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생수다. 알프스의 청정 고원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청정수를 담아 전세계에 건강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비앙 생수가 탄생한 이곳은 프랑스 시골의 작은 마을처럼 그 규모가 아기자기 하다. 겨울 속의 에비앙. 잠시 에비앙의 거리를 거닐어 보자.

글 김형철 편집장 사진 문유선 기자

프랑스 동부, 오트 사보이 지역의 북부에 자리하고 있는 에비앙은 13킬로미터 거리의 스위스 로잔과 레만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호수를 따라 자리한 이 작은 마을은 그리 화려할 것도 없고, 프랑스를 대표할만한 위대한 건축물이 있는 곳도 아니지만 전 세계 누구든 에비앙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생수의 상당수가 바로 에비앙 생수이기 때문인데, 그 본원지가 바로 이곳 에비앙이다. 7,500여명의 인구와 1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진 이 마을은 파리에서 580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테제베가 도착하는 곳이어서 특히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양차 이곳을 찾아온다고 한다. 지난 1천여 년 전까지 에비앙은 여러 번에 걸쳐 이름이 바뀌어 왔다. 1150년에는 아퀴아눔, 1219년에는 아퀴아노, 1420년에는 아이비엥, 그리고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것이 1864년이었다. ‘에비앙-레스-바인’이라는 현재의 이름이 탄생한 것이 아직 150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마을에는 몇몇 역사적인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대부분 1870년부터 1913년 사이에 지어진 것들로 에비앙의 상징처럼, 그리고 에비앙의 고풍스런 이미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런 건축물과 치료효과가 알려진 에비앙생수의 존재가 에비앙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 놓았다.

공짜로 마시는 생수

알프스의 빙하가 녹은 물이 로잔 호수로 흘러들고 이 호수는 호수변의 사람들에게 삶의 여유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생수의 출현이다. 에비앙의 물이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되었고, 그것의 효능이 구전을 통해 퍼지면서 요즘에는 에비앙의 물을 이용한 스파 센터가 등장해 에비앙을 건강의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이곳 물의 효능이 발견된 것은 약 200여년 전의 일이었다. 1790년, 오베르뉴 출신의 까샤(CaChat)라고 하는 사람이 갈증으로 목을 축이기 위해 세인트 캐서린 분수의 물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 물을 마시게 되었는데, 어느 날 몸이 가볍고 편안해짐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신장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그가 마셔왔던 물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효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비로운’물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면서 의사들도 이 물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까샤(CaChat)는 이 물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는데, 1824년에 ‘바인드 드 에비앙’이라는 브랜드가 탄생되었다. 그 후 2년 뒤에는 사르디니아 왕이 에비앙생수를 병에 담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해주면서 더욱 발전하기 시작했고, 1829년에는 에비앙생수를 이용한 스파시설이 들어서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후니쿨라가 등장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었다. 특히 에비앙에 지금의 파크호텔과 같은 럭셔리 호텔이 건설되면서 에비앙은 에비앙생수로 인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게 되었다.
시내의 세인트 캐서린 분수에서 나오는 생수를 사람들은 물통을 들고 와서 공짜로 담아가곤 한다. 한 겨울에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생수를 이곳 사람들은 돈 한푼 지불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담아가는데, 에비앙에 사는 사람들의 특별한 혜택인 셈이다. 이 분수의 반대편에는 1903년에 까샤펌프실이 지어지면서 연중 풍부한 양의 물을 주변지역으로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 속 에비앙으로의 산책

사시사철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에비앙을 겨울에 찾는다면 눈 내린 하얀 세상이 어울릴 것이다. 레만 호수위로 소복하게 내리는 눈발의 정겨움도 그렇지만 고풍스런 건축물 위로 내려앉은 새하얀 눈의 깨끗함이 에비앙 생수의 깨끗함만큼이나 영롱해 보인다.

호숫가에 자리한 여행안내센터에서 에비앙의 지도를 받아든 다음에는 노틀담 사원으로 향한다. 13세기 후반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사보이 고딕예술의 전반부를 나타내는 양식을 띠고 있는데, 14세기와 15세기 등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개보수가 이루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외견상으로 보이는 양식만 보아도 고풍스럽고 예술적 감각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샤를르드골 광장은 에비앙의 가장 중심이기도 하다. 작은 호텔과 레스토랑, 근처에 카지노와 전시실까지 가장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서 특히 저녁의 거리 조명이 우아하게 빛날 때 이곳을 찾는 무리들의 풍경은 에비앙의 또 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