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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후인으로 산책 갑니다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7-12-10 오후 7:21:45

TRAVEL yufuyin

지금 유후인으로 산책 갑니다

산책,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마음에 든다. ‘산책’이라고 한번 말하고 나면 서늘한 바람이 가슴 속까지 통하는 것 같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바람,

우거진 나무가 주는 상쾌함, 땅에 발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경쾌함까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기분 좋은 느낌이 한 가지씩 떠오르는 듯 하다.

글, 사진·한미영 기자 | 취재협찬·화인존 02-725-8232

겨울로 가는 길목, 일본 여행을 위해 짐을 꾸렸다. 겨울에, 그것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떠오르는 그림이 눈으로 뒤덮여 눈부신 설경과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여주는 온천이었나보다. 눈이 내리기는 이른 시기이니 제쳐두더라도 온천에 대한 포근함을 기억하는 이들은 한껏 부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테마는 겨울로 가는 산책이다. 비행기 타고, 배 타고 여행을 떠나 기껏 한다는 것이 산책이냐며 고개를 갸웃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의 정취를 한번 느껴본다면 ‘하아~’ 하고 기분 좋은 호흡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꼭 한번 다시 찾아오리라’ 굳은 다짐을 한다. 깊은 산속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이곳은 유후인(由布院)이다.

유후인은 큐슈(九州) 오이타현(大分縣) 중심부에 위치한 분지 마을이다. 유후인시라고 부르고 있지만 다분히 전원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시’ 보다는 시골의 ‘읍내’ 정도로 표현하는 게 더욱 어울릴 듯하다. 유후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유후다케 산 아래, 안개로 뒤덮인 이 신비로운 마을을 걸어보기로 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추억을 담아 산책의 시작은 유후인 역부터다. 유후인 여행을 할 때 대부분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유후인에 들렀다가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컨셉이 산책이니 만큼 기차를 이용하는 게 왠지 더욱 낭만적인 여행의 시작이 될 것 같다. 기차가 유후인에 닿으면 작지만 특별함이 있는 유후인 역과 만나게 된다. 오이타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가 설계한 유후인 역은 매표 창구 한 칸, 안내 창구 한 칸 정도의 아담한 규모다. 하지만 역내에는 아트 갤러리가 꾸며져 있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문화의 향연에 빠져들 수도 있다. 또한 160엔만 내면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아시유(족욕탕)도 설치되어 있다.

역사를 나서면 길게 뻗은 길 양 옆으로 다양한 종류의 기프트 숍과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구경에 앞서 어떤 교통 수단을 이용할 지 결정해야 한다. 마차, 클래식 카, 인력거,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이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이동 수단을 골라보는 게 첫 번째 재미다. 역 바로 왼편으로 보면 약 50분간 이곳 저곳을 돌아볼 수 있는 마차, 쓰지바샤(1인당 1,200엔)가 기다리고 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30분마다 출발하는 이 마차는 힘들이지 않고 유후인의 전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예스러운 유후인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유후인’이라는 한 폭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마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나 길을 걷는 사람이나 서로를 만나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묘한 매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독특한 이동수단은 인력거다. 20세기 초반의 모습을 한 인력거와 젊은 인력거꾼의 땀방울이 만나 만들어낸 색다른 풍경이다. 옛 추억을 더듬는 노년 여행객이 대부분이지만 그들도 색다른 재미를 즐기는 것 같았다. 여비는 넉넉지 않고 튼튼한 다리를 가졌다면 비싼 인력거보다는 1시간 에 200엔 정도면 빌릴 수 있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다니며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마을 자체가 그리 넓지 않고, 곳곳에 재미를 숨겨두고 있어 그냥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후인 만나기 유후인 역에서 긴린코(金鱗湖)까지 이어진 유노츠보 거리를 걷다 보면 작고 아담한 갤러리며 카페, 공방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실 갤러리와 기프트 숍 구경만 온종일 하라고 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물론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거나 굉장히 신기한 것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진 물건들을 구경하며,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는 유후인이 젊은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 포인트이기도 하다.

