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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독일을 살찌우다.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9-10-22 오후 4:42:50

Germany Music

ALONG BY THE SWEET MELODY

음악, 독일을 살찌우다.

어쩐지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독일 땅에서 바로크 시대 음악의 대가와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이끌어간 이들의 이름이 줄줄 새어나왔다. 뒤셀도르프에서 드레스덴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감미로운 멜로디가 흘렀고, 클래식에 대한 무지에서 온 나의 선입견은 위대한 음악가의 예술혼이 담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함께 흘러갔다. 글 주소영 기자│사진 문유선 기자

제1장, 슈만에게 띄우는 편지 알고있나요? 2010년 당신의 출생 200주년을 맞아 ‘슈만 로드’라는 새로운 여행 코스가 생겼어요. 뒤셀도르프(D웧seldorf)부터 라이프치히(Leipzig)를 거쳐 드레스덴(Dresden)까지, 당신의 삶을 되짚어보면서 당신이 남긴 음악과 함께 당신을 기억하고자 만든 것이죠. 오늘날 우리에게 당신은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로 알려져 있답니다. 더불어 당신과 클라라의 러브 스토리는 음악사에 다시 없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죠. 괜찮으시다면 제가 만나고 온 당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1850~1852, Dusseldorf 성공, 그리고 생의 마지막 당신을 만나는 곳으로 처음 선택한 곳은 뒤셀도르프에요. 당신이 그렇게 이루고 싶었던 성공과 인기를 거머쥔 도시, 그리고 지독한 정신병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곳. 뒤셀도르프는 당신이 본(Bonn) 근교의 한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치기 전 클라라가 함께 살았던 마지막 도시이기도 하죠. 중앙역 서쪽의 빌커 거리(Bilkerstr.) 1032번지. 당신의 옛 주소 맞죠? 건물 벽면에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은 1852년 9월 1일부터 1854년 3월 4일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라는 간판이 걸려 있어요. 당신의 방을 구경하고 싶은데, 현재 사람이 살고 있다네요. 첼로를 공부하는 학생이래요. 당신에게서 음악적 영감을 받고 싶어서 이사 온 게 아닐까요?

이 집은 정원이 참 예뻐요. 나무로 우거진 아담한 정원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거든요. 그때도 이런 정원이 있었나요? 그랬다면 클라라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창문 너머 정원으로 새어나왔겠군요. 이 집은 당신이 뒤셀도르프 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초청받아 1850년 이 도시로 온 뒤 세 번째로 선택한 집이라죠. 1층과 2층을 모두 사용해서 작곡을 해야 하는 당신과 피아노 연습이 필요한 클라라가 각자의 공간을 갖고 무척 기뻐했다고 들었어요.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이 집의 1층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어서 당신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요. 박물관에 있는 피아노 위에는 당신이 1853년에 작곡한 ‘Die Orange und Myrthe Hier’의 악보가 놓여 있었어요. 아쉽게도 피아노는 당신이 클라라의 생일선물로 준 것이 아니었지만요. 아마도 작곡을 할 때 썼을 잉크를 담았던 작은 병과 몇 가지 물건이 전시되어 있고, 당신이 이 집에서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과 교향곡의 악보가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어요. 그 속에서 당신의 필체도 볼 수 있죠.

클라라와 브람스 당신 로베르트 슈만의 사진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사진도 있네요. 당신의 음악에 매료된 브람스가 이 집에 처음 온 게 1853년 9월 30일이었던가요? 그때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죠. 이 낯선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당신과 클라라는 깊은 감명을 받았고, 10월 28일 당신이 발간하던 ‘음악신보(Neue Zeitschrift f웦 Musik)’를 통해 그의 재능을 극찬했죠. 그런데 혹시 알고 계셨어요? 브람스는 당신의 부인 클라라를 마음속 깊이 연모했다고 해요. 당신이 환청까지 들릴 만큼 심각해진 정신병으로(항간에는 매독으로 인한 정신분열이라는 설이 있더라고요. 진실은 당신만이 알겠죠?) 라인강에서 자살을 시도한 이후, 이곳으로 이사 온 브람스는 당신이 요양원에 머물다가 1856년 46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클라라 곁을 지키며 그녀에게 헌신했죠. 설마 150년이나 된 옛날 일로 화내시려는 건 아니죠? 힘든 시기여서 클라라 역시 브람스에게 의지하며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고는 하지만 당신이 죽은 이후 클라라는 피아니스트로서, 브람스는 자신의 열정을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시킨 작곡가로서 평생 가까운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니까 괜한 오해는 하지 마세요.

