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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눈보라, 대하구이, 늦잠... 행복한 가족여행

이름: 오애순 ㅣ 작성일 : 2007-01-08 오후 1:45:57

2006년 12월 31일 한해의 끝이자 새로움의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 설레임으로 도시가 온통 분주한 날이다.
우리가족은 처음으로 겨울가족여행을 떠났다.
한 달반 전부터 해돋이는 바다에서 본다며 설쳐대던 신랑은 서천의 자연휴양림의 근사한 통나무집을 예약해 놓았고, 새해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그렇게 준비되고 시작되었다.

한해의 마지막 날 이른 점심에 도착한 서해안은 진눈깨비로 우리들을 맞이했고 근사한 첫눈을 새해 선물로 받은 우리가족은 그에 보답하듯 멋드러진
송년식단(?)을 마련하기 위해 대천의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연말의 수산시장은 여느 때 보다도 활기찬 게 새해를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물 좋은 생선도 좋았고, 구수한 충청도 아주머니의 농도 좋았다.
아이들은 수산시장 구경을 처음 하는터라 마냥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하기야 이런데 오면 아이어른 구분이 없다 나도 아이들 아빠도 마냥 신나했으니까....

요것조것 살펴보다 우리가족은 대하(왕새우)와 도미회를 저녁식사로 송년 준비하고 새해의 첫날에 식구들에게 맛있는 조개미역국을 먹여볼 요량으로 싱싱한 생합조개도 듬뿍 쌓아가지고 시장에서의 발걸음을 마무리했다.

수산시장의 비릿한 바다 내음을 뒤로하고 내리는 눈 바닷가를 뚫고 대천항에서 30여분을 달려 숙소인 통나무집에 도착했다.
통나무집의 주인아저씨는 먼 객지 손님들을 위해 우리가 도착하기 한참 전에 따뜻하게 아랫목 준비를 해놓으셨다.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짐을 풀고 아이들과 함께 새 하얀 눈 속으로 빠져들었다.
올해의 첫 눈을 이런 산중에서 그것도 2004년을 마무리하며 떠오르는 2005년 해맞이 전날 날에 맞이할 줄은 몰랐는데....

너무도 조용한 산속 곳곳에 하얀 눈은 세상을 금새 뒤엎을 듯이 내렸다.
이러다 이 깊은 산중에 갇혀 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보며 산중의 눈보라를 즐겼다.

아이들은 올해 처음으로 내리는 눈을 보자 신나서 추운 줄도 모르고 팔딱 팔딱 뛰어다녔다.

그 모습이 완전히 올챙이 송~ 가사의 한 부분이었다.
큰딸아이와 둘째 준혁이는 솔방울, 낙엽, 산열매를 모아서 소꿉놀이에 심취해 있고, 막내딸 유빈이는 내리는 눈을 잡으려고 하늘을 향해 연신 손을 내저었다.

겨울바람은 추억에 남기려 사진기를 들고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내 코끝을 시리게 만들었지만 아이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과 한 시간정도 눈을 맞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숙소로 돌아와서 근사하려고 노력한 빛이 역력한(?) 저녁밥상을 준비했다.
대천항에서 승용차로 곱디곱게 모셔온 대하는 소금구이를 하기 위해 철판의 굵은 소금위에 놓여졌고 넉넉한 시장아주머니가 큼직하게 썰어준 도미회는 신랑 술잔 앞에 놓여졌다.
소금을 톡톡 튀겨내며 구워지는 대하와 자연의 신선함이 베어있는 도미회를 메인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우리가족은 게걸스럽게 해대고 있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아이들과 같이 대하를 굽다보니 방안은 어느새 너구리 굴(?)로 변해있었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쩝쩝거리며 먹는 작은 입이며,
간만에 소주한잔과 멋진 안주로 얼굴이 벌개진 신랑의 얼굴, 그리고 그걸 지켜보며 흐뭇해하는 내 마음의 행복이 너무 좋았다.

단지 옆에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 가족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새하얀 눈은 밤이 깊어갈수록 소록소록 소리 없이 하지만 매섭게 내일을 위한 바깥풍경을 준비해 가고 있었고 풍요로운 저녁식사를 하고난 우리 가족 다섯은 연말연시를 마감하는 방송사들의 특별방송을 보면서 가는 해를 추억하면서 오는 해의 기대감으로 밤을 보냈다.

깊은 산중의 밤은 정말로 고즈넉해서 세상과는 단절된 듯 하면서도 너무나 좋았다.
잠을 자기 전 환기를 시킨다며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우리가족은 두터운 이불속에서 눈만 빼꼼히 내놓은 채로 겨울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눈발은 그치고 우리들에게 얼굴을 비친 겨울하늘은 대전의 뿌연 하늘과는 달리 별들이 어쩜 그리도 맑게 많이도 보이는지 감탄사의 연발이었다.
분명 같은 하늘인데도 이렇게 다를까?
잡담을 넉넉하게 하고 이른 새벽까지 이리 쿵쿵 저리 쿵쿵 운동장인냥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내일의 멋진 해돋이를 약속하며 그렇게 잠이 들었나 보다.

한참을 잤을까 .....
잠이 너무 달콤하고 이불이 너무 포근했다.
그리고 창밖은 너무 찬란하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뿔사!!
그렇게 우리가족은 새해의 해돋이를 포근한 이불위에서 눈도 뜨지 않은 채 맞이해 버린것이다.
야속하게도 새해 첫날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기도 맑았다.
비록 2007년 1월 1일의 희망찬 새해 해돋이는 구경을 못했지만 우리 가족은 불평하나 없이 새해를 맞이하였다.
비록 떠오르는 해를 맞이해주지는 못했지만 산꼭대기에 높이 올라와 있는 새해의 태양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중학교에 가는 연주에게는 사춘기를 아무 탈 없이 보내줄 것과 여린 둘째 준혁이에게는 남자다움을.... 터프한 막내딸 유빈이에게는 요조숙녀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보통의 부엌떼기(^^)의 소리 없는 소원을 빌어보았다.

신랑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도 잊지 않고....
하루 동안의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속에 가득 담고 우리가족은 다시금 부대끼는 삶의 터전으로 다시 왔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소원해 본다.
더도 덜도 말고 이번 여행처럼 건강한 웃음 늘 간직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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