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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로마에서 길을 찾다.
이름: 조연우 ㅣ 작성일 : 2007-01-31 오후 9:04:01

마스터 키튼MASTER KEATON 같은 만화 어디 없나?”

옴니버스마다 번득인다. 보험조사요원 키튼, 평범함으로 위장된 그의 비범함이 용의주도한 알리바이들을 쥐락펴락하는 과정이, 재미를 넘어서 내 인생의 태도를 반추하기까지 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존스나 라라처럼 모험과 스릴로 세계를 롤러코스터를 타는 코스모폴리탄이 아닌 이처럼 속내 깊은 코스모폴리탄을 만나 또 한번 뜨거운 반응을 하고 싶었다.

이렇게 외치는 순간, 코르토 말테제Corto Maltese씨를 소개받았다.

지난 30년 동안, 휴고 프라트Hugo Pratt의 코르토 말테제Corto Maltese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논문, 평론, 애니메이션, 여행기로까지 분해와 재조명되어 자기존재에 충일하다.

모험에 대한 낭만적인 동경과 착실하게 따른 역사 탐구는 현실과 판타지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그래서 교양다큐잡지인 <지오Geo>의 프랑스어판은 사진가와 기자들이 만화 속!에서의 코르토의 족적을 여실히 밟은 특별호를 발간했다. 작품의 사실성과 전문성이 십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밀리언셀러의 만화가 쉽게 읽혀지지 않았고 그림과 글의 빼곡한 연결에 산란했다. 서구의 만화는 참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적응과정을 감수하며 만화를 읽는 독자들이 있을까? 유럽만화가 한국독자들을 잘 길들일 수 있을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만화와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의 만화는 둘이 거쳐온 근대화의 과정만큼이나,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동양과 서양의 사유체계만큼이나 확연하게 갈라져서 진화해왔다.

 아시아의 서사 만화들이 서사로 기울어져 있다면 유럽의 만화는 한 컷 안에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즉 아시아의 만화들이 구구절절이 펼쳐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그림을 전개 시킨다면, 유럽의 만화들은 그림의 예술적 가치에 비중을 두면서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중략)

물랭루즈 포스터를 그렸던 인상주의 화가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의 예에서 보듯 서구의 미술이 대중성과의 끈질긴 밀착으로 전위성을 얻어낸 것을 보면 프랑스의 만화가 처음부터 예술가들이나, 적어도 예술을 지향하는 작가들의 의해 생산되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럽의 만화를 일찍 예술의 자지로 이끈 것은 그들의 세련된 인쇄기술 덕분임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반대로 서구에 의한 근대화를 겼으면서 진화해온 아시아의 만화는 조잡한 인쇄기술로 인해 만화가들의 세련된 그림을 제대로 찍어낼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히 그림보다는 스토리에 더 치중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중략)

단순히 인쇄기술의 차이 말고도 서양과 동양의 미술이 가지고 있는 차이, 즉 면 중심의 미술과 선 중심의 미술이 가지고 있는 차이가 각각 다른 만화의 방식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함성호의 <만화당 인생> 중에서.



 이렇듯 동.서양의 문화적 코드는 다르다.

 그리고 그 동안, 국내에 출판된 유럽만화들은 철학적 사색을 요구하는 예술만화로, 오락 중심의 만화가 경향인 한국에서의 상륙작전은 무모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유럽의 대중만화라면?

재미있는, 이것은 만화의 생명이다. 대표적 대중 예술인 만화가 가지고 있는 통속성이야 말로 으뜸 재미이다. 참 쉽자 어려운 말이지만 재미있는 만화로 기획하라.

이것이 기획의 첫 번 째 이다.

둘째, 국내에 출판된 유럽만화들은 늙었다.

 <아스테릭스Asterix >, <땡땡Tintin>과 같은 영원한 고전, 고전적은 것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70.80년대에 유럽에서 출판된 <니코폴 3부작La Foire aux Immortels.라 푸아르 오 앵모흐뗄.불사조들의 장, La Femme Piege.라 팜므 삐에주.여자의 함정, Froid Equateur.프후아 에꽈뙤흐. 차가운 적도>, <코르트 말테제Corto Maltese>, <잉칼L`INCAL> 등을 2000년대 한국에서 쉽게 공감할 수는 없다. 그 당시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이 만화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의 문화는 시차 없고 돌고, 섞이고 있어 우리는 어느 정도의 동시대를 공감할 수 있어야 이국적인 것을 생소한 것이 아닌 매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친절한 전략(?)

현재, 유럽만화 출판은 한국의 고급 성인만화시장을 겨냥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한국의 만화대여점 시스템에 익숙해진 청년층의 구매욕은 신통치 않다. 게다가 한국만화 시장의 주소비자인 청소년들은 고급 앨범 형식의 유럽만화의 가격에 부담스러워 한다. 유럽만화의 한국식 개량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망가의 유럽진출에 시발점이자 일등공신인 <아키라Akira>는 일반적인 망가 단행본 포맷이 아닌 대형판형의 유럽식 앨범 포맷으로 발간해 독자들의 구미를 끌려는 노력을 보였다. 물론, 유럽의 거장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내용적인 측면의 뒷받침이 있었지만 이런 친절한 기획력들이 모여서 틈새시장을 넘어 하나의 시장을 성공적으로 형성해나간 것이다.

