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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진정한 보물섬을 찾다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7-06-01 오후 3:36:55

미합중국의 마지막 주로 편입되었다는 것, 와이키키 비치의 야자수들 사이로는 그저 세상만사 여유로운 사람들이 낭만이라는 감정을 쉴 새 없이 뿜어내고 있을 것 같다는 것, 그리고 일본의 무차별 공격을 받은 곳이 아닌 영화 ‘진주만’에서 벤 애플렉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아름다운 사랑을 나눴던 그곳이 진주만이라는 것. 내가 아는 하와이는, 고작 이 정도였다. 하와이, 그 가운데서도 휴양지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인 ‘느림의 미학’이 살아있는 섬 ‘마우이(Maui)’에 발을 내딛기 전까지는 말이다.

글, 사진ㆍ주소영 기자｜사진제공ㆍ하와이관광청(박영은) 취재협찬 하와이관광청 02-777-0033 www.gohawaii.or.kr, 대한항공 1588-2001 www.koreanair.com

하와이는 하와이어로 ‘작은 고향’, 폴리네시아어로 ‘신이 있는 장소’라는 뜻이란다. 상상컨대, 워낙 신은 신비로운 태평양 한 가운데 자신의 아름다운 안식처를 몰래 만들어 이따금씩 쉬어보려 했을 테지만, 소유욕 강한 우리네 인간들은 하와이의 그 자연만큼이나 너그러운 신에게서 이곳을 공유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아낸 모양이다. 특히 총 137개에 달하는 하와이 제도의 섬 가운데, 대표적인 유인도 6개(오아후, 빅 아일랜드, 카우아이, 라나이, 몰로카이, 그리고 마우이), 그 중에서도 마우이는 아마도 신이 가장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빚어낸 안식처일 게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섬들 가운데 마우이가 단연 허니무너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분명 이러한 넉넉함과 푸근함을 발하는 마우이만의 매력이 그들에게 어필되기 때문이리라.

태양신이 쉬어가는 곳에 별빛이 내리다, 할레아칼라 마우이 남동부, 해발 3,055미터의 세계에서 가장 큰 휴화산인 ‘할레아칼라(Haleakala) 국립공원’은 마우이가 진정 신이 머물렀던 곳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차용하자면, 신과 인간의

중간자적 존재였던 ‘마우이’는 어느 날 섬에 사는 인간들 사이에서 이런 불평을 듣게 된다. ‘태양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 따사로운 햇빛을 좀더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빨래도 더 뽀송하게 말릴 수 있고, 곡식도 더 풍성하게 그 열매를 맺을 수 있으련만. 물고기도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한가로이 낮잠을 자기에도 좋을 텐데!’ 그래서 마우이는 이곳에서 가장 높은 분화구에 올라 태양신을 낚아채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 섬을 지나갈 때는 천천히 지나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단다. 대신 그에게 멋진 안식처인 할레아칼라, 즉 ‘태양의 집’을 주었겠지. 자신만의 안식처에 무척이나 흡족했을 태양신은 오늘날까지 마우이와의 약속을 잘 지켜오고 있는 듯하다. 12월, 계절은 겨울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지만, 마우이의 햇살은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따사로웠고, 그 햇살은 전혀 습하지 않은 바람마저 살포시 머금고 있었다.

태양신의 휴식처, 할레아칼라 정상으로 오르는 데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겠다. 다소 이른 새벽에 출발해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일출을 감상하는 것과 발 아래로 흐르는 운해(雲海)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구경하는 것.

그 어느 편을 선택하든 태양신이 펼치는 찬란한 쇼 앞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경외심을 다스리는 것뿐이겠지만, 내가 선택한 후자에는 할레아칼라에서의 또 한 가지 색다른 즐거움이 더해진다는 점을 반드시 강조하고 싶다. 도저히 하와이에 와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태양신은 자신만의 안식처가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뽐내고 싶은 모양인가보다. 이곳 정상에서의 체감 온도는 무려 영하 10도에 가깝다- 두터운 방한 재킷을 입은 후, 선셋의 장관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캄캄해진 하늘에서 북두칠성과 큰곰자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빛나고 있는 북극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일명 ‘스타 게이징(Star Gazing)’ 투어는 달이 얼마큼 차고 기우느냐에 따라(달이 꽉 차 보름달이 되면 달이 발하는 빛이 너무 밝아 별을 보기에 힘들다) 다양하고도 신비로운 별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아마도 희뿌연 공기로 가득한 도심에 살고 있는 당신이 평생 봐도 볼 수 없을 만큼의 별들을 여기에서라면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투어 상품이 마련하고 있는 지름 30센티미터의 망원경을 이용한다면, 과연 달나라에 계수나무 한 그루 밑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는지의 여부도 확인할 수도 있겠다. 이곳의 분화구가 마치 달 표면과 비슷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조종사들의 적응 훈련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던, 바로 이곳 할레아칼라 정상에서 말이다. 그 규모도 대단해 뉴욕 맨해튼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을 정도란다.

