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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들의 천국에는 서퍼가 없다?!-골드코스트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7-11-05 오전 10:20:03

everybody loves surfers paradise

서퍼들의 천국에는 서퍼가 없다?!

120퍼센트의 시각적 만족을 안겨줄 팔다리 쭉쭉 뻗은 멋진 몸매의 젊은이들이 잘 그을린 구릿빛 피부로 해변을 활보할거라 생각했다.

높고 낮은 파도를 갈아타며 시원하게 물살을 가를 근육질의 서퍼들을 상상하며 골드코스트 취재를 계획했었으나 현지에 도착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기자와 포토그래퍼가 망각하고 있었던 중요한 한 가지, 남반구의 땅 호주에는 아직 본격적인 서핑 시즌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글ㆍ김선희 기자 ｜ 사진ㆍ정수임 팀장 ｜취재협찬 ㆍ퀸즐랜드주 관광청

한껏 마음을 뜨게 만들었던,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에서의 서퍼들에 대한 취재 미션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에는 얼마간의 실망과 한숨이 덧붙어야 했다. 남태평양에서 연신 밀려오는, 푸르다 못해 초록빛을 띠는 파도가 하얀 포말과 함께 모래사장에서 부서지는 데도 그 파도를 평정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파도의 낭비이자 바다에 대한 실례임도 인정해야 한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가며 넓디 넓은, 아니 길디 긴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해안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발 아래로 꺼지는 모래의 감촉이 너무 보드라워서 한걸음 내딛기가 힘들다. 하얗게 부서지고 남은 파도의 앙금이 간혹 밀려드는 젖은 모래는 그나마 걷기에 좋다. 아직 본격적인 시즌은 멀었지만, 그리하여 기자가 꿈꾸던 ‘서퍼들이 가득한 바다’의 풍경은 연출되지 않았지만 해변은 쓸쓸하지 않다. 수영하는 사람들, 시즌을 대비해 각기 서핑보드를 하나씩 붙들고 서핑을 배우는 그룹들로 해안은 활기를 띤다. 그러나 2퍼센트, 아니 80퍼센트 허전한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서퍼들의 천국에는 아직 서퍼들이 당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빌딩이 즐비한 해변으로 방향을 돌렸다.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이는 골드코스트

퀸즐랜드 주의 아래쪽에 자리한 브리즈번, 브리즈번에서도 남쪽을 향해 하이웨이를 타고 달려야 도착하는 골드코스트는 이미 별다른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휴양지이자 관광도시다. 42킬로미터나 되는 골드코스트의 긴 해안은 사우스 포트에 자리잡은 메인 비치(Main Beach)에서 시작해 번화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와 연결되며 다시 브로드 비치(Broadbeach)와 이름도 예쁜 멀메이드 비치(Mermaid Beach)를 지나 벌리 헤즈(Burleigh Heads)로 이어진다.

길게 뻗은 골드코스트를 한 눈에 내려다 보기 위해 큐원(Q1) 빌딩으로 올라간다. 77층 높이에 322.5미터의 높이를 기록하는 큐원 빌딩은 건물의 제일 위층에 전망대가 있어 서퍼스 파라다이스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한참이나 이어지는 해안선이 잡힐 듯 눈에 들어온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골드코스트 일대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이다. 전망대로 엘리베이터 안의 작은 전광판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바뀌다가 77에서 멈추자 속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꼭대기 전망대에 닿아 있었다. 놀라운 것은 해안에 바짝 붙어선 이 고층빌딩이 전망대 시설을 제외하고는 전 층에 사람들이 주거하는 레지던셜 타워라는 사실. 사방의 창을 통틀어 남반구의 하늘이 배경이 될 테고, 남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미풍과 늘 그 자리에 있을 바다마저 렌트에 포함되는 호사를 누리게 될 테다.

둥근 전망대의 사방이 유리벽이지만 너무 높아서인지 아찔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남태평양을, 다른 한편으로는 시가지를 여러 구획으로 갈라놓으며 복잡하게 구불거리는 네랑 강을 배경삼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여유롭기만 하다.

