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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의 기적-몽생미셀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7-11-05 오후 1:38:04

the castle in the sea

“사막에는 피라미드가, 바다에는 몽생미셸이 있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그의 작품 ‘93년’에서 몽생미셸을 이렇게 묘사했다. 맞닥뜨리는 순간 멈춰서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기적’이라고 부른다면, 그렇다, 몽생미셸은 기적이다.

글·안수련 기자 | 사진·정수임 팀장

하얗게 시야를 가린 안개가 물러가면 바다 한 가운데, 그야말로 ‘두둥’, 하는 효과음이라도 넣어주어야 할 것 같은 거대한 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해도 ‘그럴 만 하네’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이곳이 바로 ‘제 8의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수도원 몽생미셸이다. 이처럼 보는 이를 압도하는 천혜의 경관을 일찌감치 알아본 유네스코는 1979년,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수도원 몽생미셸은 결정편암이 엉겨 붙어 형성된 2개의 바위 위에 세워졌다. 섬을 둘러싼 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유럽에서 가장 심한 곳으로, 밀물과 썰물의 차가 무려 15미터 이상일 때도 있다. 썰물 때, 금방 닿을 듯 아스라이 손짓하는 성을 향해 무작정 다가가면 평균시속 3.75킬로미터로 차오르는 바닷물에 순식간에 잠길 수도 있다. 수시로 바다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 안개의 늪에 빠질 위험도 간과해선 안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발이 쑥쑥 빠지는 모래수렁은 과거 이곳을 지나던 행인들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삼켰다. 이런 위험 속에서도 수도사들은 바다 한 가운데 성을 쌓았고, 오늘날까지도 몽생미쉘로 향하는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몽생미셸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성 미카엘 전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708년, 아브랑슈의 주교였던 오베르의 꿈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나 몽똥브((Mont-Tombe, 무덤산, 몽생미셸의 옛 지명)에 자신을 위한 성을 지으라고 명한다. 3번이나 같은 꿈을 꿨지만 그는 듣지 않는다. 아마도 ‘별 개꿈을 다 꾸네.’라며 까맣게 잊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미카엘이 꿈속에서 길길이 화를 내며 그의 머리에 구멍을 냈을 때야 벌떡 일어나 성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주교는 시시 숲이 내려다보이는 높이 80미터의 바위 위에 이탈리아의 몬테가르가노에서 가져온 화강암으로 예배당을 지었다. 몽생미셸은 성 미카엘의 프랑스어 발음인 미셸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도 몽생미셸 곳곳에서 악마를 물리치는 성 미카엘(미카엘이란 히브리어로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다’는 뜻이다)의 조각이나 그림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건축 양식으로 축조된 모자이크 지금의 몽생미셸은 몇 번의 재건을 통해 완성되어 성의 건축 양식은 모자이크처럼 다양하다. 노르만족이 이 지역을 다스리던 10세기경 몽생미셸에는 베네딕트회의 수도사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는데, 이후 초기에 지어진 두 채의 건물만으로는 늘어나는 수도자와 순례자들을 수용하기 힘들어져 1023년부터 1085년 사이에 본당을 지었다. 11세기에는 본당 아래쪽에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3층 건물이 완성됐다(이 건물 1층은 북풍의 방, 2층은 행랑, 3층은 취침실이다). 또 로베르투스 수도원장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지하 성모당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새로운 건물이 세워졌다.

1204년 필리프 2세가 노르망디를 프랑스령으로 통합하면서 영국의 존왕을 따르던 몽생미셸은 프랑스와 대립하게 된다. 그 와중에 브르타뉴군이 성에 불을 질러 수도원의 일부가 훼손되지만, 미안했는지 기부금을 하사한 프랑스 왕 덕분에 1212년에서 1228년 사이 수도원은 빠르게 재건된다. 이때 지어진 ‘화려관’이라 불리는 본당 북쪽의 건물은 당시 몽생미셸의 위상을 짐작케 한다.

전쟁기지로, 또 감옥으로 14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몽생미셸은 전쟁기지로, 또 감옥으로 사용됐다. 많은 이들이 이를 안타까워했지만, 바다 한 가운데의 수도원조차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당시 유럽은 깊은 혼돈에 빠져있었다.

