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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여행

이름: 조윤희 ㅣ 작성일 : 2006-11-30 오후 11:13:37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면 가장 생각나는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좋은 감정들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쉽고 미안하다. 그래서 요즘 내 여행은 많이 달라졌다. 여행일수를 줄이더라도 꼭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데리고 여행을 출발한다.
이번 여행도 그러했다. 엄마는 돈이 많이 들어서 싫다고 거절했지만, 마음은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늘 주는 것에만 익숙해진 엄마라는 자리. 말은 이렇다 해서 마음도 이런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행했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끌어서 날짜가 왔다
처음 계획은 아오모리를 통해서 훗카이도를 도는 배낭여행 코스였다. 하지만 아오모리의 이 온천들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보니 쉽게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전기가 없이 램프로 밝히는 신비의 아오니온천과 일본 100대 온천 중 10년 연속 1위에 선정된 고마키 그랜드 온천 호텔이다.
램프로만 산 속을 밝히는 온천이라니. . . .정말이지 독특한 체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가 말했던 어릴 적 그 옛날의 산골마을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정보를 찾아갔다. 한국에서는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을 할 수 없으므로 직적 전화, 팩스를 이용해서 예약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주인장은 영어를 잘하는 편이어서 예약이 어렵지는 않다.
아오니 온천으로 가는 길, 쉽지 많은 않다. 배차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편도 6만엔의 택시비(에누리 가능)를 지불해야 한다. 가는 길은, 기차와 버스, 셔틀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계절별로 조금씩 시간이 다르므로, 공항버스, 기차, 시내버스, 셔틀버스 등을 확인을 하고 출발해야 할 것이다.
3월 27일, 외환은행에서 사이버 환전한 엔화를 찾았다. 29일 새벽 2시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준비해, 12시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했다.
수속 중에 웃지 못 할 일이 생겼다. 엄마와 내 여권이 바뀌어 입국 심사대에 올랐는데, 내 쪽의 직원이 여권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고 엄마쪽의 입국 심사대로 달려갔을 때, 엄마 쪽의 직원은 크게 놀라며 내 여권 사진이 지금의 엄마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엄마가 너무 젊다고 말이다.
그때부터이다. 엄마는 마음이 스르르 녹기 시작했다.
공항버스 이용해서 히로사키역弘前駅으로 출발하면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2시간의 이동을 니지노코주차장虹の湖에 도착하는 동안, 우리는 한 노신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우리를 기차에서부터 지켜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매우 반가워 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커피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불편할까 싶어 그는 멀치감치에서 혼자 커피를 마셨다. 셔틀버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연 있어 보이는 눈빛이다. 그리고 엄마에게 보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릴 적이라면 싫었겠지만 나도 기분이 좋다. 우리 엄마가 예쁘다는 것이 정말 좋다. 우리 엄마가 아직도 여자라는 것이 말이다.
20여분을 눈이 높이 쌓여서 위험해보이는 산골짜기를 달려서 아오니 온천에 도착했다. 산속이라서 어둠이 빨리 내려왔다.
고요함과 청량함에 사람들은 이 온천을 찾는구나.
숙소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우리는 말도 잇지 못하고 눈을 뗄 수 없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그 앞이 바로 자연이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문 밖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어떤 걸리는 것도 없이 자연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우리만의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그 풍경은 고스란히 우리만의 것이었다. 춥지만 문을 다 열고 차를 나눴다. 시리지만 시원하다.
어두워질수록 호롱불이 하나 둘 씩 켜져 갔다. 환하지는 않다. 어둠과 가까울 정도로만 켜져 있다. 식사도 마찬가지이다. 호롱불 하나에 의지해서 식사를 해야 한다. 우리 옆의 독일인 관광객들은 모든 것을 신기해 했다. 하지만 나는 이곳까지 찾아온 서양인들이 더 신기할 뿐이다.
석식은 차분하다. 아저씨가 직접 강에 잡은 구운 물고기, 일본식 반찬들과 창 밖의 눈.