Shopper’s Paradise

간혹 비행기를 타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숲에서 이만큼 멀어져 있을수록 그 속에서의 일들은 부피나 무게감이 약해진다. 머리를 눌렀던 고민거리도 한번 멀어졌다 돌아오면 조금이나마 경감되듯이. 큐원 전망대에서 골드코스트의 조망을 한눈에 보고 났더니 관광객들과 거리에 즐비한 숍들의 물결에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되었다. 낯선 거리가 담긴 지도도 그제서야 조금 낯익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일대를 돌아보려면 우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서핑을 배우고 싶다면, 해변과 맞닿은 에스플레네이드 애비뉴의 서핑스쿨을 노크하자. 군데군데 들어선 서핑숍에서는 저마다 시간은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두 차례씩 서핑강습을 한다. 서핑을 배우고 싶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2시간에 40호주달러 정도로 클래스에 등록할 수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의 중간 쯤, SURFERS PARADISE가 새겨진 아치형의 은색 조형물은 해변을 알리는 표시이기도 하고, 골드코스트의 가장 번화가인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쇼핑가임도 동시에 나타낸다. 아치가 정면으로 향한 거리는 캐빌 몰로 각종 패션 매장과 노천 카페 등이 몰려 있다. 캐빌 몰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각각 다른 종합쇼핑센터가 들어섰고, 화려한 쇼윈도가 줄지어 서 있는 블록을 몇 개 지나면 도심 내부의 강가로 가까워지면서 레스토랑과 펍이 몰려 있다. 캐빌 몰에서는 왼쪽 끝 지점에 특히 주목하자. 사람 둘이 서면 꼭 맞을 듯한 코너에서 과일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다. 같은 건물 옥상에는 세계에 체인을 둔 ‘하드록 카페’임을 알리는 큰 기타 모형이 서 있다.

캐빌 몰 중간 지점에서 북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엘콘 애비뉴를 잇는 오키드 애비뉴로 들어서자 쇼핑가방을 든 여성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일대가 모두 번화가지만,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명품 매장이 이 거리에 몰려 있기 때문. 해변에서 가까운 거리라 간혹 수영복 차림으로 명품 샵의 쇼윈도를 꼼꼼히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수영복 패션의 쇼퍼는 어딘지 어색하지만, 이곳은 서퍼스 파라다이스다. 수영복을 입고 쇼핑을 하든, 서핑보드를 든 채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건 누가 그들을 탓하리.

나이트 마켓

하필이면 지구의 반대편까지 건너와 중국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는 산책삼아 걷기 시작했다. 한국이었으면 여전히 거리가 혼잡했을 텐데, 24시간 영업한다는 마트를 제외한 숍들은 하나둘씩 불을 끄기 시작했고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거리도 한산하다.

밤바다를 보자며 에스플레네이드 애비뉴로 들어서자, 낮의 활기가 다시 느껴진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만 열린다는 나이트 마켓이 마침 이 때 열린 것이다. 짧은 일정 중 나이트 마켓을 구경할 수 있었다니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오세아니아 대륙의 원주민이던 애보리진 문양의 목공예품을 비롯해 그림의 위아래를 바꾸면 모래가 흘러내리며 대칭을 이뤄 다시 똑같은 형태를 찾아가는 모래그림, 주인 내외가 직접 만들었다는 석고조각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야생동물을 목에 감고 사진을 찍으라는 미니 야생체험관도 있고, 정말 큰 수정구슬을 앞에 두고 타로점을 봐주는 중년의 부인도 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한다는 젊은이는 사시사철,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골드코스트의 해안을 다각도로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전시중이다. 골드코스트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의 필터에 걸러진 풍경은 좀더 따사롭고 푸근하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기대해 마지않았던 서퍼들과 만남의 기회는 결국 한발 비켜갔다. 대신,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왜 그 이름을 얻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서퍼들이 가득한 천국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서퍼들보다 한발 앞서 도착해 그 천국을 누려보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다. 가볍게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과 불규칙적인 속도로 리듬을 더하는 파도소리와 더불어 천국의 밤은 더욱 깊어간다.

자세한 문의 퀸즈랜드주 관광청 02-399-5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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