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접근성 안내
 
 
 
 
 
기적이 필요해!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7-09-05 오후 7:11:32
 
파리에 갈 때는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할 것. 그렇지 않으면 고개를 돌릴 때마다 번쩍이는 상점들이 늘어선 거리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려 다량의 신경 안정제를 복용해야할 지도 모른다.
 
글ㆍ안수련 기자｜사진ㆍ정수임 팀장｜취재협찬ㆍ프랑스 관광성 02-776-9142 kr.franceguide.com,
유레일그룹 www.EurailGroup.com, 유레일 한국 홍보사무소 02-553-4696 http://blog.com/goeurail
파리의 디올 매장에 들어간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 캐리. 입구에 들어서 ‘봉주르’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털퍼덕,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그녀는 양 손 가득 디올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매장 안의 사람들이 ‘파리의 디올 매장에서 볼썽사납게 넘어진 미국 여자’를 잊도록 하려고 말이다. 그녀는 그 날 사용한 카드를 아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었을 테지만(어쩌면 그 때문에 책 한 권을 더 써야 할지도 모른다), 캐리 브래드쇼라면 분명 한 카드의 ‘장렬한 사망’을 달갑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처럼, 파리는 여행자의 혼을 쏙 빼놓는다. 쇼핑을 좋아하는 이에게 파리는 ‘단 하나, 유일, 바로 그 곳’ 등등 어떤 수식어를 사용해도 모자랄 정도로 완벽한 도시다. 생제르맹데프레(Saint-Germain-des-Pr럖) 거리와 샹젤리제, 조지 5세, 몽테뉴(Montaigne) 거리를 아우르는 ‘황금의 삼각지대(Golden Triangle)’의 수많은 명품 숍들은 물론, 옛 와인 저장고를 개조해 만든 쇼핑센터 베르시빌라주(Bercy Village)와 마레(Marais) 지구의 색다른 가게들, 센 강 주변의 노점들과 개성있는 상점들, 주말이면 생기를 띠는 벼룩시장까지. ‘지름신’이 내리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할 정도다.
 
 
주말 오후의 느낌, 베르시빌라주   지하철 ‘꾸르생테밀리옹(Cour Saint-emillion)’ 역 인근의 쇼핑센터 베르시빌라주(Bercy Village, www.bercyvillage.com)는 일단 생김부터 다른 곳들과 확연히 다르다. 삼각형의 낮은 지붕들이 100미터 가량 이어져 있는데, 이는 예전에 이곳이 센 강을 통해 각지의 와인을 운반해 와 보관해 두었던 와인 저장 창고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퉁불퉁한 돌길에는 와인을 운반하던 철로도 그대로 남아있다.
 
길가의 카페며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가볍다. 베르시빌라주의 무언가가 이곳에 ‘주말의 오후’라는 잉크를 풀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같은 건물이라도 들어선 가게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올리브앤코, 세포라, 히포포타무스 등 체인점들도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인지 다른 지역의 매장들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33번지의 포도주 창고 ‘차이 33(Chai 33, 33 Cour St-milion Bercy Village, 33 1 53 44 01 01, www.chai33.com)’의 노천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음악이 있는 서점 ‘앨리스 미디어 스토어(62 Cour St-Emilion, 33 01 53 01 83 80)’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뒤적이거나, 쿠키 가게 라퀴르구르망드(www.la-cure-gourmande.com)에서 초콜릿과 각종 과일잼이 들어간 바삭한 과자를 고르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생투엥 벼룩시장   파리에서 단 6일간의 휴가를 보낸다면, 월요일에는 꼭 생투엥(Saint-ouen) 벼룩시장을 찾아가 보자. 주말에도 문을 열긴 하지만, 월요일이 비교적 한산하기 때문이다. 생투엥에서는 가구, 오브제, 골동품, 옷, 고서, 잡화 등 다양한 주제로 12개의 시장이 선다. 18~19세기의 가구에 관심이 있다면 앙티카(Antica)나 비롱(Biron), 도핀(Dauphine) 시장에 가보자. 17세기 골동품 광이라면 폴 베르(Paul Bert)나 말라씨스(Malassis) 시장에 열광할 것이다. 영화 세트 대여용 가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쥘발레(Jules Vall럖)나, 책장과 장식용 선반을 판매하는 랑트레포(L’Entrep셳), 20세기 예술품 시장인 로지에르(Rosiers)에서는 독특한 물건들을 잔뜩 발견할 수 있다. 예술 애호가라면 세르페뜨(Serpette)에 들러 70년대 풍의 아트 오브제를 감상해볼 것. 고서와 잡화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하는 르 파사주(Le Passage)는 평범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곳이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곳부터 순서대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폴 베르트 시장 근처의 관광 사무소(33 1 58 61 22 90, www.st-ouen-tourisme.com)에 가면 자세한 지도와 가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토요일은 9시부터 저녁 6시, 일요일은 10시부터 저녁 6시, 월요일은 11시부터 5시까지 장이 선다. 지하철 4호선 포트 끌리낭쿠르(Clignancourt) 또는 13호선 가리발디(Garibaldi) 역에서 가깝다.
 