한국에 도착한 유럽만화는 한국독자들을 위해서 무얼 맞추었는가?

그럼, 한국만화의 유럽독자 길들이기는 어떨까?

긍정적이다.

 작가주의 예술을 지향해 상업성이 퇴행해버린 유럽만화에 비해, 직접문화활동인 티비를 통한 아니메의 안방 공세와 역동적이고 화려한 망가의 코드는 상업적.예술적으로 진일보했다. 그리고 한국만화는 이러한 친근한 이미지의 아니메와 망가에 편승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있다. 하지만 망가의 하위메뉴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서는 브랜드 만화MANHWA만의 강렬한 이미지를 전해야 한다.

올해, 앙굴렘화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우리나라의 <모바일 만화전>은 세계만화계에 새좌표로 해외 언론의 주목 받아, IT선진국답게 디지털을 통한 만화의 위상을 알리는 호기였다고 한다. 이런
우리의 장점을 유럽만화시장 런칭에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서비스 개념의 온라인만화잡지.

만화잡지는 독자와 작가가 작품을 대화하는 창구로써, 연재의 인지도를 높이고 단행본을 발간한다.

 단행본은 출판사의 실질적 수익 모델이다.

하지만 유럽만화시장에서의 오프라인 만화잡지창간은, 자본투자와 인원배치 등을 준비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런칭 과정에서 무리수가 따른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만화잡지는 단행본의 홍보를 지원하기 위해 제일 먼저 구축되어 할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현지의 생산과 제작을 유럽만화시장에 맞게 재생산해 온라인으로 동시 유통, 소비(프리 마케팅)시키는 시스템으로 온라인만화잡지를 창간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국내에서의 만화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버스에서도 만화책 당연하게
볼 수 있는!!!)

그리고 이러한 기획들로 양문화간의 교류가 성공적으로 형성된다면, 우리만화는 유럽만화의 진면목인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시나리오와 구도와 색채감을 살리는 그림 그리고 소장의 가치를 높이는 인쇄 기술 등이 동기부여가 되서 전형적인 아시아 만화의 틀을 깬, 브랜드 만화에 긍정적 도움이 될 것이고, 유럽만화 역시 진정한 대중예술을 위해 다변화 할 것이다.

그리고 유럽만화를 한국에서 출판하는 비앤비와 현문의 개척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분들의 정신이 켜켜이 쌓여 한국의 만화가 진화하기 때문이다. 현문과 비앤비 출판사가 아니었다면, 나는 다른 세계의 만화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유럽만화의 한국독자 길들이기가 성공해 많은 독자들이 새로운 생각과 기회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

 여기는 서점의 만화 코너이다.

 “유럽만화가 잘 팔리나요? 망가MANGA가 잘 팔리나요?”

 “망가MANGA보다는 아니메가 인기예요. 그리고 판매면에서는 유럽만화가 우위입니다. 그리고 몇몇 망가MANGA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이렇게 가볍게(!) 거래되는 편입니다.” 라며 너덜너덜한 중고망가단행본들을 보여준다.

 그는 망가MANGA의 소장가치에 대해 비웃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손들이 되사고 되팔아 저렇게도 너덜너덜하게 되었을까?

 진정, 대중과 제일 가까운 자는 누구일까?

점원의 뉘앙스에 경계심이 있다. 쓴웃음이 난다. 상대방을 경계태세로 만드는 일본만화의 저력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길들여져 가는 것이다. 이렇게 길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만화를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는 그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보게 된 것이다.

나오는 길, 휴고프라트Hugo Pratt의 <코르트 말테제Corto Maltese>와 밀로 마나라MiloManara의 <클릭Click>의 구입했다. 이 두 작가는 이태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만화가들 중에 한 사람들로, 구매의 의무가 있었다.

<코르트 말테제Corto Maltese>는 역사 공부를 강제 주입 당하는 기분과 너무 찐한 남자의 애수에 쉽게 응답할 수 없었던 반면, <클릭Click>의 말초적 뎃생은 글 없이도 한참을 읽게 했다.^^:::

아침, 호텔 옆에 큰 서점을 시작으로 콜로세움Colosseum,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피아차 디 스파냐, 뜨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폰타나 디 트레비, 빤떼온panteon, 인터넷 카페 그리고..그리고..그렇게 골목골목 걷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로마의 골목.

날도 어두워져서 당황했지만 조금 마음을 열어보니 여기는 로마가 아니라 그냥 골목이 되었다.

풍경 좋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골목길. 그래서 식사도 하고, 배낭 여행자와 이야기도 나누다, 그러다 큰 길을 찾았다.

그렇게 그 봄에, 나는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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