14세기 말, 백년전쟁이 일었을 때 몽생미셸은 군사기지로 쓰였다. 영국군이 수도원을 제외한 브르타뉴 전역을 차지했을 때도 수도사들은 끝까지 성을 지켜냈는데, 루이 11세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몽생미셸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성 미카엘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앙부아즈 성에 성 미카엘 왕립기사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짝 나던 해는 금세 들어가 버린다. 1793년, 프랑스 혁명과 함께 수도원은 수도사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돌변한다. 몽생미셸은 이로인해 ‘바다 위의 바스티유’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수도원에는 지금도 죄수들이 돌리던 바퀴형 거중기가 남아있다.

드디어 새로운 세기를 맞다 몽생미셸에 관광객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은 음침했던 감옥이 재건된 19세기 말엽부터다. 이후 연간 250만 명의 방문객이 몽생미셸을 찾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10세기경부터 이곳에 정착해 살아왔다고 한다. 바볼리 문(Bavole gate)을 지나면 가브리엘 드 퓌(Gabriel du Puy)가 설계한 입구가 나오고, 이어 몽생미셸의 중심 거리인 꾸르 드 라방세(Cour de L’Avanc)가 모습을 드러낸다. 입구 왼편, 16세기 초에 지어진 시민 위병실(Burghers’ Guardroom)은 현재 여행자 정보센터로 쓰이고 있다. 이어 왕의 문(King’s Gate)을 지나면 본격적인 몽생미셸 ‘관광코스’가 펼쳐진다. 좁은 골목길은 사람들로 미어터진다(안타깝지만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패스트푸드점 계산대 앞에서처럼, 성 위로 오르는 사람들과 관람을 마치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나란히 두 줄을 선다. 몽생미셸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몽생미셸 오믈렛’과 ‘애플 시드르’를 파는 레스토랑, 몽생미셸이 그려진 본차이나와 각종 엽서를 펼쳐놓은 기념품점에 들르느라 속도는 한없이 느리다.

수도원, 그 아름다운 미로를 걷다 한참 오르막길을 ‘등정’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더 가파른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앞뒤로 꽉꽉 찬 사람들의 파도에 휩쓸리다시피 하며 수도원에 들어선다. 보통 수도원은 미사가 열리는 본당과 수도사들의 활동 공간인 중정을 중심으로 집회실, 대식당, 부엌, 취침실이 그 주위를 둘러 싼 형태로 지어진다. 자급자족을 위한 농장과 작업실, 손님맞이 방도 필수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몽생미셸은 이 같은 구조로 짓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이들 방은 중정을 둘러싸는 대신 한층 아래나 위에 축조됐다.

때문에 몽생미셸의 중정은 대식당과 취침실로만 연결된다. 다섯씩 묶인 기둥의 윗부분은 아치와 이어져 지붕의 하중을 떠받치고 있는데, 가느다란 기둥이 만들어내는 아치와 아치 사이에는 나뭇잎과 꽃잎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문양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수도원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방은 대식당이다. 가로 10미터, 세로 34미터 크기의 대식당은 수십 명의 사제들이 함께 식사를 하던 방이다. 혹독한 고행의 길을 걷던 수도사들은 하루 한 끼 먹는 게 고작이었기 때문에 식사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다른 방들과 달리 대식당에는 가운데 기둥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건물 측벽이 단단히 천장을 받쳐 주어야 했기에 측벽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햇볕도 잘 들어야 했기 때문에, 여러 겹의 채광벽이 세워졌다. 가운데 놓인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한 쪽의 연단에선 수도사들이 성경구절을 낭독하곤 했는데, 효과를 최대화 하기 위해 대식당 내부는 울림이 잘 되도록 설계되었다.

삶에서 기적을 마주하는 순간이 몇 번이나 될까? 몽생미셸은 그 몇 안 되는 기적을 확실히 ‘보장’하는 곳이다. 저 멀리에서 성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인공처럼 ‘둥실’, 몸이 떠오를 것 같다. 바싹 마른 삶에 던져진 이런 환상은 바다 위의 성 몽생미셸의 또 다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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