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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본을 밝히는 캔들 페스티벌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7-10-02 오후 2:29:15

ubon ratchathani candle festival

우본의 아침은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산이 없어 시야가 넓어지는 열대 정원에는 나이 먹은 야자수와 무성한 열대림, 그리고 그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들어앉은 사원의 빨간 지붕 위로 번지는 햇살이 한 눈에 들어온다. 축제는 이 평화롭고 조용한 변방의 도시에서 시작된다. 글ㆍ김선희 기자 | 사진ㆍ문유선 기자

‘태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했을 때, 찰나에 스쳐가는 이미지 혹은 공식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 또는 범위를 좁혀 ‘태국의 도시 이름 하나만 대봐요’하는 다소 러프한 질문을 불특정 다수에게 던진다고 생각해 보자. 가장 많이 나오는 일반적인 답은 아마 ‘방콕’이지 않을까. 가타부타의 여지없이 태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방콕이다 보니 그 외의 도시들은 은연중에 그 명성에 가려지곤 한다.

메콩을 사이에 두고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이웃하고 있는 북동부 이산지역의 우본랏차타니(이하 우본) 역시 방콕의 그늘에 숨은 도시다. 지금껏 전쟁을 겪은 적이 없는 태국의 국경 언저리에 위치한 이유로, 베트남 전쟁이 발발했을 때 베트남으로 가는 길목을 넓히기 위해 길을 닦아 놓아 시골지역임에도 우본의 도로 사정은 유독 좋은 편이다. 넓고 잘 포장된 도로는 그 옛날 군인들과 군수물이 오가던 통로에서 현재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길로 변모했다. 더군다나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인접해 있어 인도차이나 인근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꾸준히 이어진다. 철저히 이방인의 시각에서 본 우본은 그저 도로사정 좋고, 인도차이나와 한 벨트로 묶을 수 있는 태국의 ‘시골마을’ 정도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태국에서 우본의 의미는 남다르다.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태국 음식의 뿌리가 이산 지역의 음식이라는 것 외에도, 매해 열리는 양초 축제가 있어 우본은 그 의미를 지닌다. 태국의 국교인 불교와 국왕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거대한 양초가 만들어지고 그 양초를 실은 화려한 행렬이 우본의 거리를 뒤덮으면 태국 전역의 이목은 우본으로 집중된다.

우본을 하나로 묶는 양초축제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이산 지역의 축제이자 국가적 행사인 우본의 양초 축제는 지역민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노력하며 즐기는 단합의 장인 동시에, 우본을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페스티벌 날짜가 발표되면, 행사가 있기 몇 개월 전부터 우본의 각 마을 공동체에서는 축제에 선보일 테마를 정하고, 생업을 잠시 놓아둔 채 거대한 양초를 조각하기 시작한다. 몇 개월 동안 오직 축제에만 전력을 다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만큼, 그 결과물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양초, 또는 조각과 차원이 다르다. 엄청난 규모로 먼저 대중을 압도한다면, 그 대규모의 양초들의 섬세한 문양과 장식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왓 농 프라팍(Wat Nong Plapak) 마을에서 준비 중인 조각품은 그 길이만 15미터에 높이 5미터, 무게는 7천킬로그램에 달한다. 물론 단 하나의 오브제가 다가 아니다. 주로 큰 배를 기본으로 그 속에 많은 수의 불상과 설법하는 부처 혹은 국왕을 형상화 한 조각 등 여러 가지의 양초 조각품이 하나의 완성품이 된다. 각 마을마다 이와 비슷한 규모, 비슷한 테마의 완성품을 선보이는데, 올해에는 국왕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무려 80군데의 크고 작은 마을에서 축제에 참가했다. 테마가 일정한 탓에 얼핏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테마 안에서도 저마다의 의미와 특색을 담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야무진 눈매를 가졌거나, 축제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그 소소한 차이를 찾아내는 재미가 옵션으로 따라온다.

초 하나에 마음을 담아 거대한 규모의 황금빛 배와 그 위를 장식하게 될 갖가지 양초 조각물들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순도 100퍼센트의 양초 공예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자연 소재들이 양초의 옷을 입고 있는 복합물이다. 불상이든 국왕이든-주로 그 테마로 귀결되지만- 기본 골격은 나무토막으로 만들어진다. 나무토막으로 부처나 국왕, 혹은 그 외의 어떤 형태를 잡아놓으면 코코넛 속껍질의 까슬까슬한 털을 뭉쳐 둘레를 감싸고 가는 철사로 고정시킨다. 만들고자 하는 오브제의 부피는 이때 코코넛 속껍질의 털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단 형태가 만들어지고 볼륨감까지 잡힌 털복숭이 나무토막은 석회반죽 옷을 덧입는다. 모양을 다듬고 그 하얀 회반죽이 그대로 굳으면 화려한 조각으로 태어날 준비는 끝난다.