3월 29일인데도 눈이 많이 내린다. 식사를 마치고 네 군데의 온천을 돌기 시작했다. 노천탕은 뜨겁지가 않아서 이용할 수 없었지만 호롱불로 밝혀진 노송온천탕이라도 족하다.
전기가 없으니, 아오니온천은 적막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티비가 없는 이런 곳이 낯설면서도 좋다. 티비 소리대신 눈 소리가 들린다. 바람소리, 나뭇잎 소리, 강물 소리, 나긋나긋한 사람들의 소리.
호롱불이 밝히는 길은 아득한 꿈결같았다. 그 길을 따라서 온천장을 도는 저녁시간 우리들은 행복했다.
전기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새로운 기분일 줄이야. 한 달에 한번이라도 모든 전기를 끊고 집에서 가족들과 촛불만으로 지내는 것도 좋을 듯 싶다고 우리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매우 깊어졌다. 그 동안의 이야기를 했다. 엄마한테 미안하다는 말. . .나에게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 . .어릴적에는 엄마에게 받는 것이 다 당연했다. 엄마니까. 나를 낳았으니까 그 의무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어느덧 나이가 들어서 여자로써의 엄마의 인생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아쉽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난다. 젊음을 떼어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주고 싶다. 내 젊음 보다도 더 안타까운 엄마의 청춘. 엄마의 꿈. 엄마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엄마가 내게 기댈 수 있게 말이다.
우리는 목욕탕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알몸을 본지 오래되었다. 엄마의 알몸이 나이를 속이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인생처럼 살이 두리뭉실 정겹게도 올랐다.
마음에서 눈물이 흐른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 엄마 등을 기대보니 그러하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 .
우리 엄마.
그렇게 호롱불도 끄고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공기가 너무 청명해서 가벼운 산책을 하고 조식을 했다.
교통도 불편하고, 온천수도 특별한 성분도 없지만 전기가 없이 호롱불로 밝힌다는 것은 이 온천을 아주 특별하게 해준다. 사람들이 정말 마음에서 원하는 것을 읽은 것이다.
설경과 호롱불, 온천 그리고 이야기. 이것이 아오니온천이다.
아오니온천에서 나와 아오모리역으로 향했다. 고마키온천호텔의 셔틀버스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아오모리역 근처에서 쇼핑을 한 후, 2시 고마키온천호텔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아오모리역 바로 앞에는 100엔샵이 있다. 그곳에서 낫또, 미소, 후리가게 등을 구입했다.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간다.
보통은 아오모리 공항에서 픽업을 하는데 우리가 아오모리역으로 도착한다고 하니, 호텔의 매니저인 홍상이 친절하게 시간을 맞춰주었다. 몇 몇의 일본인들과 같이 버스를 타고 달리기를 2시간 남짓, 커다란 호텔이 보인다.
아오니 온천과는 다른 큰 규모의 온천호텔이었다. 사람들로 기분 좋게 들썩이고, 시설도 좋은 관광객을 위한 온천호텔이었다.
객실내부 또 한 큰 편이고, 석식에서 제공되는 부페 역시 좋았다. 입에서 참치내가 나도록 먹어주고 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물 좋기로 소문난 이 온천을 즐길 시간이 왔다.
온천은 4동으로 이뤄져 있다. 각 동들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고, 유흥시설이 즐비하다. 수영장, 가라오케, 공연장 등등.
정신없이 이 시설들을 이용하다, 문득! 쇼핑몰이 아주 부실함을 알게 되었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말이다. 홍상에게 문의하니 이곳에서 택시로 갈 수 있는 쇼핑몰이 있다고 한다. 왕복 6만엔 정도로 부름 택시를 이용 할 수 있었다.
엄마는 온천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시장을 더 좋아한다. 쇼핑몰에 놔두니 이것저것 구경에 발걸음이 빠르다.
