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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하늘 빛에 물들고, 검푸른 바다 빛에 물들어 흰색이 더욱 희고, 파란 색이 더욱 파랗다.깊이를 알 수 없을듯한 평온한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듯 그렇게 산토리니는 자태를 뽐낸다.누구든 이 섬을 표현할 적당한 낱말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석양의 황홀함이 또 다시 말문을 막히게 한다.

‘산토리니’를 그리스 사람들은 ‘티라’로 부른다. 더불어 그리스 사람들조차도 이 섬을 키클라스제도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말하고 있다. 초생달 모양의 안쪽에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피론 항구가 있고, 그곳에서 산토리니 여행이 시작된다. 깎아지른 듯 펼쳐진 절벽 위에 마치 흰 구름이 내려앉은 듯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산토리니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대신하고 있다. 케이블카나 당나귀를 타고 절벽 위의 마을 ‘피라마을’로 가는 동안 웅장하게 펼쳐지는 바다와 섬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카페에 앉아 붉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사색이 잠겨도 좋고, 소박하고 정겨움이 넘쳐나는 피라마을의 골목들을 돌아보며 산토리니의 멋을 느껴도 좋다.

화산에 의해 생긴 섬 ‘스토롱길리’는 산토리니가 가졌던 최초의 이름이다. 이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의 ‘칼리스테’로 바뀌었다가 그 후 ‘티라’로 바뀌었다. ‘산토리니’라는 이름은 최근의 일로, 성 아이린 교회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는데, 이 교회는 그리스 사람들에 의해 ‘아기아 이리니’로 불렸고, 외국선원들에 의해서는 ‘산토-리니’로 불렸다. 키클라스제도의 독특한 섬들의 존재와 관련된 많은 전설과 전통들이 있다. 산토리니는 키클라스제도의 다른 섬들과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지구의 중심핵으로부터 용출된 화산에 의해 두꺼운 용암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붉은 토양과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절벽, 거대한 크기의 바위들과 독특한 색깔의 사물들이 모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깊고 푸른 바다와 검붉은 빛의 대지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대부분 크루즈로 이 섬을 찾아가는데, 항구에 내려 케이블카를 타거나 당나귀를 타고 산토리니의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피라 마을까지 올라간다. 산토리니의 독특한 풍경을 따라 온통 흰색으로 치장된 골목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산토리니의 아름다움에 도취된다. 해가 질 무렵, 어느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섬의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산토리니를 그리스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칭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고대 로마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해 키클라데스 문명을 탄생시켜 화려한 시대를 영위했지만 기원전 1500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산토리니의 일부는 지금 수많은 궁금증과 함께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다.

작은 섬의 기록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 고고학자들은 신석기 시대부터라고 이야기 한다. 기원전 3천년에 이곳은 아시아에 근원을 두었던 사람들이 거주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당시, 인근의 크레타 섬의 미노아인이 세력을 키우면서 현재의 산토리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세력을 키워 바다의 주인으로 군림했고, 그 세력을 무기로 산토리니에 상륙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노아 문명이 번성하던 때, 산토리니에는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기원전 1500년에 발생한 화산폭발이었다. 화산의 폭발로 인해 섬의 일부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지금과 같이 초승달 모양을 이루게 되었다. 화산 폭발이후 5세기 동안 산토리니는 폐허로 남아 있었다. 기원전 1200년에 동부 지중해의 해양인들이었던 페니키아인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그 후 섬은 옛 그리스의 도리아인들에 의해 식민지화 되었다. 도리아인들은 그리스의 스파르타로부터 건너와 이곳을 통치하면서 그들의 리더로 티라를 내세운다. 티라는 페르시아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고대 그리스의 많은 곳들을 독립시켰던 인물로, 7개의 자치주를 만들어 통치하는 등 당시로서는 진보적인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파란만장한 시간을 견뎌왔던 산토리니는 과거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적들을 갖게 되었다. 섬의 북쪽으로 가면 미노안 문명을 나타내는 동굴벽화 등을 통해 과거의 문명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토리니를 더욱 매력적인 섬으로 만든 것 중의 하나는 아틀란티스 전설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 이 섬이라는 점이다. 아주 오랜 옛날, 갑자기 사라진 제국 아틀란티스에 대한 수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기원전 1500년에 발생한 화산과 지진으로 인해 거대한 대륙 아틀란티스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고, 그로인해 융성했던 미노아 문명이 사라져 버렸던 점이 아틀란티스 전설의 존재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케네 문명 이전의 문명이 미노아 문명이었고, 이 문명의 주 무대가 아틀란티스 제국이었다. 때문에 지금은 사라져버린 제국과 문명의 존재유무는 무수한 논란 속에서도 ‘존재했음’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여행객의 안식처로 남는다 모든 것이 평화롭게 전개되는 산토리니. 먼 이국의 한 점 섬에서 느끼는 그리스의 특별한 감흥은 직접 그곳에 가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푸른 자연과 흰색의 집들이 격정적이리만치 대조를 이루는 피라 마을에 올라서면 온 세상은 모두 눈 아래 펼쳐진다. 단순하면서도 미적 감각이 살아있는 작은 집들의 실루엣과 흰색으로 치장된 벽면들, 그리고 석양이 지는 틈을 이용해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의 흐름을 세고 있는 휴양객까지 어느 하나 산토리니답지 않은 모습이 없다. 석양의 붉은 노을에 비추어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마을의 풍경도 볼만하지만 조명이 들어와 반짝반짝 빛나고 포근한 솜이불 같은 편안함으로 바뀌는 피라의 거리 또한 가슴으로 담을 산토리니의 모습들이다. 크리스탈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와 자연이 주는 편안하고 포근한 이미지까지 망망대해에 둥실둥실 떠있는 듯 오늘도 사람들을 맞는 산토리니는 영원히 우리들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언제든지 발을 디뎌도 편안한 안식처, 표현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나약한 우리들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