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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맛과 멋 그리고 여유를 찾아서...

이름: 장현주 ㅣ 작성일 : 2006-09-01 오후 6:25:24

흔히 대도시는 복잡함과 지저분함 그리고 불쾌감을 안겨준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커다랗고 높은 빌딩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생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있노라면 가끔 이게 사는건가 하는 우울함 마저 들곤 한다.
시드니는 유명한 도시다. 세계 3대 미항중 하나이며 호주를 대표하는 대도시, 그리고 세계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도시인지라 나는 사실 이 도시에 커다란 매력이나 환상 기대 같은 것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TV속에서 너무 봐서 여러 번 아니 수십 번 본 것 같은 오페라 하우스부터 하버 브리지, 그리고 시드니 시내까지 내가 과연 이 도시에서 무슨 기대와 낭만을 충족하려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잘못된 착각은 시드니에서의 첫 새벽을 맞이하면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를 통해 첫 대면을 갖다.

가끔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왜 비행기를 타면 꼭 이상하게 새벽 도착이라던가 아니면 자정근처 도착이냔 말이다. 부은 눈과 부시시한 머리를 가지고 공항에서 우울하게 배회를 하거나 체크인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호텔 근처를 배회해야 하는 이런 불편함...정말 머리끝까지 짜증에 화가 난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는 이른 아침 시드니에 나를 떨구어 놓았다. 3-4일 야근한 듯한 모습으로 아침 일찍 시드니 거리를 누벼야 하다니...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간 후, 일단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호텔 근처의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거리를 내다보았다.
대도시의 아침은 의외로 고요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즐겨보는 진한 커피향은 굉장한 마법을 부리곤 한다. 이른 아침, 출근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임에도 스타벅스 안에는 커피와 간단한 베이글로 아침을 때우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타벅스의 번잡함과는 달리 고요하고 정체되어 있는 그런 남다른 매력이 존재해 있었다. 커피향과 함께하는 아침이 의외로 빠르게 지나가고 서서히 거리에는 출근으로 바빠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창가를 통해 시드니의 일상을 첫 대면하게 되어버렸지만 뭐랄까, 그리 실망스럽지 않은 이 기분은 무엇인지…… 비행기에서의 피곤함은 여전히 남아 내 어깨를 누르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굉장히 평온하고 뭔가 남다른 행운을 누려보는 그런 기분마저 들어버렸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무리를 지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먼가 바삐 서둘러 걸어가는 사람, 모닝커피를 사기위해 카페의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가는 사람, 신선한 과일(시드니 거리곳곳마다 우리나라 일반 시장처럼 작은 과일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로 아침을 때우고자 과일을 사는 사람까지 시드니의 일상은 겉으로는 우리와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뭐랄까, 우리나라의 아침과는 조금 다른 이 느낌은 단지 이 곳이 한국이 아닌 남반구의 멋진 도시 바로 시드니라는 것이기 때문일까?
시드니의 아침…바쁜 대도시의 아침이지만 모두에게 여유와 평온함이 느껴져 내 손에 들려진 커피 잔 속의 커피는 작은 파문을 그리고 말았다. 약간의 흥분 그 무엇인가가 내 심장에서부터 손까지 전달되었기 때문에……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아, 내가 지금 시드니에 와있구나’
수많은 관광객과 그 일부를 채우고 있는 한국 사람들, 예술작품이라 느껴지기 보다 하나의 관광상품을 보러 온 듯한 느낌이 다분했지만 역시 아름다운 그 모습은 먼 곳까지 이 것을 보러 오게 만드는 사람들을 전혀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페라 하우스! 이 아름다운 조형물은 실로 시드니를 유명하게 만드는 명물로 손색이 없었다. 조가비 모양의 아름다운 지붕, 그리고 바다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항구 끝 자락을 장식하고 있는 그 모습은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오고야 말았다. 사진발이 강했던 탓인지 생각보다 지붕은 하얗지 않고 약간 때묻은 것이 약간의 실망감을 주기도 있지만 그 모양이나 아름다움, 바다와의 조화, 말할 수 없는 평온함과 감동은 내게는 실로 대단한 감동을 선사하고야 말았다.
오페라 하우스 맞은편으로는 거대한 금속체가 빼어난 몸매를 자랑하며 우뚝 그리고 상당히 넓게 자리잡고 있다. 바로 시드니의 또 다른 명물인 ‘하버브리지’이다. 이 다리는 시드니의 중심부와 북부를 잇는 다리로 다리 너머로는 여러 개의 낯선 빌딩들이 눈에 보인다. 거대한 철제 다리라 무서운 느낌 혹은 차가운 느낌이 다분하지만 멋드러지게 뻗어있는 둥근 아치모양과 밝은 얼굴로 다리를 오르는(다리 위를 오르는 상품이 있다) 관광객들의 열정과 활기 덕에 이 다리는 죽어있다라는 느낌보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다분하다.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록스거리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내에서는 그렇게 기피하던 야외 식사가 이 곳에서는 어찌나 부러운지 식사를 하면서 음식 맛에 감탄하고 분위기에 취해버린다. 특히 호주의 오이스터와 커다란 왕새우는 정말이지 살아생전 처음 먹어보는 너무나 맛있는 해산물이었다.