1844~1849, Dresden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꿈꾸다 이제 드레스덴으로 가볼까요? 당신은 멘델스존의 뒤를 이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Gewandhaus)의 지휘자가 되고 싶었지만 덴마크 작곡가인 닐스 가데에게 자리를 뺏기고 말았죠. 실망도 했고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의사의 권유도 있어서 1844년 12월에 드레스덴으로 이사를 했고 1849년 드레스덴 혁명을 피해 뒤셀도르프로 옮길 때까지 6년간 이곳에서 생활했어요. 아쉽게도 드레스덴은 세계 2차대전 당시 모든 건물이 무너져서 당신이 살던 집은 남아 있지 않아요. 드레스덴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츠빙거 궁전 뒤쪽의 동상뿐이죠. 넓은 잔디밭에 외롭게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슬퍼 보여요. 우리를 안내해주던 가이드는 “아마 드레스덴 국립 오케스트라인 슈타츠카펠레의 지휘자가 되고 싶었던 슈만이 바그너에게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하네요. 그랬나요? 당신은 유일한 오케스트라 곡인 ‘게노 베바(Genovena)’를 이곳 드레스덴에서 작곡했죠. 피아노 연주곡과 가곡에는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지만 오케스트라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에 그 곡은 만들고 나서 100년이 지난 1937년에야 공연됐다고 해요.

작은 도시에서 만나는 슈만의 흔적 당신의 발자취는 드레스덴 근교에서도 만날 수 있었어요. 드레스덴에서 30분 거리의, 당신이 드레스덴을 떠나기 직전 6주간 휴가를 보냈던 크라이샤(Kreischa)라는 동네를 기억하세요? 그때도 그랬겠지만, 여전히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었어요. 이곳 타운홀 앞 공원에도 당신의 동상이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이 기부해서 세운 것이래요.

당신과 클라라가 1846년 5월과 6월, 두 달간 머물렀던 막센(Maxen)도 갔었어요. 두 사람이 잠시 기거했던 막센 성은 예전 모습 그대로예요. 지금은 세 가족이 살고 있는데, 집주인의 부인이 클라라 복장을 하고 관광객들을 안내해요. 아쉽게도 우리는 부인이 외출 중이라 집주인의 안내를 받았지만요. 그가 그러는데, 당시 이곳 성주와 클라라 아버지는 친분이 두터웠대요. 그래서 당신과 클라라의 결혼으로 관계가 안 좋아진 부녀 사이를 회복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했다더군요. 그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당신이나 바그너 등 많은 예술가를 후원하고 성으로 자주 초대를 했다죠. 클라라는 일기에 이곳에 오는 것이 행복하다고 남겼대요. 막센 성에서 나와 생활했던 ‘의사의 집’도 그대로에요. 이곳은 2010년 당신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계획을 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집의 소유권 문제로 방치된 상태죠.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네요.

참, 린덴 박물관(Lindenmuseum)이라고 아세요? 막센의 언덕을 따라 클라라가 산책을 즐기던 곳에 1천 년 된 커다란 린덴 나무가 있는데 클라라가 나무 그늘에서 종종 휴식을 취하며 일기를 쓰던 곳이에요. 그 옆에 소방서 건물을 2006년에 클라라에 관한 박물관으로 꾸몄죠. 폭이 1미터도 되지 않을 아담한 곳으로 클라라의 사진과 악보 몇 가지가 있어요. 나무 옆에는 클라라 동상이 있는데, 사진으로도 느꼈지만 그녀는 참 미인이었네요.

1828~1844, Leipzig 음악의 길로 접어들다 이제 라이프치히로 갈 차례네요. 아마도 라이프치히에서의 시간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닐까 하는데, 제 추측이 맞나요? 당신은 라이프치히 근처 츠비카우(Zwickau)에서 1810년 7월 8일에, 클라라는 이곳 라이프치히에서 1819년 9월 13일에 태어났죠. 음악을 하기까지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라이프치히 법대에 입학했지만 결국 어머니를 설득해 1830년에 당대 유명한 피아노 교사인 프리드리히 비크를 찾아갔죠. 하마터면 위대한 음악가 한 사람을 못 만날 뻔했군요! 당신은 그곳에서 스승의 딸이었던 클라라를 처음 만났죠. 그녀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하긴, 그때 그녀의 나이가 11살이었으니 그저 귀여운 소녀였겠네요. 하지만, 클라라는 9살 때부터 피아노 연주회를 열만큼 유명한 천재 피아니스트였다죠. 당신은 클라라의 집에 머물면서 피아노 연습과 작곡을 했는데, 피아노를 좀 더 잘 치고자 하는 욕심에 손가락 힘을 강하게 해주는 기계를 개발했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불행을 겪게 되었죠. 그래서 이후 작곡에만 전념했고요.