유후인 분지를 비롯해 도시 전체에 분포하고 있는 작은 갤러리에는 회화, 도예 등 각자의 개성이 풍부하게 담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후인 최초의 미술관인 스에다 미술관은 고품격의 개인 갤러리이고, 전 일본을 방랑하고 유후인에서 생을 마감한 화가 사토 게이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유후인 미술관에서는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 숲속의 교회처럼 아름다운 미술관인 유후고원 미술관에는 관장이 수년간 수집한 앤티크 글라스와 도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긴린코 옆에 위치한 마르크 샤갈 미술관은 이미 유후인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긴린코에 다다른다. 호수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담한 규모지만 따뜻한 온천과 맑은 샘물이 동시에 퐁퐁 솟아나는 독특한 곳이다. 일년 내내 섭씨 25도씨의 수온을 유지한다. 아침 저녁으로는 주변과의 온도차 때문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더욱 운치가 있다. 석양에 비친 물고기의 비늘이 금빛으로 빛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그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긴린코를 돌아 나오는 길에 일본 전통식 건물이 눈에 띈다. 유리 세공, 목공, 일본식 한지 공예인 와시 등 전통 공예 공방인 민예촌이다. 전통 기능을 가까이서 느껴보고, 염색, 도예 등은 체험해볼 수 있어 꼬마 손님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날 수 있다.

휴식과 미각의 향연, 료칸 거주 인구수는 1만 2천 명밖에 되지 않지만 연간 관광객 수가 4백만 명에 이르는 이 예쁜 마을은 물에 잠겨 사라질뻔한 아찔한 추억을 갖고 있다. 이렇다 할 관광 명소도 없고 상대적으로 시설이 낙후한, 마냥 춥기만 했던 시골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이 지금처럼 멋지게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내린 자연 환경을 잘 이용한 유후인 사람들 덕분이다. 사계절 뚜렷한 색채 변화로 분위기를 바꾸는 활화산 유후다케와 일본 2위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온천을 이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도록 산책로를 조성했다. 특히 1분에 4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온천이 흘러내려 길 옆으로 흐르는 작은 도랑도 따뜻한 물이 흐른다. 알칼리성의 온천 성분은 지역에 따라서 효능이 조금씩 다르다. 유후인 마을의 북쪽에 위치한 츠카하라 고원에서 나는 온천은 피부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서쪽에 위치한 유노히라 온천은 위장병에 효과가 있어 마실 수도 있게 되어 있다. 마시는 물보다 온천 물이 더 흔해 작은 마을에 16개의 온천 호텔이 있으며, 온천만 할 수 있는 시설도 즐비하다.

유후인은 규모는 작지만 곳곳에 작은 매력들을 숨겨놓았다. 천천히 이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자연의 싱그러움도, 문화의 잔잔한 감동도, 그리고 휴식의 편안함도 느낄 수 있다. 불꽃이 화다닥 타오르는 강한 인상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을 머물렀어도 긴 여운을 남긴다.

박스기사

accommodation 彩岳館(사이가쿠칸)

전 일본에서 용출량 2위를 자랑하는 유후인에는 천연 온천과 숙박, 가이세키 요리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료칸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이가쿠칸은 유후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후다케를 전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침과 저녁 식사는 가이세키로 제공되며, 저녁 메뉴에는 오이타산 쇠고기인 분고규가 반드시 포함된다. 온천은 남녀로 구분되어 있고, 실내탕과 노천탕이 구분되어 있으며, 가족탕도 마련되어 있다. 유후다케 전망과 정원 전망의 방이 일본 전통식 다다미방과 서양식 침대방으로 나뉘어 있다. 2인실부터 4인실까지 있으며, 숙박요금은 1인당 14,700엔부터 18,900엔 까지다.

자세한 문의 0977-44-5000, www.saigakukan.co.jp

발문

겨울로 가는 길목, 유후인으로 산책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자연과

세월의 흐름이 멈추어 버린 거리에 또 다른 추억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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