쇼핑 중,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택시비 6만원을 내고 왔다고 하니 난리도 아니다. 전화를 바꿔 받은 엄마는 이내 시무룩하더니, 나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언니는 그 돈으로 마사지를 받을 것이지 쇼핑몰에 갔다고 쏘아 댄 모양인데. . .나는 어찌되었건. . .(나도 영 맘에 안 드는 코스였지만) 엄마가 원하는 일이니 그대로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루비 과자들과 선물들을 사서 돌아왔다. 민속공연까지 다 관람 후 우리는 제대로 온천을 즐기기로 했다.
고마키온천호텔의 수질은 일본 제일이다. 구슈 지방의 벳부온천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온천100 선에서
제1 위인 것이다.
물이 미끌거리는데 바로 피부의 파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좋다. 그 뿐 아니라 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실내 온천을 해도 야외온천과 같이 통유리를 통해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실내 온천 중에 유리를 통해서 눈을 보았다. 3월말인데도 눈이 펑펑 내린다. 5월말에나 눈이 녹기 시작한다고 하니 지금도 한참인 것이다.
눈을 맞으면서 노천욕을 즐길다니! 온천 중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다. 비, 눈이 보은 날 노천욕을 즐기는 것이 우리 몸에 가장 좋다고 한다. 아래는 따뜻한 기운이고, 위에는 차가운 기운이 돌아서 신체의 기가 활발하게 움직여 온천욕의 백미인데!
엄마는 들떠서 눈을 잡아보고 있다. 사람들 모두 그렇게 즐거워 하고 있다.
그리고 혼욕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엄마는 아래 길로 나 있는 남탕을 보고 기겁을 했다. 혼욕 할 수 있다고 하니 놀라고 놀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여자나 남자가 서슴없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날짜별 또는 시간별로 남탕과 여탕을 바꾼다. 이유는, 음양의 균형을 위해서 이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 눈에 띈 것은, 남탕은 여자가 여탕은 남자가 청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눈길을 아랑곳 하지 않고 일하는 분들이지만. . .난감!~
모든 온천 시설을 즐기고 객실로 돌아와 맥주 한 잔씩을 했다. 엄마 표정이 너무 좋다. 처음 야행 올 때의 그 먹먹함이 없고 그냥 좋다. 나사가 살짝 풀려져서 말을 한다.
아빠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웃고, 언니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웃고, 할머니에게는 큰 소리로 또박또박 전해주고. . . 우리 막내에게는 막내 이름만 부르고 말이다.
“오기 잘했지?”
“응”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엄마는 짧은 이틀 동안 무엇을 느꼈을까?
여행을 하면 가장 좋은 것이 설레임이다. 첫사랑처럼 내일이 걱정되지만 기다려지는 설레임. 그 설레임 때문에 나는 여행을 하게 된다. 엄마가 그 떨리는 느낌을 받았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여행이었을까? 맞다. 여행 후, 엄마는 말이 제일 많았다. 내가 엄마를 굶기고, 아오니온천은 불이 안 들어 와서 무섭고, 노신사의 눈빛이 예시롭지 않았다는 등등
엄마는 말이 많아졌다. 나는 그 말들을 모아서 엄마에게 줄 앨범을 만들었다. 천으로 된 앨범을 주문했다. 그걸 엄마 가게에 보내려고 한다. 받아보면 엄마는 여행을 다시 가겠지?
엄마가 행복해 하는 것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호수가 근처를 산책했다. 햇빛이 환하게 든 호숫가에서 아오모리를 여유 있게 느꼈다.
아침 조식 후, 바로 셔틀버스 타고 공항으로 이동, 3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집에는 10시에 도착했다.
아빠가 물어본다.
“재미있었어?”
“당신이 없어서 별로. . .”
ㅡ,.ㅡ
그렇다. 딸보다는 역시 남편이 최고였구나!!!!!!!
앞으로 내 여행은 이럴 것 같다. 배낭여행도 좋지만. . .그보다는 가족들과.
해외든지 국내든지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여행을 만들고 싶다.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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