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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함께 흐르는 브리즈번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7-12-10 오후 6:52:24

TRAVEL brisbane

강과 함께 흐르는 브리즈번

서울을 처음 찾는 이들이 서울에 감탄하게 되는 한가지 요소는 대도시 중간을 여유 있게 흘러가는 한강 때문이다.

파리에는 센강이, 베를린에는 슈프레강이 흐르지만 한강처럼 폭이 넓고 수심이 깊은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퀸즈랜드주의 주도 브리즈번을 처음 찾았을 때, 낯선 풍경이 왠지 눈에 익은 듯한 이유는 아마 브리즈번의 중심을 흐르는 그 강 때문이었을 테다.

글·김선희 기자 ｜사진·정수임 팀장｜취재협찬 ·퀸즈랜드관광청 02-399-5767

큰 브리즈번강이 도시의 중심으로 흘러가는 브리즈번(Brisbane)의 지형은 서울만큼이나 독특하다. 굳이 두 도시의 사소한 차이를 꼽자면 서울에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25개(범위를 서울시내로 한정할 경우)나 되는데, 브리즈번에는 중심가인 퀸 스트리트 몰에서 반대편을 잇는 빅토리아 브리지와 브리즈번강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캥거루 포인트에서 그 반대편으로 가로놓인 스토리 브리지를 비롯하여 4개가 고작이다. 그래서 브리즈번에는 강을 가로지르며 도심을 오가는 페리와 유람선이 유독 많다.

브리즈번을 보는 베스트 스팟 구불거리며 브리즈번을 돌아나가는 브리즈번강 인근의 평탄한 시가와 달리, 브리즈번의 서쪽을 향해 외곽으로 갈수록 지형이 조금씩 높아진다. 브리즈번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스팟 역시 브리즈번의 서쪽, 쿠사산(Mt. Coot-tha)에 있다.

산 정상의 고도가 겨우 해발 227미터를 기록하는 이 아담한 산의 전망대에 서면 브리즈번 강의 완만한 곡선과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가가 눈 아래로 들어온다. 날씨가 맑으면 저 먼 곳까지 잡힐 듯 보였겠지만, 마침 취재진이 쿠사 전망대를 찾은 날은 시계가 다소 흐린 편이었다. 전망대 주위에는 따가울 만큼 밝은 햇살이 쬐고 있었으나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브리즈번 시가 쪽은 낮게 드리운 구름의 영향인지 반쯤 흐리고 조금은 찌푸려 있다. 날씨 쯤이야 상관없다는 듯, 이미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만원이다. 시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창을 향해 길다란 바 형식으로 놓인 테이블에는 빈자리 없이 빼곡하게 앉은 사람들이 스테이크로 때늦은 점심식사 중이다. 도심에서 가깝기도 하고, 브리즈번이 한 눈에 잡히는 지리적 요소 탓에 쿠사 마운틴 전망대의 레스토랑은 오래 전부터 브리즈번 시민들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주말에는 결혼식 피로연을 하려는 사람들의 예약이 줄을 잇고, 평일에도 브리즈번 시티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브리즈번의 전체 조망을 보려면 쿠사 마운틴 전망대가 베스트 스팟이지만, 아기자기한 브리즈번 시의 내부를 보려면 캥거루 포인트(Kangaroo Point)가 단연 사랑받는 코스다. 쿠사 산에서 내려와 퀸즈랜드주를 대표하는 맥주인 포엑스 맥주공장(XXXX Ale House Brewery)을 지나 브리즈번 시내로 접어들면서 보게 되는 브리즈번 강과 하루에도 몇 차례나 운행되는 유람선과 페리, 인근의 산책로를 가장 예쁘게 보인다는 곳이다. 쿠사산의 전망대처럼 특별한 시설은 되어 있지 않지만, 근처를 지나다가 잠깐 차를 세우고 나와 맨손체조를 하거나 강변길을 산책하다가 올라와 잠시 쉬어가기 좋다. 캥거루 포인트에 섰을 때, 마침 한 커플이 웨딩 촬영중이다. 살짝 짙은 블론드의 호주인 신랑과 아시안 계의 신부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눈빛 레이저를 연신 쏘아가며 쑥스러운 듯, 하지만 포토그래퍼의 이런저런 요구에 척척 포즈를 취해낸다. 기자에 비해 150퍼센트 정도는 더 친화력 넘치는 뚜르의 포토그래퍼, 당연히 가만있지 않는다. 먼저 다가가 몇 마디를 건네더니 급기야는 신랑신부를 강변의 돌담길로 불러내어 카메라 렌즈를 들이민다. 옅은 오렌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던 태양은 브리즈번 강물 위에서 수 만 조각의 은빛으로 부서지고, 강에서 불어오는 미풍에 신부의 면사포는 휘날리고… 두 손 마주잡은 신랑신부를 향해 뚜르의 포토그래퍼는 렌즈를 향했고, 원래 신랑신부를 찍던 호주인 포토그래퍼는 뒤에 서서 그 풍경을 또 다른 렌즈에 담는다.

