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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와이언 체리, 코나 커피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10-01-15 오후 5:39:42

하와이는 그저 휴가지로만 느껴져 마치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는 섬 같다. 물론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 섬에 미국 유일의 커피 생산지가 있다는 사실은 생경하다. 아일랜드 서쪽에 위치한 코나는 그 유명한 코나 커피의 원산지로, 가장 높은 등급인 엑스트라 팬시는 백악관까지 날아가 대통령 전용 커피가 된다. 그 귀한 얼굴 대면코자 코나를 방문했다.

기사를 읽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당신 주위에 이런 것들이 있다고 상상해야 한다. 눅눅한 습기 따위 없는 선선하고 쾌청한 바람, 뜨겁지 않은 정도의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그 사이를 퍼져오는 갓 볶은 커피의 향기(특히 이 부분에서는 좀 더 상세해질 필요가 있다. 과일향이 살짝 가미되어 약간 신맛이 나면서 그 맛으로 인해 더욱 짙어진 독특한 커피의 향과 맛을 떠올려야 한다)가 당신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커피향이 콧등에 맴돈다면 이제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려 보라. ‘블루마운틴과 함께 세계 2대 프리미엄으로 꼽히는 커피는 뭘까?’라고.

코나는 커피를 사랑하는 자에게 천국을 보여주었다 의문의 해답은 빅 아일랜드 서쪽 해안에 위치한 코나 코스트(Kona Coast)에 있다. 하와이를 맨 처음 발견한 영국인 항해가 캡틴 쿡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코나 코스트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바로 그!) 코나 커피의 원산지다. 코나의 커피나무는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산기슭에서 자라난다. 1828년, 선교사 사무엘 러글스가 커피 나무를 처음 가지고 왔을 때 이 지역에 널린 화산재 토양은 커피 나무가 자라는 데 필요한 배수 조건을 완벽하게 맞춰주었다. 게다가 빅아일랜드의 해발 고도, 하와이 특유의 강렬한 태양과 비교적 일정한 강우량은 커피 나무가 번성하는 데 좋은 조건이 되었다. 때문에 현재 코나 지역에는 60여 개가 넘는 커피 농장이 있으며, 각자 순수 코나 커피만을 이용한 여러 상품들을 생산, 홍보하고 있다. 등급별 커피뿐 아니라 커피와 마카다미아넛, 그리고 초콜릿을 이용한 특산품들이 각 농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하와이가 아닌 지역, 특히 한국에서 100퍼센트 코나 커피를 만나기는 조금 어렵다. 코나 커피라 이름 붙은 대부분의 제품들은 타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에 코나 커피 10퍼센트를 섞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만의 독특한 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게다가 가격도 현지보다 2~3배 가량 비싸다(며칠 동안 쇼핑몰을 검색한 결과 더 비싸게 파는 곳도 많다). 많은 커피 마니아들이 자신만의 예민한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리지널 코나를 찾아 떠나는 이유는 이래서 더욱 분명해진다.

농장에서 만나는 가장 신선한 커피 코나에서 커피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팜투어(Farm tour)’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커피 농장은 커피 생산 과정을 견학하고 모든 종류의 커피를 무료로 시음해 보도록 하는 팜투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전통과 노하우로 커피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상당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이 품고 있는 커피와 농장에 대한 모든 호기심을 해소해 준다. 코나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왜 그토록 특별한가에서부터 시작해 어떤 커피가 맛있는지, 신선한 커피를 가리는 법은 무엇인지, 심지어 우리도 잘 모르는 한국의 커피 소비 실태 등 방대한 정보가 모든 방문객에게 제공된다. 물론 갓 뽑은 가장 신선한 커피도 무제한이다.

농장들은 30킬로미터 정도 길이의 코나 커피 벨트에 밀집돼 있어 찾기 쉬운 편이다. 다만 표지판이 몇 없으므

로 중간중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만약 UCC 농원을 찾는데 길을 좀 헤맸다면 코나에 사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작은 동네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한다는 것은 가족과 다름 없다는 뜻. 필시 어떤 사람이든 웃는 얼굴로 “나도 UCC에 볼일이 있으니 같이 가요!” 하거나 “우리 집 커피도 맛있지만 그 집도 맛있죠. 이 길로 5분만 더 가세요” 같은 류의 대답을 해줄 것이다. 코나 사람들은 자신의 농장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코나 커피에 대한 애정, 코나 커피를 맛보기 위해 먼 길을 달린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듬뿍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나에서 꽤 유명한 몇 개의 농장을 찾아갔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코나 커피 초창기 시대의 농작법을 보여주는 ‘우치다 팜(D.Uchida Farm, 808-323-2006)’. 우치다는 일본인 이민 붐이 일었던 1900년대 초에 하와이로 넘어와 커피 농사를 시작한 사람으로,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커피와 마카다미아 넛을 재배하며 5.5에이커의 작은 농장에서 많은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그래서 농장은 그의 집과 당시 기구들을 그대로 전시해 두고 우치다가 개발한 여러 가지 작법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커피 체리를 따는 것부터(코나의 농장들은 핸드 픽 작업을 고수한다) 도르래를 이용해 커피를 발효시키는 작업, 자연 건조 후 로스팅하는 것까지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에츠코 씨는 초기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며 본인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나는 매일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놀라워요. 어떻게 그 옛날 이런 방법들을 생각해낼 수가 있었을까요?” 그러게 말이다.