그맘때쯤, 그러니까 1834년이 음악잡지를 창간한 해인가요? 당신이 높이 평가하는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글을 썼던,브람스를 소개한 그 잡지 말이에요. 그리고 성 토마스 교회 근처에 있는 카페 바움(Zum arabischen Coffee Baum)에서 바그너, 리스트 등 당대 음악가들과 잡지에 관해 자주 토론을 벌였다고 들었어요. 카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요. 1694년에 문을 열었으니까 300년도 더 됐네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로, 당신과 당신 친구들을 비롯한 괴테, 나폴레옹 등 역사적인 인물들이 방문한 곳이어서 늘 관광객으로 북적여요.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기에 저도 잠깐 들렀었죠. 1층과 3층은 카페, 2층은 레스토랑, 4층에는 커피 박물관이 있는데, 1층 카페의 구석에 당신이 주로 앉았던 곳은 ‘슈만 테이블’로 지정되어 있어요. 참, 당신이 창간한 그 잡지가 지금도 발행되고 있대요. 뿌듯하시죠?

결혼, 그리고 음악에의 열정 이제 당신의 결혼 이야기를 해볼까요? 클라라가 16세가 되던 해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두 사람, 아버지의 반대, 법정 소송 그리고 결혼까지. 순탄치 않았지만 사랑을 지켜낸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오늘날까지 음악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 법정의 결혼허가가 떨어지자 당신과 클라라는 1840년 9월 12일에 결혼을 했죠. 당시에는 21세가 넘으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는데, 이날은 클라라의 21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어요. 몇 개월만 기다렸으면 당신의 스승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인 비크 씨와 법정 소송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사랑의 열병을 앓던 두 사람에게는 그 시간도 너무 길게만 느껴졌었나요?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라이프치히 시내에서 15분 거리의 슈뇌펠드(Sch쉌eld) 교회는 작고 아담한 곳이더군요. 그곳에선 매년 당신들의 결혼 기념일에 콘서트가 열려요. 힘들게 이어온 사랑이 결실을 보아서인지 당신은 그 한 해동안 숱한 작품을 쏟아냈죠. 괴테, 뤼케르트, 바이런, 무어 등의 시에 곡을 붙여 결혼 전날 클라라에게 바친 ‘미르테의 꽃(Myrthen Op.25)’을 비롯해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리더크라이스(Liederkreise Op.39)’,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 liebe und Leben, Op.42) 등 무려 140여 곡에 달하는 곡을 말이에요. 그래서 당신의 1840년은 ‘가곡의 해’라고 불리죠.

당신과 클라라가 신혼생활을 한 집도 가봤어요. 인젤 거리(Inselstr.) 18번지의 옅은 노란색을 띤 클래식한 건물은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거든요. 내부에 들어서면 클라라 복장을 한 가이드가 당신과 클라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집을 안내하는데, 그녀는 성악가래요. 그래서 당신의 음악을 멋진 노래로 감상할 수 있었죠. 이곳에는 멘델스존, 리스트, 바그너, 베를리오즈 등 많은 손님이 왔었다죠. 당시 멘델스존이 피아노를 연주하던 곳은 지금도 그 형태 그대로 갖추고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미니 콘서트를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어요. 당신과 클라라의 출생문서를 비롯한 각종 문서, 두 사람이 함께 작곡한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고 당신과 클라라, 두 사람의 부모님 8명의 아이 사진도 봤어요. 집안을 둘러보다 보니 신혼의 단꿈에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레 눈앞에 그려지더라고요.

2010, Schumannfest 온 도시에 흐르는 슈만의 음악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니 어때요? 전 사실 당신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하지만 세 도시를 돌아보면서 당신의 삶에, 그리고 음악에 관심이 생겼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축제가 시작하기 전이어서 당신의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없었다는 거에요. 하지만 내년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죠. 뒤셀도르프와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에서는 내년을 ‘슈만의 해’로 지정하고, 일 년에 걸쳐 다양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뒤셀도르프의 톤할레(Tonhalle), 로베르트 슈만 홀(Robert-Schumann-Saal),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 드레스덴의 젬퍼 오퍼(Semper Oper) 등 대표적인 콘서트홀은 물론 각 대학, 교회나 성당, 당신이 머물던 드레스덴 외곽지역, 그리고 거리에서도 당신의 음악이 울려 퍼지겠죠. 특히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리는 슈만축제(Schumannfest) 기간에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6월 3일 뒤셀도르프에서는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명훈의 지휘 아래 당신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랍니다. 내년을 위해서 저도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겠어요. 귀에 익숙하도록 음악도 듣고, 저축도 하고 말이에요. 혹시 여건이 여의치 않게 되더라도 2010년 7월 8일, 당신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에 당신의 음악을 듣는 건 잊지 않을게요. 참,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에게 멋진 음악을 남겨준 로베르트 슈만, 그리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뛰어난 연주실력으로 슈만의 음악을 대중에게 전해준 클라라 슈만, 두 사람 모두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