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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국제만화페스티벌Internationales Comix-Festival Luzern을 다녀와서.
이름: 조연우 ㅣ 작성일 : 2007-03-28 오후 9:26:54

만화에서 한 템포 쉬고, 산의 여왕 리기Rigi의 일몰까지 하이킹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의 전광판에서 루체른국제만화페스티벌Internationales Comix-Festival Luzern를 본 것이다.

 오늘부터 시작해 13일까지 행사되는 만화축제이다. 한국에서 유럽의 만화축제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고 찾았는데 금시초문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고마운 선물에 답하기 위해, 리기Rigi의 일정을 접고 루체른Luzern으로 출발했다.

역에서 축제의 팜플렛을 보고 놀랐다.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대여해, 하늘에 피고 지는 구름을 옆구리에 끼고, 봄바람 따스한 입김 맞으며 강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라트하우스광장Rathausplatz.라트하우스플라츠의 전시장에 도착했다.

올해로 12번째 되는 전시의 주제는 맹위Violence이며, 18개의 전시작들은 관객들의 투표로 우승이 결정된다.

 디억 본스마Dirk Bonsma의 200개의 우표 일러스트, 유럽 속에 동양적 색채가 짙은 미하엘 후스만Michael Husmann의 <인도 라마 서사시의 각색An adaptation of the Indian Rama Epic> 그리고 관객들이 SMS로 멀티게임에 참여하는 예술.디자인취리히스쿨Zurich School of Arts & Design의 동호회 MAD의 <디지털댄싱Digital Dancing>은 이채롭다.

 그 밖에, 빛과 같은 빠른 페인팅 기법으로 팝아트를 선보인 짐 아비뇽Jim Avignon과 문신예술가 롭코스Rob Koss과 같이 독특한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문신예술가 롭코스Rob Koss를 통해 예술에 대한 태도! 그것에 반성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문신의 법제화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것에 나는 동의한다.

 우선, 합법화를 통해 안전한 서비스를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표현의 자유는 보장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유는 인간의 존재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는 본능이다. 자유가 없는 창조적 예술은 불가능하다.

 물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보다 먼저, 사회의 보수적 잣대를 교정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문신을 병역기피, 조폭과 관련해 구박했다. 하지만 바늘은 살아, 피부에 정신을 아로새긴다. 나는 이 창조를 스스로 금기 시키고 하류 문화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것이,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의 동성애와 수음 등의 한 장면들만 보고 검열을 내리친 그 기준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반성한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문신예술가 롭코스Rob Koss가 피부마다 남기는 메시지의 가치는 의뢰인 스스로에게 넘겨진다는 것을.

만화축제에서 만난 문신tattoo, 지금 세계에서 예술의 경계를 짓는 것은 억지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이 잠든 사이, 우바뽀OuBaPo가 자라고 있다.

행사의 포인트는, 실시간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 바스티아Bastia와 스위스 루체른Luzern의 두 만화축제의 대화이다. 작가들은 우바뽀OuBaPo 규칙에 따라, 온라인으로 이틀동안 서로 협력해 작품을 만들고, 그 결과 물들은 우바뽀OuBaPo 전시실에 남긴다.

우바뽀OuBaPo는 무엇인가?

 운영자가 실컷 독어로 풀다 서로 감당이 안 되는 영어로 끌다, 그가 외친다.

“만화의 아방가르드!!!”

우바뽀OuBaPo는 이 시간의 만화의 형식과 제한, 재료 등과의 모든 면에서의 대결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뜻한다.

 우바뽀OuBaPo의 대표 작가들, 쟝 크리스토프 메뉴Jean Christophe Menu, 프랑소아스 아이롤레스Francois Ayroles, 에티네 레크로아트Etienne Lecroart, 킬로퍼Killoffer, 레비스 트론하임Lewis Trondheim, 요혠 게어르너Jochen Gerner 등을 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위에서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작품을 교류하는 등의 실험적 정신이 우바뽀OuBaPo의 정신이다.

이것은 프랑스에서 출발한 새로운 성향이며, 유럽만화의 잠재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그리고 필히 예견된, 세계만화의 창조적 토양이 될 것이다.

 여행 후, 지식검색을 두드려도 흔적이 없다. 그래서 정확하게 우바뽀OuBaPo운동에 대해서 알리지 못해 죄송하며, 많은 분들의 도움을 구하는 바다.

이 외에도 어린들에게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벽을 제공하여 체험의 기회도 높이는 푸멧티노 키즈 페스티발Fumettino Kids Festival가 흥미롭다.

