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이탈리아의 본토가 보인다. 손을 뻗으면 금방 잡힐 듯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아주 오랜 옛날 본토에서 떨어진 섬 시칠리아는 그 이후 본토를 계속 바라만 보게 되었다. 그곳과 가장 가까운 메시나에서.  

글,사진·김형철 편집장 | 취재협찬·로얄캐리비언 &셀러브리티크루즈

뒤편으로 펠로리타니 산의 경사면이 바다를 향해 미끄러지듯 뻗어있다. 그 기슭에 옹기종기 모여든 작은 가옥들은 평화로워 보인다. 3킬로미터 건너 본토의 레조디칼라브리아와 마주보고 있는 메시나는 시칠리아섬의 동쪽 끝, 이오니아해와 마주하고 있다. 동쪽 끝은 본토의 서쪽 끝과 가장 가까워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메시나를 시칠리아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여기곤 했다. 근처의 타오르미나로 떠나는 크루즈 여행객들이 이곳을 거쳐 간다. 수심이 깊은 해협덕분에 대형 크루즈선박들이 정박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타오르미나 여행은 메시나를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다. 아름다운 풍경, 평화로운 모습의 메시나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볼 수 없지만 여기에도 씻을 수 없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는 회화를 남겼다 오래 전,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아이디어는 당시 사람들에게 황당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다리가 들어섰다면 이 도시는 좀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지 모른다. 왕래가 더 활발했을 것이고, 그것들을 통해 메시나의 모습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다리는 등장하지 않았고, 과거의 평화로운 모습은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1908년 갑작스럽게 지진이 일어났다. 1783년에도 강력한 지진이 이곳을 강타해 폐허로 만들었으나 100년 전의 지진은 완전히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인구의 2/3가 모두 죽었으며, 도시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1911년, 도시 재건을 위하여 모두가 나서면서 점차 안정적인 모습을 갖추어 갔다. 그렇게 100년이 흘렀고, 지금은 그저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로 남게 되었다. 그 사이에 2차대전이라는 뼈아픈 과거가 이 도시에 다시 한번 어둠의 그늘을 드리우게 했지만 폐허 속에서도 빌딩들이 들어서고 도시가 정비되면서 새로운 메시나가 재탄생되었다. 비교적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도시의 모습이 현대적인 것은 이 두 번의 지진과 전쟁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메시나는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인에 의해 세워졌다는 기록이 등장하는데, 에스파냐의 영토를 거쳐 이탈리아의 영토가 된 것은 1861년이었다. 샤라센인과 노르만인들의 침략까지 감수했어야 했던 이곳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찬란한 문화유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메시나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중 하나가 바로 성당인데, 1908년 지진과 함께 파괴된 후 2차대전 때까지 방치되었다가 11세기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종탑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이곳의 종탑은 사람들로부터 ‘살아있는 시계’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만들어져 1933년에 이곳으로 옮겨져 왔는데, 15분마다 조각상이 움직이고 30분마다 닭 인형이 날개를 움직이며 노래를 들려준다. 성당 주변에는 12세기에 노르만 양식으로 건축된 카타라니 교회가 있다. 이는 십자군 교회였는데, 사자왕인 리차드에 의해 사용되었던 건물이라고 전해진다. 메시나에서 돌아볼 수 있는 여러 유적과 유물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화가였던 ‘안토넬로 다 메시나’다. 메시나 출신인 그는 성그레고리와 성베네딕트가 함께 있는 왕좌위의 성모마리아 그림을 1473년에 그렸는데, 이 그림을 메시나의 라지오날레 박물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몇몇 그림들이 소장되어 있어서 시민들에게 문화적 풍요를 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