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패스 :: 1등 글로벌 호텔예약

눈과 얼음의 도시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8-02-05 오전 10:09:11

fragment of harbin

눈과 얼음의 도시

여진어로 ‘명예’를, 만주어로는 ‘그물을 말리는 곳’이란 뜻을 가진다는 하얼빈은 그 울림이 지극히 생경하기만 한 이국의 누군가에겐 ‘얼음과 눈, 그리고 차가움’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눈과 얼음이 빚어낸 도시 하얼빈. 이 도시의 편린은 이미 오래 전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의 눈길’에 대한 로망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눈빛 설렘을 선사한다. 글, 사진·안수련 기자 | 취재협찬·중국국가여유국 02-773-3138 www.cnto.or.kr

상하이나 베이징과 달리,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제외하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저 단편적인 정보와 느낌만으로 도시를 이해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한 자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첫인상을 아예 무시하기도 어렵다. 그건 지금까지 살면서 엮어온 삶의 편린들이 나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하얼빈, 이라고 가만히 부른 후 자문해 보자. 이 세 글자에 대한 나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 논술 문제처럼 나름의 답을 적어 봐도 좋다. 앞으로 제시될 하얼빈에 대한 정보는 단지 기자의 개인적 경험에 비춰진 하얼빈의 이미지에 다름 아닐 것이므로, 당신이 적은 답과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답 작성 시 유념해 둘 사항. 정답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무엇을 느꼈느냐고,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 느낌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절차(도시에 대한 객관적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를 밟는 것이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의 끝에는 그 느낌과 정보를 확인하는 일, 즉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횟수는 상관없다. 사람을 만날 때 한 번의 만남으로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여러 번 만나도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도시와의 인연도 그 깊이가 모두 다르니.

하얼빈, 첫발을 딛다 하얼빈에 다녀온 건 지난 12월이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종각으로 나가볼까, 폭죽 때문에 다치는 사람도 많다는데 그만둘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카운트다운을 해볼까 등 새해맞이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연말이면 흔히 느껴지곤 하던 들뜬 기분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는 엄포에 싸하게 얼어붙었다. 콧속까지 얼어붙는다는데 숨은 쉴 수 있을까, 나름 절박한 고민과 함께 하얼빈에 도착했다. 호텔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공항 문을 나설 때는, 그래서 이를 앙다물었다. 차가운 바람이 옷섶을 파고들었지만 추위는 걱정했던 만큼 심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45킬로미터 떨어진 시내까지 가는 길, 조선족인 가이드가 강한 북한 사투리로 환영인사와 함께 하얼빈에 대한 기본 정보를 죽 읊어 준다. 웅얼거리는 말소리와 마이크의 울림이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하얼빈의 거리가 가물거린다. 불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커다란 시멘트 건물들과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휑한 도로. 어두운 밤, 창밖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은 언젠가 TV에서 본 평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꽁꽁 얼어붙은 빛의 향연 1, 2월엔 하얼빈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는다. 매년 1월 5일부터 2월 25일까지 열리는 빙등제 때문이다. 올해로 9회를 맞는 빙등제의 정식 명칭은 ‘빙설대세계(氷雪大世界)’다. 주제는 매해 다른데, 올해는 ‘베이징 올림픽’이 테마다. 빙등제가 열리는 현장은 말그대로 얼음 도시다. 베이징 올림픽이라고 새겨진 대형 얼음 조각을 지나면 실물 크기의 얼음 자금성이 나온다. 그 아래선 러시아 스케이트 선수들의 현란한 쇼가 펼쳐진다. 빙등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얼음으로 쌓아올린 벽에 기대 서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이 꿈같은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자금성 오른편으로 아크로폴리스를 본뜬 듯한 거대한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란 빛은 고흐가 사랑했던 프랑스 남부의 뜨겁고 열정적인 색이지만, 하얼빈에선 그마저 파리하게 얼어붙어 있다.

이토록 차가운, 그리고 아름다운 하얼빈의 겨울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또 다른 행사는 ‘태양도 하얼빈빙설제’다. 빙등제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주제가 달라지는데 금년에 ‘프랑스’를 주제로 ‘까미유 끌로델’, ‘잔다르크’, ‘나폴레옹’,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프랑스와 관련된 2,000여 점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길이 126미터, 높이 36미터 크기의 ‘프랑스 소녀’다. 이 작품은 범상치 않은 규모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단다. 그 앞에 조성된 눈벌판 위엔 맑은 눈을 한 사슴 한 마리가 서 있다. 보기만 하는 건 괜찮지만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5위안을 내야한다. 갈색 털이 수북하게 자라 두 눈을 덮은 순록도 ‘모델료’를 받는다.

전시된 눈조각들은 대부분 하얼빈 예술대학 학생들이 제작하며, 한 작품을 만드는 데는 25일 정도가 걸린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들이 곧 녹아내릴 거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두세 달 정도는 거뜬히

원래 모습을 유지한다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빙설제가 열리는 태양도 공원 내에는 눈으로 만든 마을도 조성돼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통 복장을 입은 소수민족들을 만나거나 눈으로 빚은 조형물 위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남기고, 얼음으로 만든 집에 들어가 에스키모 기분도 내볼 수 있다.

빙설제는 관광객들 뿐 아니라 하얼빈 사람들에게도 최고의 축제다. 우리가 동네 마실가듯, 혹은 근처의 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것처럼, 하얼빈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온다.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과 수줍은 연인들은 찬 바람에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도 모른 채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나무들 사이를 하염없이 걷는다.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각양각색의 이국적인 조형물들을 지나칠 때면 잊지 않고 ‘와아’하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눈과 얼음의 도시 눈과 얼음에 관한 한 중국에서 하얼빈을 따라올 곳이 없다. 하얼빈 내에는 13개의 수준급 스키장이 있다. 흑룡강성 내의 스키장까지 더하면 그 수는 100여개가 넘는다. 매년 겨울이면 야부리, 롱주얼롱산, 지화창슈산 등 하얼빈을 대표하는 스키장에서 ‘중국 흑룡강 국제 스키축제’가 열린다.

여기까지가, 하얼빈에 대한 기자의 소견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막연한 느낌과 일정량의 정보가 엮어낸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기자가 적어낸 답안지 역시 ‘참고 답안’일 뿐이다. 모쪼록 당신만의 정답을 찾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됐길 바란다. 당신의 답안지에 적힌 내용이 무엇이든, 적어도 당신에겐 전적으로 옳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채용문의

고객 건의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