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Nha Trang

For Your Perfect Rest
휴식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시간
성격 급한 기자가 조금 일찍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을 기다리지 못하고 연중 300일 이상 해가 내리쬔다는 곳으로 여름을 찾아갔다.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이 도로변을 따라 펼쳐져 있고, 온종일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신 곳,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가 반기는 베트남 중남부의 해안도시 나짱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만나보자. 글 주소영 기자┃사진 조중민 기자

베트남의 중심도시 호치민(Ho Chi Minh)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나짱(Nha Trang)의 캄런(Cam Ranh) 공항에 내려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에서는 고기를 낚는 어부들의 느긋한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에게는 영어식 발음인 ‘나트랑’으로 알려진 이곳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백마부대가 주둔하던 격전지로도 유명한 곳. 하지만 혹여라도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도로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해변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액티비티, 해변에 늘어선 야자수 그늘에서 낮잠에 빠져든 사람들, 그리고 도심의 풍부한 문화유산까지. 전쟁의 상처 따위는 모조리 파도에 흘려보낸 듯 그곳에는 베트남 최고의 휴양지라는 명성에 걸맞은 감미로운 여유가 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무인도, 빈펄랜드가 되다 눈부신 햇살과 해변의 정취, 다양한 볼거리 외에도 나짱이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해안가를 따라 자리 잡은 최고급 리조트가 그것. 그중에서도 빈펄 리조트 앤 스파(Vinpearl Resort & Spa)는 이곳이 나짱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짱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나짱 해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혼 째(Hon Tre) 섬을 통째로 차지하고 들어선 빈펄 리조트 앤 스파는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이 주는 고요함과 동시에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편리함이 함께 한다. 리조트에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나짱 시내의 선착장에서 모터보트를 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 모터보트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시원함을 선사하고, 케이블카는 (사실 내부가 조금 덥긴 하지만) 나짱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꽤 무더운 시각이었기에 보트를 선택했다. 5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던 땀방울을 닦아준다. 온통 야자수로 둘러싸인 베트남의 정취 속에 자리한 리조트는 가운데 커다란 수영장을 중심으로 두 개의 건물이 마주 보며 서 있다. 넓은 로비를 지나 우선 객실에 올라가자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기 전에 보낸 짐이 이미 도착해 있다. 방 안에서 짐이 오길 기다리는 게 싫어서 호텔에 가면 벨보이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짐을 들고 다니곤 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재빠르게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섬에 들어올 때부터 점찍어 두었던 빈펄랜드(Vinpearl Land)로 향했다. 마치 할리우드의 그것처럼 섬 위에 ‘Vinpearl Land’라고 쓰인 커다란 글씨가 새겨진 이곳은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어뮤지먼트 파크로,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고공 회전그네, 범버카 등이 있는 게임존과 워터 슬라이드와 파도풀을 갖춘 워터파크, 그리고 베트남 해안에 사는 각종 수중생물을 전시한 아쿠아리움인 언더그라운드 월드가 나란히 자리한다. 얕잡아 보고 올라탄 고공 회전그네에서 극도의 공포감을 맛보고 높다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워터파크의 미끄럼틀을 즐기는 동안 해변으로 서서히 하루해가 저문다. 매일 저녁 7시에는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분수쇼가 열리고 파도가 철썩이는 해변에 마련된 푸드 빌리지에서 싱싱한 해산물부터 베트남 전통 음식까지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으므로, 놀이동산 마니아라면 나짱에서의 하루는 빈펄랜드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싶다.해양 스포츠의 천국을 즐기다 다음날 아침부터 역시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객실을 나선다. 오늘의 일정은 온종일 바다에서 놀기! 리조트 건물 앞에는 라군 형식으로 설계된 드넓은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고 바로 이어진 8백 미터 길이의 비치파라솔 아래에서 열대 과일 주스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여행객의 모습이 눈에 띈다.
나짱은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음에도 파도가 센 편이어서 다양한 해양레포츠가 발달한 낙원이다. 이곳에서는 웨이크보드, 카약, 서핑보드, 제트스키, 패러세일링, 피싱보트 등의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 그중에서 카약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 위험하지 않은 스포츠지만 어쩐지 혼자 카약에 오르기에는 겁이 나서 인스트럭터를 대동했다. 그런데, 그를 대동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파도를 거슬러 가다 보니 노를 몇 번 젓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바다로 나가 보지도 못하고 해안가 코앞에서 바둥대다가 포기했을 게 분명하다. 끙끙대는 기자가 안쓰러웠는지 기자보다 최소 열 살은 어려보이는 인스트럭터는 환하게 웃으며 그냥 쉬라고 손짓한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노를 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멋대로 노를 젓는 기자 때문에 되려 그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그 덕분에 백사장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바다로 나가자 리조트에서 보던 색깔과는 전혀 다른 짙푸른 색의 바다가 펼쳐진다. 푸른 하늘 아래 시퍼런 바다와 하얗게 반짝이는 모래사장, 그 위에 서 있는 고급스러운 리조트 건물과 바다 주변으로 펼쳐진 올망졸망한 섬….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세상은 온종일 바다 위에 동동 떠 있어도 좋을 만큼 여유롭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는 이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좀 더 다이나믹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나짱 시내로 나가보자. 나짱 시내에는 혼 문(Hon Mun)이나 혼 못(Hon Mot) 등 근교 섬으로 보트를 타고 떠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스포츠숍이 자리하는데, 1시간 남짓 보트를 타고 나가 즐기는 스노클링이나 스킨스쿠버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화려하고 신비한 바닷속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다 출출해지면 시내 곳곳에 마련된 레스토랑에서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맛보는 건 어떨는지.나짱 시내에서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 휴가를 즐기는 방법은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기자에게 완벽한 휴양지는 70퍼센트의 휴식과 30퍼센트의 관광이 어우러진 곳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나짱이다. 리조트에서의 휴식도, 바다 위에서의 모험도 모두 즐기고 나면 나짱 시내를 따라 거닐어 보자. 시내 자체에 큰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짱 시내의 중심도로인 쩐 푸(Tran Phu)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은 혼잡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불러 일으키며, 쩐 푸 거리와 접해 있는 나짱 비치에서는 나란히 손을 잡고 파도타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과 체육복을 입고 비치 발리볼을 즐기는 학생들, 일광욕을 즐기는 여행객 등이 어우러져 활기찬 풍경을 자아낸다. 그렇게 오른쪽으로는 해안의 풍경을, 왼쪽으로는 도로의 북적임을 즐기면서 걷다 보면, 해변 끝으로 수상가옥이 자리한 아담한 어촌마을이 펼쳐진다.
나짱 역 근처에 자리한 롱선사(Chua Long Son)도 가보길 권한다. 1898년에 지어진 이 사찰은 24미터 높이의 거대한 좌불상으로 유명한 곳으로, 특히 좌불상이 있는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바다와 알록달록한 건물이 자아내는 나짱 시내의 풍경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전쟁과 부패정권을 반대하며 분신을 했던 팃 쾅 득 스님(Thich Quang Duk)이 호치민으로 떠나기 전 기거하기도 했던 곳으로, 좌불상 좌대에는 전설 속의 고승 7명의 흉상이 조각되어 있다. 도시 북쪽에 있는 담 시장(Cho Dam)에서는 나짱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나짱 최대 규모의 야외시장인 이곳에는 파인애플과 망고 같은 과일부터 잡화, 의류, 해산물, 간식거리 등 필요한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데,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소박하고 활기찬  풍경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