자전거를 타고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약 1㎞ 이내를 돌면, 만화 전시 관람과 관광을 함께 할 수 있어, 축제에 맞춰 루체른을 찾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루체른국제만화페스티벌Internationales Comix-Festival Luzern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그 맹위(Subject-Violence)에 호흡이 가빠지고, 여기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긴장은 나를, 나를 더욱 걷게 한다.

이것이 길 위에서 만난 스위스만화이다.

 카펠교Kapellbruecke.캅펠브뤽케에서 바라본 스위스의 봄이 선명하고도 맑아서 하염없이 우러르고 싶지만, 기차로 한 시간을 달려, 바젤만화미술관Karikatur & Cartoon Museum.카리카투어 운트 카르툰 무제움으로 곧장 달려갔다.

라인강을 끼고 고즈넉이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만화미술관은, 화장기 없는 수수한 작은 외관과 짧은 3시간의 만남도 이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여 닫아버리는, 마치 소녀 같다. 그래서 오고 가는 사람마다 쉽게 인사할 수 없다. 하지만 수고로운 걸음으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시선을 보내면, 소녀는 반드시 연서로 화답한다.

100평 남짓 하는 이 작은 만화미술관은, 만화 애호가 디터 부륵하트Dieter Burckhardt와 유르겐 쉬파아Juerg Spahr가 세계 40개국, 작가 700여명의 3000점의 예술성 있는 오리지널 원화를 수집해 1996년 대중에게 전시하며 시작되었다.

옛 시가지와 조화를 이룬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유리를 사용해 쾌적하고 모던한 느낌이며 거울을 얽혀, 미로 같다.

 만화 학도들을 위한 포럼도 마련되고 도서관에는 5000여권의 만화 전문 서적과 잡지들이 구비되었으며, 인터넷 예약을 통해 큐레이터 다니엘 볼징어Daniel Bolsinger에게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이 있다.

촉박한 관람 시간 탓에 도서관 열람이 쉽지 않고 대여 또한 할 수 없어, 너무 아낀다는 인상에 밉상 맞을 수도 있지만 지극한 정성으로 수집한 세계 유명 만화가들의 원화에 사르르 녹아주고 싶다.

전시작들의 유머와 재치에 입 꼬리를 살짝 올려가던 중, 원작 베네통 광고 <사제와 수녀Priest and Nun> 보다 더 파격적인 <오스트리아의 화합United Colors of Austria>에 어깨를 들썩들썩 하고 말았다.

인종과 성별, 나이 등 모든 차이의 색의 화합을 통해, 휴머니즘을 브랜드 이미지의 성공전략으로 이끌었던 베네통의 슬로건 United Colors of Benetton이 오스트리아 만화가 게하트 하더러Gerhard Haderer의 회고전에서 가차없이 패러디 되 익살이다.

하지만 92년 작, 걸프전의 부시를 다룬 <사막 폭풍 작전Desert Storm II>에는 웃음을 부풀일 수 없다. 지금, 이라크 전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뜨거워질 뿐이다.

매 시즌마다 2~3개의 전시가 교체되므로, 미리 인터넷을 통해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알아두고 방문하면 좋을 듯 싶다.

제대로 된 풍요로운 식사를 대접 받고 나오는 문턱에서 나는, 말한다.

살림규모로 살림솜씨를 가늠하지는 말아라! 이 진가를 당신도 소화할 수 있길 바란다.

 흠모하지 않을 수 없는 소녀, 바젤만화미술관Karikatur & Cartoon Museum.카리카투어 운트 카르툰 무제움의 배웅을 뒤로 하고, 우리는 취리히Zurich로 돌아간다.

기차 안에서, 우리는 아일랜드 친구 할리Haley를 만났다. 그녀는 내 발음이 엉망이라고 놀렸지만 시원시원해서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한대 패주고 싶지만 예뻐서 용서한다고 했다.

 그녀가 내릴 때, 나는 김동화씨의 <만화로 보는 한국 단편 문학집>을 선물로 주었다.

 호텔로 오는 길, 마트에 들려 훈제 닭 두 마리, 와인 한 병, 사과를 사서 티비 앞에 늘어놓고 침대에 퍼져 여독을 푼다. 하지만 이내, 창문 너머의 저녁이 너무나 명랑해 캠코더 REC을 켰다.

 해를 빌려다 하루 더 벌고 싶은 날이었다. 그래서 잠이 얇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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