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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문화 즐겨찾기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9-07-16 오전 9:39:06

홍콩 문화 즐겨찾기

영토는 매우 좁지만 알아갈수록 커다란 매력을 발산하는 홍콩.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자동차가 넘쳐나도, 그곳은 언제라도 문득 떠나고 싶은 곳이다. 홍콩 여행을 결심하게 하는 것이 쇼핑과 야경뿐이라는 편견은 버려라. 유럽과 중국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홍콩만의 독특한 문화 코드가 있으니 말이다.

글 한미영 기자│사진 박진희 기자

중국인에게 홍콩과 마카오는 늘 가슴 한구석을 아프게 하는 상처 같은 곳이었다. 서구 열강에 짓눌린 자존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아니었나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상인들이 무역을 빌미로 중국 땅에 들어가면서 중국 사회는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만나게 된다. 중국의 은, 비단, 차와 향료를 가지고 가면서 아편이 흘러 든 것이다. 게다가 저 멀리에 있는 조그마한 항구를 하나 떼줬는데 그 항구를 영국인들이 맛깔 나게 요리해 사용하고 있으니 배도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홍콩의 입장에서는 ‘죽의 장막’에 갇혀 경제 발전은커녕 제대로 된 산업 발달도 이루어지지 않는 중국보다는 영국이 여유로운 삶을 보장해주었다. 낙후한 가옥은 영국식 건축 양식을 받아들여 근대화되었고, 또 산업이 발달했다. 빅토리아 하버를 이용한 무역은 홍콩을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홍콩이 영국령이 된지 155년. 홍콩은 중국의 전통 위에 유럽풍 사회 문화를 새로 지어 홍콩만의 문화 코드를 만들어갔다.

중국 문화와 유럽 문화가 혼재된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홍콩이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오히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시점이었다. 아무래도 낙후한 경제와 문화가 지금껏 이루어온 홍콩에 쓰나미처럼 밀려들 것이라는 홍콩 사람들의 위기 의식 때문이다. 이 혼란기에 등장한 것이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던 ‘홍콩 누아르’ 영화다. 하지만 이제 그 혼란은 오히려 홍콩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의 문화와 중국의 전통 문화를 동시에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한번의 사치, 애프터눈 티 즐기기 고급 호텔에 묵으며 넉넉한 여비를 가지고 한가로이 쇼핑을 즐기는 럭셔리 여행을 하고 있다면 걱정 없겠지만,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은 언제나, 늘 여유롭지 못하다. 덕분에 여행자는 늘 선택을 해야 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리 주머니 얄팍한 여행자라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항목과 아낀 여비를 이용해 꼭 한 번 사치를 부리고 싶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숙박비를 아껴서 구두 한 켤레라도 더 사겠다거나, 식비를 아껴서라도 공연을 한 번 더 보겠다거나 하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다. 특히 그 여행지가 홍콩이라면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애프터눈 티 즐기기다.

영국인들은 전쟁 중에도 티 타임을 즐긴다고 한다. 홍콩이 영국인들 손에 넘어가게 된 것도 바로 차 때문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것은 영국과 중국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단한 요기거리로 생각하기에는 조금 거한 감이 있지만 삼시세끼 모두 챙겨먹지 못하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든든한 식사를 대체할 수도 있겠다. 홍콩의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중국식과 영국식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마련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랜드마크 백화점 내에 입점한 영국 백화점 하비 니콜스 홍콩(Harvey Nichols Hongkong)의 4층에 자리잡은 더 포스 플로어 레스토랑 앤 바(The 4th Floor Restaurant & Bar)가 그곳. 세 종류의 핑거 샌드위치, 짭짤한 핑거 푸드,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 등으로 이뤄진 애프터눈 티 세트는 1인에 178홍콩달러, 2인에 278달러이며, 차나 커피를 주문해 함께 즐길 수 있다. 티를 즐기는 순간만큼은 여유로운 영국 귀족 행세를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티 타임을 마음껏 즐기시길.

무료로 즐기는 문화 여행 작지만 알찬 홍콩 현지의 관광 안내 센터(HKTB Visitor Information & Services Centres +852-2508-1234)를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홍콩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중국 의학 체험, 쿵푸 교실, 광동 오페라 감상처럼 전통 중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것부터 홍콩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가이드 프로그램, 현대 홍콩을 경험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강의 시간이 정해져 있고, 참가 가능 인원이 제한되어 사전에 예약을 하는 게 좋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일정을 잘만 짜면 홍콩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체험 프로그램은 단연 티 클래스다. 홍콩 공원 내부에 자리잡은 록차 티숍(Lock Cha Tea Shop)에서 진행되는 티 클래스는 찻집 한 편의 커다란 탁자에 둘러 앉아 차를 시음하면서 차에 대해 배운다. 차의 종류와 마시는 방법, 다도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으면 중국 차 문화에 점차 빠져드는 것 같다. 몸을 움직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면 홍콩인들의 건강을 지켜온 타이치 클래스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2세기에 만들어진 우아한 권법 형태의 무술인 타이치는 명상처럼 맑은 정신을 유지시켜 균형감각을 일깨우고 근육과 호흡상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2000년 영국 블레어 총리 홍콩 방문 시 시범을 보였던 실력자가 강사로 나서고 있으니 참가를 원한다면 가벼운 옷과 운동화를 준비하고 구룡반도 침사추이의 홍콩 예술 박물관 앞 조각 코트로 가면 된다.

기자가 홍콩 문화 체험 프로그램 중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건축이었다. 건축가와 함께 걸으면서 건축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면 건축물 투어가 제격이다.

홍콩은 국제적인 도시이지만, 풍수지리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해 실제로 대부분의 건물이 전통 풍수지리에 근거해 건축되었다. 실제로 아시아 금융의 중심인 센트럴 지역은 20년 가까이 풍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989년 중국은행 건물이 칼의 형상을 한 날카로운 외관과 전면을 유리로 마감하면서 홍콩에서 기가 가장 센 건물로 통하게 됐다. 그러자 HSBC은행은 중국은행 건물의 기가 너무 세다며 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건물 옥상에 대포 모양의 기중기를 설치한 것이다. 물론 대포는 중국은행을 겨냥하고 있다. 이 두 건물의 중간에 있는 70층짜리 청쿵그룹 사옥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외관에 반사유리를 설치했다. 게다가 리카싱(李嘉誠) 회장이 근무하는 화장실에는 중국은행 건물에서 뿜어 나오는 살기를 꺾는 데 물과 유리가 효과적이라는 풍수지리 전문가의 건의에 따라 소형 폭포와 연못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풍수지리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풍수의 대가인 ‘알렉스 유’가 진행하는 무료 풍수 강연 프로그램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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