대문을 단 집이 한 폭의 그림이다. 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거리 한 편에는 진한 향의 자스민꽃 묶음을 팔고 있다. 한 묶음에 1디나르, 1,300원 정도다. 시디 부 사이드 언덕에 자리잡은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지중해 풍경이 눈부시다.

여행은 분명 나의 정신을 살찌운다. 넓고 넓은 세상, 다양한 사람을과 만나면서 더 큰 나를 만나게 된다. 언제나 다시 가볼 수 있을련지 지중해 여행은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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