호주의 두 명물을 더 근사하게 그리고 기억에 영영 박아둘 요량이라면 저녁시간을 추천하고 싶다. 낮에는 보고 느낄 수 없는 여러 가지 근사한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맛에 빠지다.

여행책자 몇 페이지에 걸쳐 소개된 시드니의 맛과 음식점 소개는 나로 하여금 소화제 몇 갑을 챙겨가게 만들고야 말았다. 호주야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커다란 섬나라이니 해산물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호주의 소고기와 양고기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품질인지라 고기냐 해산물이냐를 매끼마다 고민하는 것은 나같이 먹성 좋은 사람에게는 정말이지 커다란 스트레스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스테이크나 왕새우를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시드니에는 록스에서의 근사한 레스토랑부터 시내 한 곳에 위치해 있는 차이나타운까지 대도시답게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이 존재한다. 록스에 있는 레스토랑은 위치가 위치인만큼 그 분위기나 맛이 상당히 고급스러우며 사람들 역시 근사하다. 그러나 가격압박이 상당하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에게는 커다란 사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끼를 굶는 한이 있더라도 록스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한번쯤 즐길만한 일이다. 그 곳에서 먹었던 스테이크 맛은 정말이지 내가 무슨 고기를 먹고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황홀했으니 말이다. 달링하버에 늘어져 있는 음식점 역시 놓칠 수 없다. 록스거리의 음식점들 버금가는 가격으로 관광객을 압박하지만 다양한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호주 특산물 오이스터와 커다란 왕새우는 입안에 행복을 가득 채우고도 남음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왕새우와 스테이크로 배를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차이나타운에서 친숙한 중국음식을 즐겨도 보고, 시내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음식점도 노려볼 만한 곳이다. 한끼 정도는 우리 음식을 먹어줘야 위도 놀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매끼마다 인간임에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보들보들한 육질에 입안에 넣으면 가득히 퍼지는 육즙, 스테이크는 정말이지 환상이다. 오이스터(굴)는 입안에 신선함을 채워주고, 왕새우는 원없이 새우살을 입안 가득히 구겨넣을 수 있다. 맨리비치의 형용색색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길거리의 한 손 초밥, 먹을 만큼 구입할 수 있는 길거리의 과일과 다양한 커피 전문점까지 시드니는 맛의 천국이다.

자연 그대로를 즐겨본다.

시드니는 대도시지만 일반 대도시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연 친화적 도시라는 것이다. 시드니는 묘하게 자연과 자연에 맞대어 있다. 아름다운 바다와 비치(맨리와 본다이 비치)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곳은 동네 슈퍼 들르듯 너무나 편하게 들릴 수 있는 곳이다. 산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유칼립투스 잎으로 뒤덮인 블루마운틴은 단지 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억울하다. 어디 그뿐인가? 호주의 다양한 야생동물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동심으로 돌아가게끔 만들어 버린다.

시드니에서의 즐거웠던 시간들... 사진으로 되돌아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순간들이다. 언젠가 다시 가줘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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