반면 아주 현대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도 있다. 4대째 이어져온 그린웰(Greenwell Farms, 823-323-2275 www. greenwellfarms.com)은 발효와 건조, 로스팅은 물론 커피를 크기별로 골라내는 작업까지 모든 생산라인이 기계화되어 있다. 과정은 대략 이렇다. 온실에서 키운 묘목이 어느 정도 자라면 이미 수확이 끝난 나무에 접한다(커피는 아주 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한 번 열매가 생기고 나면 잎이 황변한다). 3~4년 정도 지나 열매가 맺으면 8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수확이 시작된다. 여기서 껍질을 분리하고 세척하면 생두가 탄생하는데, 처음부터 물 속에서 발효시켜 생두를 추출하는 ‘Washed Method’를 주로 사용한다. 발효 시에는 치즈와 비슷한 고린내가 진동을 한다. 그 냄새를 처음 맡는 사람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역하지만 농부들은 이를 ‘돈의 향기’라 부르며 즐거워한다. 이렇게 생산된 생두는 기계로 들어가 등급별로 분리된다. 여기에 진동을 이용해 데드 빈을 가려내기, 로스팅, 그라인딩 등 몇 개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 커피 체리가 커피 한 잔이 되기까지의 길은 참으로 멀다.

농장 몇 개를 더 돌며 커피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검은 차 한 잔이 세계를 움직이는 현실이 이해가 된다. 만나는 농부마다 이런 말을 했는데 그것 역시 100퍼센트 이해했다. “Coffee is a miracle, Absolutely!”

100퍼센트 코나 커피를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자리, 코나 커피 페스티벌 이렇게 환상적인 코나 커피를 생산자들만 즐긴다는 건 참으로 비생산적인 일이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 없이 코나 커피 페스티벌(The 39th Annual Kona Coffee Cultural Festival, www.konacoffeefest.com)이 열렸다. 하와이에서 가장 오래된 이 음식 축제는 커피 생산자와 방문객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자리이자, 타 지역에 코나 커피를 알리는 시간이다. 참고로, 우리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이 축제를 취재했다. 축제 홍보를 맡은 쟈넷은 “코나와 코나 커피를 만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바로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인데, 한국이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스타트를 끊었다”며 환대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축제는 코나 커피의 181년 역사를 기념하며 퍼레이드, 워크숍, 아트 전시, 콘서트 등 50여 개의 이벤트로 구성되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국제 판정단이 시행하는 ‘커핑 컴피티션(Cupping Competition)’과 방문객들이 직접 뽑는 ‘피플즈 초이스(People’s Choice)’로,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최고의 코나 커피 농장을 가리는 시간이다. 특히 커핑 대회는 유명 커피 회사의 마스터 테이스터와 커피 컨설팅 그룹의 대표, 커피 무역 회사의 책임자 등이 참석해 코나 지역 농장 중 최고의 메이커를 찾는 이벤트다. 60여 개의 참가 농장은 75파운드의 파치먼트(Parchment, 생두 추출 전 껍질이 남아있는 상태) 샘플과 로스팅한 것을 함께 제출한다. 심사위원단은 어떤 농장에서 온 것인지 모르는 채로 향기와 맛, 바디, 산도 등을 기준으로 채점한다. 우승자에게는 그 해 최고의 커피를 길러 냈다는 영광이 뒤따른다. 한편 방문객들이 뽑는 비전문가 부문도 재미 있다. 홀루알로아 빌리지(Holualoa Village) 약 2킬로미터 거리에 각 농장의 부스가 설치되면 방문객들은 부스를 돌며 커피를 시음한 후 투표에 참가한다. 40개 정도의 부스는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기 때문에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커피 맛보다 그들의 열정을 이유로 선택하기도 한다. 100퍼센트 코나 커피를 하루 종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데다 생산자가 직접 나와 원하는 스타일의 커피들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또 한 번의 천국 입성인 셈이다.

또 하나의 주요 이벤트는 아트 스트롤(Art Stroll)이다. 홀루알로아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들에는 커피 또는 하

와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되어 있다. 아트 스트롤을 조직한 브라운 씨는 “이 근처에 10여 개의 갤러리가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비즈니스 숍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조직했다”고 말하며 “작가들은 페스티벌의 번영을 위해 자기 작품을 기부하기도 하고, 커피 조직위원회는 옥션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판매되도록 한다. 이렇게 서로 돕고 있다는 점이 행사의 매력이다”라고 소개했다. 아트 스트롤을 위해 많은 조직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미국에서 보기 드문 공동체 의식이 엿보인다. 알로하 정신, 그리고 코나 사람들의 특성이 발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커피란 모름지기 둘둘둘 커피가 최고라 믿는, 기자를 비롯한 커피 문외한에게 이 모든 과정은 분명 신선한 충격이다. 커피 나무 종자를 키우는 것부터 열매를 따고 역한 냄새를 참아 발효를 시키고 로스팅과 패킹을 거쳐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그 수고와 연구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커피 값과, 최상의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부대 장비들은 응당한 것이었음을 인정한다. 그저 검고 쓴 한 잔의 차 정도로 생각했던 커피에 대한 모든 인식은 코나 축제에 와서 코나 사람들의 열정으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음 역시 부인할 수 없다(이번 독자 선물로 사 왔으니 꼭 접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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