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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기도 하나 길기도 한 그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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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지혜 ㅣ 작성일 : 2006-11-30 오후 1:4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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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우리나라 말로 하면 굉장히 긴데..." "뭐? 방콕?" "어" "방콕을 태국말로 하면 길다고?" "어, 굉장히 길어" "그래? 한번 해봐" "싫어" "야~ 한번만 해주라~"
유학시절 사귀었던 태국친구 시리사는 못내 얼굴을 붉히며 끝끝내 내가 조르던 일을 해주지 않았지만 다른 태국친구에 의해 경험한 바로는 방콕이라는 두 글자는 태국말로 풀어 이야기 하면 정말 길고 또 길었다. 예전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했었던 "김수안무, 거북이와 두루미..."처럼 끝이 없는 단어인냥 말이다. 그렇게 방콕이란 도시는 내가 직접 가기도 전에 재미있고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 곳이다.
"먹어봐" "어? 어어.."
원래 나는 그다지 유난을 떠는 애가 아니다. 길거리의 떡볶기와 튀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란 말이다. 그러나 못먹겠다. 절대로...
2년만에 만난 시리사, 그녀는 내가 너무나 반가웠던걸까? 내게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먹이려 했다. 그것도 길거리 음식을 집중으로 말이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던 끔찍한 교통체증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후덥지근한 더위와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 그리고 텁텁한 공기가 나를 급습한 탓에 나는 사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오로지 아까 지나오던 길을 더듬어 스타벅스로 뛰어들어가고픈 생각이 가득했지만 태국에서의 밥두끼급 하는 스타벅스의 커피는 차마 시리사에게 가자는 소리를 할수가 없었다. 내가 산다고, 가자고 슬쩍 운을 띄우긴 했지만 태국애들은 스타벅스를 잘 안간다는 말을 단호하게 하며 나의 입을 사정없이 막아버리는 시리사의 말에 차마 가서 사가지고 나온다는 말조차 꺼낼수가 없었다.
"그건 돼지고기로 만든거야" "어..맛이 괜찮네" "그치?" "저건 국수고..."
꼬치, 이상한 과일(단맛없는 사과같은 맛에 소금을 찍어 먹는다), 국수등 익숙한 모양의 길거리 음식부터 전혀 그 정체 파악이 힘든 길거리 음식까지 여러가지 음식을 먹이면서 시리사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태국의 거리에는 정말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많은데 우리나라 종로에 쫘악 펼쳐져 있는 떡볶이 포장마차와는 다르게 작은 리어카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서 음식을 조리하며 판매를 한다. 흔한 꼬치부터 즉석에서 말아주는 국수(우리나라 돈으로 5백원 정도 한다), 과일, 빵등 그 종류도 많고 파는 사람도 많은데 아쉽게도 벌레음식은 구경을 하지 못했다.
"저기 시리사, 우리 언제까지 걸어?" "아, 배타고 가야하니 좀 더 걸어야 해" "더 걸어?"
태국 왕궁을 보러 가는길, 시리사는 택시는 비싸다며 나를 끌고 배를 타러 걷고 또 걸었다. 배를 탄다는 소리에 나는 내가 영어를 잘못 알아듣고 있는건가 하며 계속 귀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시리사가 나를 잡아 이끈 곳은 장마철의 한강물보다 더 심한 색상을 띄고 있는 작은 강이었다.
"조금 있으면 배가 올거야" "배타고 가는거야?" "어, 한 20분정도?"
약간의 침묵이 흘렀을까? 부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보통크기의 통통배가 강둑에 멈춰섰다. 길다란 나룻배 같은 모습에 배 위쪽으로는 빨랫줄 같은 질긴 줄이 쳐져있고(배가 흔들려 잡고 있으라는 용도다) 그 줄 위로 물이 튀지 않게 비밀천이 올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배의 여직원인데 다른 표현할것 없이 딱 우리나라 옛날 오라이~ 하던 버스안내원 언니다. 실제로 표도 버스표를 받듯 종이표를 받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미나서 걸어왔던 피로와 짜증이 순간 잊혀지고 말았다.
"와아, 이거 신기하다" "어, 택시는 막히고 너무 비싸고, 이게 제일 빨라. 가격도 싸고" "그렇구나. 난 배타고 방콕 돌아다니는 것은 생각도 못했어"
흔들흔들, 팍팍, 배는 요란하게 흔들리고 물을 튀기며 강을 가로질렀다. 중간 중간 정거장(?)에 서는 관계로 참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었는데 주로 태국 빈민가의 모습이 그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한창을 달리며 예상했던 20분을 훌쩍 넘기자 목적지 정거장(알고보니 종점이었다)에 도착하였다. 멀리서 언뜻 황금색의 궁궐을 볼 수 있었는데 왕궁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또 걸어야 했던 것이었다.
"이 곳에서는 옷차림을 단정히 해야해" "어? 나 그럼 못들어가?" "흠, 슬리퍼는 안신었으니 괜찮을거야." "아, 그래? 나 바지는 걷은 것 좀 내려야겠다"
힘들게 걷고 또 걸어 도착한 왕궁, 태국왕궁(The Grand Palace)의 입구는 예상했던대로 많은 관광객들로 넘쳤다. 입구에서는 왕궁을 지키는 근위병들이 방문객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통과시켰는데 순간 안들여보내주는거는 아닌가 하며 입구를 들어설 때는 몸이 약간 경직되었다.
태국의 왕궁, 황금색의 기둥이 우뚝 솟아 있는 이 왕궁은 태국의 전통양식을 너무나 멋스럽게 표현해 내고 있었는데 각종 금박과 알록달록한 유리, 그리고 수려한 조각상들과 화려한 건물양식은 하나하나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여기선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어? 내 신발 없어지면 어쩌라구?" "괜찮아"
유명한 에메랄드 사원,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몸가짐을 바로 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이 곳은 선글라스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 다 엎드려 있네" "쉿"
사원은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경건한 곳이었던만큼 무척 조용했다.
"시리사, 나 너무 힘들어. 여기 맛사지 잘 하는 곳 좀 알려주"
잠시라도 바닥에 앉아있기 힘들었던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태국의 유명한 맛사지 업소를 물었다. 나가서도 물으면 될 것을, 나는 늘 장소나 상황 파악을 못한다.
"글쎄, 우린 맛사지 잘 안받으니..그건 태국에 사는 너 한국친구에게 물어봐" "그래야겠다. 맛사지도 받아본 사람이 잘 안다고..."
현지인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내게 무척 행운이었다. 여행사를 통해서 온 일반 관광객이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것을 먹고 즐겼기 때문이다. 비록 길거리의 음식이 내게 약간의 곤란함을 안겨주었긴 했지만......
방콕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재미있는 도시다. 끔찍한 교통체증과 여러가지 기후의 악조건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여유롭고 친절한 태국인들, 화려한 밤거리와 문화, 태국의 전통 양식과 건물등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들을 가득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방콕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2시간의 태국전통맛사지를 꼽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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