기본 작업이 끝나면 초를 입히고 세밀한 조각을 해내는 복잡다단한 단계가 남는다. 양초 축제의 기본 아이템인 불상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완성되는 부분은 부처의 얼굴로, 가장 손길이 많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라핀이나 왁스, 쓰다 남은 초를 끓여 불순물을 걸러 내고, 얼굴 형태의 틀에 부어 굳힌다. 뜨거운 초가 얼굴 모형 틀에서 그 형태를 잡으며 식으면, 비눗물을 부어가며 틀에서 떼어내고 찬물이 든 수조에 넣어 완전히 굳힌다. 석회반죽으로 온통 하얀 불상의 얼굴 부위에 본뜬 모형의 초를 고정시키면, 평면부위가 넓은 등과 배에서 팔과 목 등 말초부위 순서대로 양초를 입힌다. 이때, 초의 각 부분이 이어지며 하나의 오브제로 탄생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뜨거운 촛농이다. 단어는 ‘촛농’이지만 집에서 불 밝히는 초에서 간혹 떨어지는 그 방울방울의 촛농이 아니다. 양초덩이의 규모가 큰 만큼 그 큰 덩이와 덩이를 이어줄 촛농 역시 대량으로 필요하다. 초와 파라핀 등을 주전자에 넣어 펄펄 끓이다가 그 녹은 물을 연신 부어가며 각 부분을 잇거나 혹은 녹여서 떼어내기도 한다. 계속 거품이 끓어오르는 뜨거운 촛농에 손을 데어가면서도 인부들의 손은 재게 움직인다. 조금만 시간을 지체해도 금방 촛농이 굳어버려 원하는 모양을 내지 못 하기 때문.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펄펄 끓는 촛농에 데인 손이 빨갛게 부어올라도 아랑곳 않는 인부들과 그들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양초-어쩌면 흔한 얘기지만, 그 스스로를 태워 불을 밝히는-의 묘한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왓 부라파(Wat Burapah)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축제를 준비 중이다. 초를 굳히거나 녹혀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방법 대신, 빨강과 초록의, 다소 강렬한 컬러의 나무 소재 불상에 낱개의 작은 초 조각을 붙여가며 거대한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 파라핀과 양초 등을 끓여 손바닥만한 틀에 부어 굳힌 후, 그 문양을 일일이 잘라낸다. 섬세한 라인과 문양의 초장식은 마을 부녀자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데, 뾰족하고 얇은 칼 끝으로 그 가장자리를 도려내 불상의 몸통에 일일이 붙인다. 불상 하나에만 500피스가 쓰이는데, 하나의 불상을 완성하는데 만도 무려 10시간이나 소요된다고. 축제에 나갈 때는 스무개에 가까운 불상과 그들을 담을 배, 그외 다른 장식물까지 만들어서 함께 전시되니 축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는 쉽게 짐작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축제는 시작된다 축제가 열리는 날 아침, 몇 개월에 걸쳐 완성된 각 마을의 양초 조각품들은 우본의 중심부에 있는 통시무앙 공원 앞으로 모인다. 축제 전날 미리 공원 앞으로 초를 옮겨두고 당일에는 도심을 크게 한바퀴 도는 행렬이 지나가는데 조용한 거리를 메운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 전국에서 찾아온 취재진의 열기가 뜨겁다.

축제의 성공과 마을의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큰 조개껍질 장식품을 손에 든 사람들을 선두로 우본의 심벌인 연꽃, 성수가 담긴 잔을 든 사람들, 그리고 각 마을의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과 거대한 양초조각들이 끝도 없이 늘어선다. 공기는 습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에 팥죽 땀을 흘리면서도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나, 구경하러 모인 사람 어느 누구도 찡그린 이는 없다. 연신 부채질을 해대면서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환호하며 행렬을 지켜본다. 블루과 핑크, 빛나는 실버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컬러의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그제서야 양초를 태운 차가 서서히 움직이는 광경은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규모는 둘째치고라도 그 화려함과 다양한 표현에 더 눈길이 간다.

거대한 몸체의 양초가 혹시 장애물에 걸릴까봐 차량의 앞에 서서 긴 장대로 전깃줄을 걷어 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뜨거운 햇살에 양초가 녹아내릴 세라 차량을 따라가며 연신 고무호스로 물을 끼얹으며 행진한다. 뜨거운 햇살 내리쬐어도 축제가 한창인 우본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현지인도 관광객도, 퍼레이드에 참여를 했거나 구경하는 그 누구도 햇살과 습한 공기 아래에서 하나가 된다. 아니, 오히려 그 열기와 축제의 열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하나로 모으는지도 모르겠다.

자세한 문의 태국관광청 02-779-5417 www.tatse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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