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내내 쾌적한 기후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꼬따쥐르. 그곳에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그들은 의외로 소박하고 작은 마을에서 영감을 얻곤 했는데, 꼬따쥐르의 한 곳, 에즈가 그런 곳이다. 

글, 사진ㆍ김형철 편집장 ｜ 취재협찬ㆍ로얄캐리비언&셀러브리티크루즈  

마음으로 걸어야 쉽게 오른다     ‘마음으로 걷는다’는 표현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힘겹게 올라야 하는 계단은 어쩌면 우리에게 고통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잔뜩 힘든 표정을 지으며 한발 두발 올라갈 때면 오르는 길 자체가 고통이다. 하지만 마음으로 걸으면 그 고통은 반으로 준다. 즐겁기만 하고, 힘겹지 않으며, 옛 문인의 자취를 따라가는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것만으로 에즈에 닿기 위한 여정은 한결 가벼워진다. 에즈역은 바닷가쪽 저 아래를 지나는 바스 코르니쉬와 함께 한다. 바스 코르니쉬가 해안가쪽을 지나는 에즈의 길이라면 에즈가 있는 산 중턱은 모이엔 코르니쉬다. 그리고 그 위쪽을 지나는 길이 그랑드 코르니쉬로 이 세 길이 에즈와 주변 도시를 연결한다. 기차역을 빠져 나오면 본격적인 등정(?)을 시작해야 한다. 에즈로 올라가는 좁은 산길에는 ‘니체의 길’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이 작은 마을에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무슨 일로 왔을까? 후대에 사람들은 이 길을 왜 ‘니체의 길’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초행자에겐 그저 의문투성으로 남는다. 좁은 돌계단을 하나하나 올라서며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거짓말을 조금만 보태어 이 길을 표현한다면 ‘극기 훈련장’이나 다름없다. ‘왜 하필이면 기차역을 저 아래에 만들어 놓았을까?’하면서 투덜거려도 누구하나 중턱으로 옮겨놓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스스로 힘겨움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족히 1시간 이상을 걸어야 에즈 마을의 본 모습을 보게된다. 사람마다, 책자마다 기차역에서 중턱까지 걸리는 시간이 제각각이다. 글쓰는 사람 마음대로니 어느 것이 틀리고 어느 것이 맞다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자기의 체력으로 걸린 시간이 표준인 셈이다. 힘겹게 마을에 올라선 뒤 한시간 남짓한 계단 길을 ‘니체의 길’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듯도 하다. 건강한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계단을 올라 왔겠지만 니체는 시력이 약해져가는 젊은 철학자였으니 제대로 계단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의지할 것이라고는 청각과 후각이었을 것이고, 오르는 동안 느껴지는 나무 냄새와 바람의 감촉, 계단의 느낌을 몸으로 인지하며 올라야 했을 것이다. 그런 곳을 자연스럽게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걸어야 했을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좋고, 오르다 잠시 쉬어도 좋을 곳. 니체가 그렇게 올랐던 그 길을 우리는 여유를 가지고 오르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연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도 함께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의 길’이라고 표현한 듯한데, 지금 생각해도 이름을 아주 잘 지은 것 같다.

해발 429미터 높이에 위치한 열대정원은 아마도 꼬따쥐르 지방의 그림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여러 종류의 선인장과 알로에가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자라고 있고, 꼭대기로 올라가면 프랑스군에 의해 파괴된 성터를 만나게 된다. 돌담과 돌벽, 고풍스런 분위기의 마을은 어디를 보더라도 차분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미로같은 골목을 따라 꼬따쥐르 지방의 정취가 가득 느껴지곤 한다. 눈부신 태양아래 작은 마을 에즈.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이 마음을 비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