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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잊다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9-08-03 오후 6:15:14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잊다

6박 8일의 일정표를 받아들고 ‘아니, 8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만 하라는거야?’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것을 고백해야겠다. 카지노로 대표되던 도시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으니까. 두 눈 가득 채워지던 화려한 쇼부터 수많은 놀이거리, 전 세계 유명 브랜드는 다 모여 있는 쇼핑거리, 해변이 부럽지 않은 수영장과 구경만 해도 하루는 훌쩍 지나갈 호텔들까지.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지나고 보니, 8일이라는 시간은 라스베이거스를 다 느끼기에는 너무나 짧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몇 시간 떨어진 그랜드 캐년을 보고 올 정도의 시간이란 건, 도무지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그곳에 있는 건 원하는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카지노의 도시’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된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다.

‘숙박의 장소’에서 탈피하는 호텔들 한 해에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략 4천만 명 정도다. 이 많은 숫자의 사람들 중 단지 카지노를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답은 3퍼센트다(기자 역시 “말도 안돼”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진실이다). 다른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관광 자원을 즐기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그 중 하나는 호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은 그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먹고, 즐기고, 관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치 베니스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베네치안(Venetian)이나 파리에 있는 에펠탑을 크기만 축소해 지어놓은 패리스(Paris), 뉴욕에 있는 상징물들을 본따 만든 뉴욕뉴욕(NewYork NewYork), 헐리웃 영화나 유명 스포츠 스타를 컨셉트로 해 모든 방을 다르게 꾸며놓은 플래닛 헐리우드(Planet Hollywood)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숨 찰 정도다. 호텔마다 즐비한 레스토랑들도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향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엠지엠(MGM) 호텔의 죠엘 로뷰숑같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부터 미국 내에서 미슐랭 3 스타와 같은 가치를 지니는 다이아몬드 5개를 받은 레스토랑-미슐랭 1, 2 스타나 다이아몬드 3, 4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외울 수도 없을 만큼 많다- 등 최고급 레스토랑들은 먹는 즐거움을 충족시켜 준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레스토랑

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뜨거운 사막의 온도가 싫다면 수영장으로 가면 된다. 특히, 캘리포니아 해변의 모래를 공수해 마치 그곳의 해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맨덜레이베이(Mandalay Bay) 호텔의 비치 풀(Beach Pool)이 유명하다. 플라밍고(Flamingo) 호텔의 수영장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라스베이거스를 움직이는 트렌드 최근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라스베이거스를 휩쓸고 있다. 상류층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만드는 호텔들이 바로 그것. 이 호텔들은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스위트 룸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만드는데, 팔라조 라스베이거스(Palazzo Las Vegas)나 벨라지오(Bellagio), 더 호텔(The Hotel) 등이 유명하다. 이 ‘호텔 인 호텔(Hotel in Hotel)’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말 그대로 최고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최고급 리무진 픽업서비스는 물론, VIP 출입구, 라운지, 체크인 카운터도 따로 있다. 고객을 유치하려는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서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의 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음료수는 콜라만 마신다’라고 주문하면 냉장고를 콜라만으로 채워주는 등 오직 한 고객만을 위해 룸을 세팅해주는 곳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엠지엠 그룹에서 짓고 있는 시티센터(City Center)다. 85억 달러를 투자해 짓고 있는 이 센터는 총 6개로 이루어진다.

2009년 10월, 호텔 비다라(Vdara)가 오픈하고 이어 12월에는 반은 호텔, 반은 레지던스(Residence)인 크리스털(Crystal)과 모두 레지던스인 비어(Veer) 등 4개 호텔이 오픈한다. 2010년에는 마지막으로 하이엔드 호텔인 하몬(Harmon)이 문을 연다. 정해진 작은 공간 외에는 카지노가 들어서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대규모 시어터와 컨벤션 센터도 함께 들어선다.

오감을 충족시켜주는 즐길 거리들 라스베이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호텔 내의 시어터들에서 열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쇼다. 가장 유명한 것은 태양의 서커스 오쇼(O Show)와 카쇼(Ka Show). 엄청난 양의 물로 이루어진 무대에서 진행되는 벨라지오 호텔의 오쇼는 공연 내내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여신 같은 여인들이 헤엄치는 장면에 넋을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나타난 배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갑자기 딱딱하게 변한 무대 위에는 마차가 지나다니기도 한다. 한 배우가 수십 미터 위에서 무대 위로 다이빙하는 장면에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 쇼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도 대단해서 표 값이 20만 원에 이르지만 한 달 전에 예약해도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다. 다른 종류의 태양의 서커스인 엠지엠 호텔의 카쇼도 상하좌우를 막론하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해적들을 보면서 넋을 놓게 된다. 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발리(Bally’s) 호텔의 쥬빌리쇼(Jubilee Show)도 놓치면 아까울 쇼 중 하나. 단,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아이들은 볼 수 없다. 호텔 외부에서 볼 수 있는 무료 쇼들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나 트레저 아일랜드(Trasure Island)의 해적쇼가 가장 인기 있다.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만족할 만한 놀이기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것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높은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 호텔 타워에 있는 놀이기구들이다.