하와이의 옛 정취를 찾아서, 라하이나 하와이의 옛 모습을 엿보고 싶다면, 마우이 섬의 서쪽에 자리한 ‘라하이나(Lahaina)’ 지역으로 가보자. 해안선을 따라 약 2킬로미터 가량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항구 마을인 이곳은 1795년부터 1843년까지 하와이 왕조의 수도였기에, 현재는 국립역사보호지구로 지정된 ‘프론트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와이의 옛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잠시, 이곳에서 시간을 스르는 여행을 해본다. 14세기, 마우이의 마지막 추장이었던 카헤킬리는 카메하메하 대왕의 평생 숙적으로, 한때 오아후와 몰로카이를 지배하기도 했다. 카헤킬리가 오아후에 있었던 1790년, 카메하메하는 영국 배에서 얻은 대포를 앞세우고 영국 뱃사람인 존 영과 아이작 데이비드의 도움을 얻어 카헤킬리의 군대를 몰살시켰다. 마침내 1793년, 카헤킬리는 오아후에서 전사했고, 카메하메하는 전함을 이끌고 라하이나에 상륙, 1795년 마우이를 지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는 1800년, 이곳 라하이나로 하와이 제도의 수도를 옮긴다. 하지만 카메하메하 대왕이 죽고 난 뒤, 영국의 포경선들은 무차별적으로 라하이나 마을에 정박하기 시작했으며, 또 한편 뉴잉글랜드로부터는 선교사들이 들어왔는데, 무질서한 포경 선원들은 라하이나에 성병을 비롯해 온갖 질병을 퍼뜨리기 시작했고, 반면 선교사들은 하와이 주민들을 선원들로부터 보호하려 애를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에, 당시 마우이를 다스리고 있었던 호아필리 추장은 기독교로 개종한 뒤 새로운 법률들을 마련했고, 음주와 남녀 교제 등을 엄격하게 금지했으며, 따라서 하와이의 수도, 라하이나는 이전까지의 생활 방식으로부터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렇듯 1800년대 중반까지 라하이나는 태평양 포경업의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1846년 한 해 동안 라하이나에 닻을 내린 포경선은 4백 척이나 될 정도였다. 1860년대에 이르러 고래 기름이 석유에 의해 대체되기 시작, 라하이나를 찾던 많은 포경선들의 수는 점차 줄어

들었고, 점차 라하이나는 조용한 작은 마을로 변해갔다. 이러한 옛 모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오늘날의 라하이나에는 그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데, 이곳에는 고전 회화에서 모던 아트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갤러리, 아기자기한 아이템을 소장한 자그마한 숍,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나무 그늘이 미치는 범위가 무려 1천여 평에 이르는, 수령 100년의 반얀 트리(Banyan Tree)가 자리한 공원에서 라하이나 마을의 매력을 찾아나서는 투어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요한 섬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몰로키니 호놀루아 만과 화산의 잔재 분화구가 바다에 가라앉아 솟아오른 몰로키니(Molokini) 섬 주변은 과연 마우이 최고의 스노 클링 포인트다. 마우이의 서쪽 해안에 자리한 초승달 모양의 작은 섬, 몰로키니에서 스노 클링을 즐겨보려면, 우선 ‘마우이 오션 센터’가 자리한 마알라에아(Maalaea) 항구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몰로키니 섬으로 이동하는 보트에 탑승해 태평양의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50명 정도 탑승할 수 있는 몰로키니 행 보트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는 향기로운 커피와 정열적인 마우이의 태양신이 뿜어내는 햇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시원한 맥주가 제공된다) 1시간 남짓 항해를 마치면, 몰로키니 섬 주변의, 그 빛깔마저도 너무나도 푸르기에 찬란하기까지 한 바다에 몸을 뉘인 채 유유히 떠다니며 마우이의 바다 속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이곳은 여느 바다에 비해 염도가 상당히 높으므로 수영에 전혀 자신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저 몸에서 힘을 쭉 뺀 다음 편안하게 자세를 잡는다면, 굳이 물속에서 몸을 지탱하는 그 어떠한 도구에도 의지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고도 편안하게 스노 클링을 즐길 수 있겠다. 물이 너무 맑은 탓일까. 발끝이 바닥에 닿을 것처럼 얕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깊은 바다라는 것에 흠칫 놀랄 정도라면, 당신은 이미 몰로키니 앞바다의 맑고 깨끗한 매력에 푹 빠져버린 셈. 원래 사랑이란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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