into the City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구획된 브리즈번 시티에서는 초행자라도 길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지독한 길치이거나 알파벳을 전혀 못 읽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지도 한 장 손에 들고 거리를 걷다가 가끔 방향감각에 혼란이 오면 지나가는 이를 붙들고 위치를 묻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자가 왜 이리 공언하는가 하니, 시티 남북 방향의 거리에는 여성의 이름이, 동서 방향의 거리에는 남성의 이름이 붙어 있어 방향 찾기에 또 한번 도움이 된다. 강변을 따라 세로로 ‘윌리엄, 조지, 앨버트 스트리트’ 하는 식이고 가로로는 앨리스, 메리, 엘리자베스 등의 거리 푯말을 볼 수 있다.

브리즈번 시티에서도 메인로드인 퀸 스트리트와 직선으로 연결되는 빅토리아 브리지를 지나면 강 건너편 기슭의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South Bank Parkland)에 닿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브리즈번에서는 엑스포가 개최되었다. 엑스포가 끝난 후 넓은 부지에 시민들을 위한 종합레저시설이 들어서면서 오늘의 파크랜드로 재탄생한 것. 16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나비·곤충관, 인공 개천,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 있어 도심 속 휴가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식 레스토랑을 비롯하여 지중해와 아시아, 오리지널 호주 스타일 등 무려 30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있어 입맛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색다른 식사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의 개최지이기도 할뿐더러 금요일 밤과 주말에는 공예품 벼룩시장이 열려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브리즈번강을 오가는 페리의 부두도 이 곳에 있다.

연간 온화한 아열대기후의 브리즈번을 제대로 느끼기 좋은 곳은 따로 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래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빌딩의 물결 속에 낮게 들어앉은 아열대 인공정원인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Roma Street Parkland)’가 바로 그곳. 퀸즈랜드주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시민들의 휴식터로 조성된 이 곳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아열대 정원으로 꼽힌다. 생전 처음 보는 꽃과 나무를 비롯한 1,800종 이상의 아열대 식물이 자라고 있고, 퀸즈랜드주에서는 해변에서든 도심에서든 불쑥불쑥 나타나는 새, 아이비스(Ibis, 우리나라로 치자면 ‘따오기’ 정도)의 은신처이기도 하다.

쇼핑의 메카, 퀸 스트리트 몰 브리즈번 시티의 동서로 뻗은, 여성의 이름이 붙은 거리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이름에서부터 메인의 포스를 풍기는 ‘퀸 스트리트(Queen Street)’이다. 그리고 브리즈번의 No. 1 패션 스트리트인 ‘퀸 스트리트 몰’이 이 거리에 있다. 두 블록에 걸친 긴 거리의 양쪽으로 유명 백화점인 데이비드 존스(David Jones)와 마이어 센터(Myer Centre)와 호주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투어리스트 하우스(Tourist House), 오스트레일리아 더 기프트(Australia the Gift), 아웃렛과 패션몰인 도티(Dotti)와 퀸스 플라자(Queens Plaza) 등이 주욱 늘어서 있으니 긴 시간을 들여 꼼꼼히 돌아본다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쇼핑 아이템이 가득하다. 단, 모두에게 적용되는 쇼핑의 불문율, ‘쇼핑할 때는 남자친구와 함께 가지 말라’는 법칙을 꼭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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