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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찾아 떠난 스물아홉 여름
이름: 김선영 ㅣ 작성일 : 2006-11-21 오전 11:20:57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裸身)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中

지난 가을. 조를바를 찾아 크레타 섬에나 가볼까보다... 생각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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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예정되어 있던 빠리 여행이 취소되고, 어찌어찌 다음 여행장소에 대한 계획이 정해지기 전 이 책을 읽고, 불현듯, `에게 해`를 여행하자.고 생각했다.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에게 해에 가자. 크레타 섬에 가자. 조르바를 만나자.

 어영부영 정해진 계획.
난생 처음 가보는 그리스.
 나의 스물 아홉 여름, 조르바를 찾아 떠난 그 특별한 추억이 있는 다이어리를
 엿보며, 지난 여름.을 돌이켜본다.

 8월 29일(월요일)
 출발. 줄을 잘못 서서 어리버리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프랑크푸르트 경유 아테네행 루프트한자에 몸을 실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니, 저녁 7시 35분. 네시간여를 더 기다렸다가 아테네행 비행기로 갈아타야한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한 숨 잘까?











 프랑크푸르트 노숙자필.












 21:00 비행기니 1시간 20분 남았다.












책이나 읽어야겠다. 커피와 함께.


















FRANKFURT AM MAIN`

 아테네 공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한 일은 그림엽서들을 산 일.
 결국, 가장 질 좋고 훌륭하고 예쁜 그림엽서들은 아테네 공항에 다 있다.
 여기서 많이 샀지만, 더 많이 샀어야 하는데,
낯선 글자들이 내가 이국에 와 있음을 속삭여준다.











 `8월 31일- 남자친구 생기면 할 일











3일 정도를 공중에서, 낯선 대합실에서 자는둥 마는둥 했더니,











극도로 피곤하다. 정신은 말짱한데(라고 말하고 싶은데) 몸이











내몸이 아닌다. 내가 원체 한계까지 공부는 못해도 노는











건 쫌 한다. 으쓱. 느즈막히 눈을 뜨고(8:30)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다. 미역국은 없지만 변비에 무지 좋을 것으로 사료되는










 (그..그렇다고 내가 변비가 있다는 얘긴 아니고, 원래 여행지에










 서는 소화 잘 되는걸 먹어줘야 한다.) 생요구르트와 신선한 과










 일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맛은 기가 막힌 빵들.그리










 고 아침 메뉴에 빠지지 않는 계란 오믈렛, 베이컨, 소세지.











우유의 맛은 희안하지만, 중독성이 있다. 그리고 커피.










 오늘은 아크로폴리스에 가야지. 한 날이었다. 투어버스 타야지










 결심한 날이기도 하다. `

새벽 3시경에 아테네에 떨어져, 피곤하고, 내 생에 가장 긴 8월 30일을 보낸 다음날.
 8월 31일. 스물아홉번째 생일. 아크로폴리스에 올랐다.
 디오니소스 극장을 지나, 대리석 바닥을 밟고, 뜨거운 지중해 햇살과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올라갔다. 그리스에선 밟히는게 다 대리석. 대리석 벤치에 앉아 생일을 자축했다.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아테네시의 경관도 감상하고, 올리브 나뭇잎 따다 엽서에 붙여 서울의 친구에게 보내는 글을 쓰기도 하고.























 9월1일 (크레타섬으로 떠나는 날을 하루 앞두고)











 -아테네에서 대략 좋지 않은 점-











 그리스에서 살고 싶다고 열광하던게 엊그제인데, 떠나는 이 마











당에 좋지 않은 점을 열거하는 것은 첫째로 열광적 사랑의 화











학반응이 그 수명을 다 했기 때문이고, 둘째로 이제 내일 떠나











면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사랑하는 이 도시를 떠남에 마음 부











서짐에 대한 방어 기제이다. 여기서 다시 이번 여행의 바이블











`론니플래닛`을 옮겨본다.












불편한점. (아테네 관광객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사항)











 * 교통체증, 소음, 아테네의 운전수들.












-덧붙임 : 그나마 휴가철이라 적은거라고 한다! 그러나! 그럼











 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는 정말 견디기 괴롭다. 다다다다다다











 부아앙!의 소음은 정말 사랑스러워 미치고 팔짝 뛴다. 두 꽁











 무늬의 검은 매연은? 힘껏 들이마시고 죽어버리고 싶다. 겁나











 게 미친듯이 죽자고 달리는 사람들은? 그냥 혼자 가주셨음 하











 는 바람이다











 * 울퉁불퉁 패어 있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인도.











 -덧붙임 : 이게 왜 불편한지 모르는 것은 우리동네가 더 열악











 하다는 뜻? 단 유적지 다닐때 바닥이 대리석인 곳이 많아 몹











 시 미끄럽다. 반들반들 대리석에 미끄러지면 얼마나 아플까!











 *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빨리 달리는 택시를 소리질러











 세워야 한다는 점.












-덧붙임 : 택시 안 타도 지하철,버스 굉장히 편하다. 지하철











 은 우리나라와 거의 같고, 새로 지어 깨끗하다. 지하철 역은












놓칠 수 없는 또다른 박물관이다.












* 많지는 않지만 괴로운 바가지 택시











 -덧붙임 : 두배이상 받고, 영어도 안 된다. 왠만하면 안 타거











 나, 싸울 기력이 충만했을때 타도록 하자.












* 관광명소가 빨리 폐장한다는 점.












-덧붙임 : 박물관, 미술관이 2시, 3시에 폐장해서 황당했다.











