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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가족과 함께 여행하다.
이름: 정혜실 ㅣ 작성일 : 2006-09-14 오후 8:34:16

개학을 며칠 앞두고 8월말 즈음, 아쉬운 방학을 달래려 우리 가족은 도쿄를 방문했다. 디즈니랜드를 노래 부르던 아들녀석의 바램을 들어주는 목적과 함께 일본에 살고 있는 시동생부부를 10년만에 본다는 목적도 있었다.

서로 사는게 바빠서 가까운 거리의 나라를 두고 그렇게 왕래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여행사를 하는 나로서 여러나라를 가면서도 내가 흥미있어 하는 곳으로 먼저 움직이다 보니, 그렇게 미안하게 세월만 흘렀다.

자유여행으로 간 도쿄, 일본말도 할 줄 모르고, 영어도 잘 소통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호텔로 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호텔로 가기만 하면 그 다음엔 시동생이 오기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공항을 나와서 두리번 하는데, 우선 하네다에선 버스로 모노레일 승차장까지 가야했다. 거기서 반갑게도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 여학생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그 여학생은 친구를 마중나온 길이었다. 우린 덥석 그녀의 도움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무사히 호텔이 있는 아카사카역까지 도착 했다.


그러나 지하철 역사를 빠져 나와서 거리를 보자, 우리가 가려던 호텔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영어로 지나가는 일본인들에 물었지만 아무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지하철 옆 맥그도나르도(맥도날드 일본식 발음)에 가서 물었으나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비는 추적추적 오는 데, 택시 탈 거리는 아니라고 들었고, 길은 모르고 해서 난감해 서있는데 시야에 노랑머리를 한 외국인 두 남자가 들어왔다. 잽싸게 다가가서 영어로 물었다. `Do you know AKASAKA HOTEL?`
그 남자 왈 안다는 거였다. 오마이 갓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는 친절히 가르쳐 주다가, 대뜸 지금 그 호텔로 가냐고 물었다. 당근 간다고 대답하자, 그는 자기들도 거기 묶고 있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걸어가면서 도쿄를 처음 방문한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하자, 자기들은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리를 모르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일정표와 안내도를 주겠다고 했다. 그의 오지랍 넓은 친절은 나의 마음 따뜻하게 했고, 언젠가 누군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반도에서 살아서 정서가 한국인과 맞다고 이야기 한 것이 떠올랐다.
 다행히 호텔에 무사히 도착한 그날의 친절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하룻밤 작지만 깨끗한 현대식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시동생은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정말 오랫만에 만난 우린 즐거웠다. 10년만에 재회한 형제들은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정신없이 수다스러웠다. 남자들이 수다스럽게 보인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곧장 도쿄타워를 향해 간 우린 복잡한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수많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신사의 풍경을 빼고는 서울의 모습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 모습들은 매력적이진 않았다.
전망대 감상후에 3,4층에 들러서 전시관을 참관했다. 트릭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면 신기하게도 마술 같은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는 공간과, 양초로 유명인사들을 만들어 놓은 인형전시관을 구경도 했다.
 우리 애들은 잘 알지 못하는 마를린먼로를 시작으로 비틀즈등이 있고, 부시도, 아인슈타인도 있었다.

 점심과 관광을 위해 우린 해저터널을 이용해서 넘어간 곳은 도쿄 오아시스 베이라는 곳이었다. 푸드코트와 오락실 그리고 쇼핑까지 겸할 수 있는 곳으로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사진을 찍으며 넓은 바다를 만끽한 우리는 일본식 과자를 사들고, 오다이바로 향했다. 온갖 브랜드의 옷들이 세일하고 있었고, 다양한 음식들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입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만화의 왕국 일본답게 만화 캐릭터 상품들이 즐비했다.
아들은 팔에 스티커문신을 했고, 쇼핑걸 우리 딸은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다.
 오다이바의 풍경은 또 달랐는데, 식사를 하면서 바다를 유람할 작은 배들이 화려한 불빛을 밝히며 떠다니고 있었고, 유람선에 바라본 레인보우 브릿지는 밤엔 더욱 아름다웠다. 또한 미국에 있어야 할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사진도 한컷 찍어 주었다.

아이들과 동행을 하니, 절이나 산사는 구경도 못하고 돌아다녀야만 하는 게 좀 불만이기는 했으나, 짧은 여정에 어쩔 수없는 일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인도레스토랑에 들린 우리는 난에 케밥을 싸서 먹으며 즐거워 했고, 머튼 꼬르마(양고기카레)에 브리야니까지 곁들어 먹으며 행복해 했다. 작지만 깨끗한 인도레스토랑은 관광객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꽤 찾는 모양이었다.


다음날인 여행 세쨋날은 하루를 온전히 바쳐 디즈니랜드를 돌아보았다. 상업화의 물들은 일본을 절감하며, 미국의 문화에 여과없이 이미 중독된 우리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정말 화려한 볼거리들과 즐길거리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남편과 나는 에버랜드와 뭐 다르냐고 했지만, 막상 타고 즐겨 보니 조금은 달랐다. 매 코스마다 꽤 오래 시간이 경과해서 찬찬히 보여준다는 점이...
같은 장소에서 마크트웨인 3층짜리 거대한 배와 뗏목경험, 직접 작은배를 노저을 기회를 다 가져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인공 호수 옆으로 꾸며 놓은 인위적인 인디언 가족 생활들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미국인들이 착취하고 살육한 인디언들이 하나의 볼거리와 흥미꺼리로 전시되는 광경을 봐야 한다는 것이 별로 편치는 않았던 것이다.

밤에 본 퍼레이드는 화려한 전등 불빛으로 온갖 치장을 하고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전시했다. 여기서 놀랜 것은 그 화려함이 아니었다.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는 일본인들이었다. 줄 넘어로는 침범하지 않을 뿐더러 더 잘 보겠다고 뒤에 사람 무시하고 일어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놀라움이었다. 아들녀석도 감탄을 했다. 한국같으면 뒷사람이 어쩌거나 말거나 일어났을 거구, 난 내내 안보여요를 외쳤을 거라구.
근데 그러한 질서
뒤에 난 섬뜩함을 느꼈다.
 그러한 질서는 또한 전체주의를 쉽게 낳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무엇인가를 목표로 설정하면 개인적인 판단없이 쉽게 단합이 되어 개인은 매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섬뜩함 말이다.

 그래도 마음 편한 곳이 내 나라라고 했던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아침에 김포에 들어선 우린 아 우리나라가 제일 편한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언제나 여행후에 오는 느낌은 아쉬움과 다음엔 하는 마음이지만, 무엇보다 한국이 더 좋아진다는 거였다. 내나라 내 산천의 아름다움이 더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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