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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르당섬
이름: 김지영 ㅣ 작성일 : 2006-09-27 오후 3:33:21


우리 가족5명, 처음으로 같이 가는 해외여행이었다.
수많은 여행지들 중에서 결국 선택한 곳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서 르당섬 으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세상 정말 좋아졌다.
비행기며 호텔, 리조트 모든 예약을 인터넷으로 한번에 끝내고, 바우처만 출력하면 끝이라니...

7년 전쯤 쿠알라룸푸르는 가본 적 있지만 르당섬은 약간의 사진으로만 보았고 아직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궁금함과 기대로 여행가기 몇 주 전부터 들뜬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출발 잠시 홍콩을 경유 한뒤,다시 쿠알라룸푸르까지 가는 비행기로 갈아탔다.
비행기를 타고 지칠 때쯤 쿠알라룸푸르 신 공항에 도착했다.
여객청사가 2곳으로 되어있어 터미널과 터미널 사이를 무인전통차를 타고 나오게 되어있었다. 색다른 경험 이었다.

택시를 타고 1시간쯤 지났을까 호텔에 도착했다.
Cheek in 하고나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하루를 도둑맞은 것 같았다.
시내 중심이라 주변에 볼거리가 많았다.
저녁을 먹으러 바로 앞에 보이는
KLCC타워로 향했다.
길 곳곳에 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울창한 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서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건물이 보이는 방향으로 10분정도 걸으니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현란한 아름다움이란, 지난번에는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었는데 이젠 들어가서 구경도 할 수 있다니.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이 느껴졌다.

음식탐험을 시작했다.
 지하 식당가에서 말레이시아 음식 몇 가지를
주문해 보았다.
메뉴에 주 재료가 적혀 있긴 하나 어떤 식으로 요리해서 나올까 궁금했다.
향신료를 넣어 볶은 밥에 랍스터와 튀긴 감자 해산물들도 튀겨져 나와서 소스에 찍어먹는 형식들,주로 기름진 음식이 주를 이뤘다.
그런 메뉴만 시킨 건지.... 향이 너무 강해서인지 다들 많이 먹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곳의 마켓 구경도하고 야식도 살겸 건물 안에 있는 대형마켓에서 장을 보았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가보다. 낮선 곳에서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과일 몇 가지만 빼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물가가 생각보다 싸진 않았다. 시내중심에 위치해 있는 곳이라 좀 더 비싸긴 했을 것이다.

호텔에서 보는 야경은 너무 멋졌다.
우리 방은 KLCC타워가 바로 보이는 14층 이라 창문으로 야경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도심 속 불빛들…….
하나하나의 불빛들이 모여 이국적인 쿠알라룸프르의 야경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의 숙소 이 방의 불빛도 저쪽 건물에서는 수많은 불빛의 하나가 되어 멋진 야경이 되겠지.
밤새도록, 동이 틀 때까지 설레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르당섬으로 출발했다.
버자야 항공과 리조트 패키지를 예약했기 때문에 경비행기를 타러 수방공항으로 갔다.
경비행기로 1시간의 이동~ 일반 비행기보다 소음은 조금 더 심하지만 나름 짜릿한 타는 맛이 있다.
기내에서 내려다보이는 말레이반도 산의 짙은 푸름과 코발트색 바다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르당섬 주변을 낮게 날아 갈 때는 물속 깊은 곳까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바다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드디어, 아담한 르당섬의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의 문이 열리자 바람결에 묻어오는 기분 좋은 풀냄새~
나도 모르게 머리가 맑아지고,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쿠알라룸푸르 도심과는 정반대로 풍광 좋은 자연을 보니 몸도 가뿐해 지는 듯 빨리 바다가 보고 싶었다.

리조트에서 나온 셔틀버스를 탔다. 우리처럼 휴가를 온 외국인들로 북적 거렸다.
맨 뒷자리에 앉아있는데 옆에 중국인 인 듯한 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중국계 말레이인 이었고, 쿠알라룸푸르에 사는데 경치가 좋아서 휴가 때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이번에도 친구들과 놀러왔다고…….
우리가 한국에서 가이드 없이 왔다니 놀라워했다.
 우리식구 모두 아무런 문제없이 이곳에 잘 도착 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유럽쪽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역시나 이곳에서는 한국인을 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세련되진 않았지만 소박하고 이국적인 리조트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들 사이로 2층의 목조건물들이 한 채씩 지어져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리조트 앞 화이트 비치로 나갔다.
꿈에서나 보았을까? 눈이 시릴 것처럼 맑고 투명한 파스텔빛 바다와 강렬한 태양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하얀 모래사장…….
 발에 닿는 곱고, 보드라운 산호모래의 감촉에 와~하고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발을 담그고 천천히 바다로 들어갔다. 따뜻했다.
 물결이 무늬를 이루며 물속에 그림을 그렸다. 하얀 열대어들과 수족관에나 있을법한 무지개색 물고기들이 줄을 지어 내 발사이로 왔다 갔다 하며 놀았다.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 아닐까?

아까 버스 안에서 만났던 그 현지인도 친구들과 연날리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너무 평화로웠다.
바닷가에서 수영하다 지치면 야자수 그늘아래서 책도보고,잠도자고 그러다 또 수영하고…….
어떤 생각도 잠시 잊을 수 있는 곳…
종일 바닷가에서 놀았지만 지치지도, 질리지도 않았다.

 다음날엔 스노쿨링도 했다.
섬 주변의 동서남북 4곳,각기 다른 바다 속을 구경했다.
물안경만 쓰면 물속에 산호초와 열대어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니...
손만 벌리면 물고기들이 먹이를 주는 줄 알고 모여 드는 곳...
크지 않은 아담한 섬, 여러 개의 색을 지닌 바다, 색깔만큼이나 다른 바다 밑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한밤중 바닷가 산책도 좋았다.

초승달처럼 생긴 해변가,
야자수 사이 하늘엔 별들이 촘촘히 박혀 한 장의 예쁜 그림엽서가 되고, 잔잔한 파도소리는 마음을 포근하게 해줬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여행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평상시보다 3배속으로 빨리 지나가는 시간...
눈에 다 넣어가고 싶고, 모두 기억하고 싶은데 얼마 후면 많은 부분이 잊혀지겠지...
처음에는 답답할 것 같았다. 인터넷도 못하고, 핸드폰도 안 되고....
중독된 듯 늘 곁에 두었던 것들의 혜택을 제대로 못 받는 것이 잠시지만 불안도 했었다.
기우가 되었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또,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한 여행 이였기에 참 행복했다.

 내가 여행 중 보았던 많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늘 여유로워 보였고, 항상 웃는 모습이었다.
늘 우리가 묻기 전에 먼저 말을 걸어 왔었다. 경계하는 모습 없이 스스럼없이~
반성도 해본다. 너무 빨리빨리 스스로 조여 가며, 숨 가쁘게 살아 왔던 거 갔다고…….
이제는 조금은 느리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려한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세월이 흘러도 지금처럼 그 모습만은 변치 않기를~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지금 이 모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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