 유적지는 해가 지면 조명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밤에 보는












맛도 쏠쏠하다.












* 택시 운전수들과 유적지 직원들의 파업












-덧붙임 : 안 겪어봤지만, 악명은 익히 들었다.












* 유로화 통일 이후 천문학적으로 오른 물가, 특히 커피, 음











 료수 등












-덧붙임 : 서울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싸다.

 한참 공사중이었던 그리스 국립미술박물관.은 유적지들에 비해 왠지 시시하고 허술했다. 그리스에서 읽어 더욱 별미였던 책들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유재원 교수의 `그리스,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등












 [혼자 여행하는 법]











 호텔방에서.












`정적`은 대부분의 경우 갑갑한 친구이다. TV를 켠다.












현지어가 나오는 드라마도 좋고, 조금 더 낯익은 기분을 느끼











 고 싶다면 CNN도 좋다. 스포츠 채널을 틀어, 테니스 공이 팡











 팡- 튀기는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거나 친구들











 에게 편지를 써도 좋다. 나지막한 TV소리는 `정적`을 물리치











 고, 좋은 친구가 되어 공간을 채워준다.













재미있는 책, 지루한 책, 마음 속의 수다를 털어 놓을 빈노트











 한 권. 그래도 갑갑할 때에는 아이팟을 꺼내 낯익은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나를 가장 근접하게 고국의 `나`에게로 데











 려다 준다.

 밤배 위.에서 엽서를 쓴다.
 삐레우스 항을 떠나 드디어 여행의 목적지인 크레타섬으로 가는 아주 큰 배 안이다.
 삐레우스 항에서 페리를 타고 멀어지는 아테네의 야경을 바라보며 바닷을 맞는 경험.은 내 안의 `외로움`이라는 친구녀석을 끌어내 주었다. 이 다음에 내 반쪽과 꼭 함께 해보고 싶은 일. 리스트에 추가한다. ` 삐레우스 항에서 페리타고 멀어지는 아테네 야경 바라보며 바닷바람 맞기!`













9시반. 이제 슬슬 그들(그리스인들) 이 저녁을 먹으러 나오는











 시간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는 서서히 멀어져가고,












배는 점점 도시의 불빛을 떠나 밤하늘과 밤바다의 경계가 모











 호한 새까만 도화지 같은 미지의 곳으로 나아간다. 배 아래로











 는 하얀파도거품이 끊임없이 부서지고, 검은 공지 중에는 갈











 매기가 하얀 선을 날카롭게 그으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바다냄새가 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또











 한 모호하다. 아홉시 반. 내 시간으로는 새벽 세시반. 하루키











 가 죽음을 두려워한 시간이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크레타 도착.
 방파제 산책.

 아테네에서부터 느낀건데,

 그러니깐 동양 여자애가 혼자 다니는건
 놀이 동산에서 입는 토끼옷 입고 거리를 나다니는 것만큼
흔치 않지.

 5km 가량의 긴 방파제 산책길. 에게해를 옆에 끼고,
 물론, 나는 행복하다. `죽기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렸으니`













 아침에, 아니 새벽에 체크인을 하니 시간도 겁나게 많고 한












 가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크레타해의 오묘함에 멍해 있다가












 여행의 목적지인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가기로 한다. 프론트












에 확인한 바, 걸어서 25-30분이라니 시간은 넘친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도를 들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림 같은 길을 십












여분쯤 걸으니 광장이 나온다. 음식점도 많고, 뭔가 아침 요












기꺼리를 찾기로 하고 광장을 거닐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빵을 뜯고 있는 아저씨 발견. 맛나 보인다. 맞은 편에 빵집












이 있다. 피자빵처럼 생긴 것 말고는 대략 짐작 안 가는 맛.












아저씨가 먹던 것을 가리킨다. 오오- 이 맛이! 아냐!!












 안에 노란 크림이 잔뜩 있는 달달한 빵은 절대 내 취향이 아












니다.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아 광장 안으로 들어간다.












 아줌마가 비둘기에게 빵을 뜯어주고 있다. 그 옆에 앉는다.












빵을 뜯어 던진다. 비둘기들은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걸어와












빵을 집는다. 집어 던진다! 그리곤 다시 먹이를 찾는다.

 혼자 여행하는 여자를 위해
1. 문득 예고없이 찾아오는 외로움, 회의를 주의하시오. 물리치려 하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지나가게 하되 한가지만 기억해 보아요. 외로움, 회의는 바로, 당신의 집, 당신의 방에서도 찾아오곤 하는 그 놈이란걸.

 2. 항상 주의하되, 그렇다고 여행의 즐거움을 날려버릴 정도로 너무 주의하지는 마시오.

3. 기다림도 여행의 한 부분이니 계속되는 기다림에 지루해하지 마시오.

 4. 외국어 하나 정도는 숙지하시오. 여행중 지루함을 달랠 책을 사더라도 우리말로 된 책은 못 사지요.

 5. 혼자하는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생각을 많이 하시오. 수다를 떨고, 끊임없이 질문하시오.

 6. 걷는 것과 기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때로는 그 두가지가 여행의 다.인 경우도 있으니.
 .
.
.

그리고 여행의 목적지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비명-

 그는 조르바의 친구였고, 동시에 조르바였다.
 그의 무덤가 그늘 아래 벤치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다.

 그렇게, 스물아홉,
 그리스에 감동하고,
 에게해에 회포를 풀고,
 많은 생각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는 여정인 런던으로 가기 위해 이탈리아로 가는 배를 탔다.

 Bye now, Gr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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