909피트 위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빅샷(Big shot, 한국의 자이로드롭과 비슷하다)이나 866피트 상공에서 작은 기구에 의지해 타워 밖의 아무것도 없는 하늘로 날아가는 엑스 스크림(X-scream)과 인새니티(Insanity, 이름 자체가 ‘광기’다)는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스릴-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제하자. 기자는 죽다 살아났다-을 선사한다. 뉴욕뉴욕 호텔 외부를 한 바퀴 돌며 무려 3분 동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롤러코스터도 스릴마니아들이 꼭 들리는 명소다.

아이들과 함께 온 관광객들은 미라지(Mirage) 호텔을 많이 찾는다. 돌고래 쇼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레오파드나 알파카, 사자들이 살고 있는 동물원이 있기 때문이다. 사자가 상징인 엠지엠 그랜드(Grand)호텔에서도 살아 있는 사자-여기에 출퇴근 하는 사자는 엠지엠에서 제작한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입 큰 사자의 후손이다-를 볼 수 있다.

쇼퍼홀릭들이여, 이곳을 주목하라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전했던 것은, 이곳이 쇼핑의 천국이라는 것이다. 베네치안 호텔의 그랜드 커널 숍(Grand Canal shop)이나 시저스(Ceasars) 호텔의 포룸 숍(Forum Shop) 같은 쇼핑가에는 명품 브랜드가 몰려 있고, 숍 내부를 한 바퀴 돌면 1마일이 된다 해서 미라클 마일 숍(Miracle Mile Shop)이라 불리는 쇼핑가에는 170여 개의 브랜드 숍들이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쇼 몰(Fashionshow Mall)이라는 쇼핑몰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값 비싼 명품과 저렴한 가격의 브랜드 등이 많이 입점해 있기도 하지만 금, 토, 일요일에 이곳을 찾으면 무료 패션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2시부터 5시까지 매시 정각에는 쇼핑몰 내부의 무대에서 전문 모델들이 패션쇼를 연다.

쇼퍼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은 아울렛 센터다. 라스베이거스에는 150개의 숍이 있는 프리미엄 아울렛(Premium Outlet) 센터와 130개 숍이 있는 라스베이거스 아울렛(Las Vegas Outlet) 센터가 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차를 타고 10여 분 정도만 이동하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빼놓지 않는다. 조심할 것은 유명 브랜드들의 물품을 무척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름신이 강림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후일 날아오는 카드 값에 머리를 쥐어뜯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인터넷 사이트에서 VIP 등록을 하면 추가 할인이 가능한 쿠폰북을 받을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흘러간 시간을 찾아서 ‘The Newest is the Best’라는 모토 아래 최근의 관광객 경향에 맞춰 끊임없이 변모하는 도시라지만, 라스베이거스에도 흘러간 시간은 존재한다. 그 시간을 느끼고 싶다면 다운타운이라고도 불리는 올드타운(Old Town)이 딱이다. 카지노가 생기기 시작한 초창기의 도심가인 올드타운에는 그 때 그 호텔들이, 그 때 그 카지노들이 여전히 불을 환하게 밝히고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꽤나 맛 좋은 음식들을 대접하는 레스토랑들도 있고 잭팟이 터지는 카지노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올드타운의 맛을 즐기려면 밤에 열리는 전구쇼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올드타운의 메인로드 하늘은 수만 개의 전구로 만들어진 천장-시공사인 ‘LG’의 큼지막한 로고를 발견하면 꽤나 뿌듯하다-이 덮고 있는데 매시 정각마다 이 천장이 화려한 전구쇼 무대가 된다. 흥겨운 노래나 쉬운 춤을 가진 친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면 메인 로드는 순식간에 거대한 나이트클럽으로 돌변한다.

전구쇼가 끝나도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공연 때문에 도저히 몸을 쉴 틈이 없다.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와 흥겨움을 지면에 그대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울 정도다.

모두가 즐거운 도시, 행복한 도시 이렇게 많은 지면에 걸쳐 이야기했지만, 아직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도시였기에.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 대해 한 마디로 이야기하라면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즐거웠고, 언제나 행복했다고. “당신이 너무나 즐거워 보여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한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지금부터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날 당신에게 그대로 전한다. “마음대로! 무엇이 문제인가요? 여기는 라스베이거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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