 
샹젤리제는 공사중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대로(大路). 샹젤리제(Avenue des Champs-Elys럆s)는 시크함 그 자체다. 고흐의 그림에서처럼 노랗게 점멸하는 가로등 아래, 어깨가 떡 벌어진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는 명품 매장들, 화려한 장식과 오리엔탈 스타일을 가미한 모던한 레스토랑, 프랑스 전통 음식을 내는 브라세리가 이어진 거리를 거닌다. ‘오~ 샹젤리제~’로 시작하는 샹송 가락을 흥얼거리며.
 
언뜻 10년 전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샹젤리제 거리는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그만큼 입점하려는 브랜드들이 많기 때문이다. 9월 중에는 시트로엥(Citro몁)의 새 빌딩이 오픈할 예정. 에스프레소 전문 브랜드인 네스프레소(Nespresso)도 이번 가을, 샹젤리제 거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네스프레소 단일 매장을 연다.
 
 
몇 번을 들러도 새로운 거리   샹젤리제 못지않게 명품 매장들이 많은 거리는 단연 생제르맹데프레다. 그러나 으리으리함이 포인트인 샹젤리제의 매장들에 비해 규모나 스타일 면에서 훨씬 소박하다. 또 유명인사들이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카페들, 작고 아기자기한 소품가게도 많아 몇 번을 가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다. 이 거리에선 코믹스 전문 매장인 알붐(Album, 84 Bd St Germain 75005, 33 1 43 25 25 68, www.album.fr)이나 올리브유에서 올리브 핸드크림까지 올리브를 재료로 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올리브앤코(Olive & Co., 28 rue de Buci, 33 1 44 07 15 43) 같은 체인 매장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게 된다면, 시테 섬으로 이어지는 퐁네프 거리에 위치한 ‘콩(Kong, 1, rue du Pont-Neuf 75001, 33 1 40 39 09 00, www.kong.fr)’에 가볼 것을 권한다. 이곳은 로랑 타이브(Laurent Ta뷷b)와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이 디자인한 모던한 스타일의 레스토랑으로, 유리 온실을 연상케 하는 옥상 층에는 기모노 아래로 희고 매끈한 다리가 드러난 여성의 사진이 걸려있다. 정오부터 밤 12시까지 오픈하며, 1인당 평균 30유로 정도 예산을 잡으면 된다. 런치메뉴는 15유로 안팎.
 
시테 섬 근처의 또 다른 명소는 영어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37 rue de la Bucherie, 33 1 43 25 40 93)’다.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던 영국인 친구는 이곳이 글 쓰는 사람들과 이방인들을 따스하게 품어주는 곳이라고 이야기 했었다.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책방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는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다. 작은 소파와 침대, 개수대와 타자기가 놓인 작은 부스(Booth)까지 설치돼 있어 마치 누군가의 살림집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는 실제로 가난한 작가들이 머물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문지방에는 ‘이방인을 냉대하지 마라. 그들은 위장한 천사일 수 있다’라는 글귀가 써있다. 마치 여행자를 수호하는 부적처럼 말이다.
 
파리지앵의 삶을 엿보다   자원봉사모임인 ‘파리그리터’를 통해 만난 ‘나딘(Nadine Fedon)’은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30년째 파리에 살고 있는 파리지앵이다. 세 딸의 엄마이자 프리랜서 회계사인 그녀는 바쁜 시간을 쪼개 파리그리터 활동을 하고 있다. 나딘은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 혹은 이미 없어진 가게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 생긴 상점들까지, 거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거리의 풍경은 파리의 다른 지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걸으니 낯선 거리가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옛날엔 허름한 카페도 많았어요. 그런데 리노베이션을 해서 이젠 모두 새것 같아 보이죠. 브라운 톤에 조명은 붉은 계열로 하는 게 요즘 트렌드예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카페의 인테리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이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퐁슬레 시장(Marche Poncelet)도 그녀의 안내가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다양한 식재료를 파는 식료품점 메종푸(maison pou, 16 avenue des Ternes 75017, 33 1 43 80 19 24, www.maisonpou.com)에서 간식거리를 사거나, 24시간 영업하는 치즈가게 알레오스(All럒sse, 13 rue Poncelet-75017, 33 01 46 22 50 45)에서 종업원이 추천해주는 치즈를 종류대로 시식해보는 재미도. 비록 샹젤리제나 생제르맹데프레의 고급 매장들보다 소박하긴 하지만, 파리그리터와 함께 걸었던 거리에선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회사소개이용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광고문의 및 제휴문의채용문의 고객 건의사항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