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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부터의 탈피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8-02-05 오전 11:54:11

일상으로부터의 탈피

얼마만에 느껴본 여유로움일까. 도시를 떠나 산자락을 따라 구불구불 깊숙이 들어오니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다. ‘일본의 료칸이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다면 어떠한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에서 탄생한 호시노야 카루이자와. 일상으로부터 완벽한 숨바꼭질 놀이를 몸소 체험하고 돌아오다. 글, 사진·김은지 기자 | 취재협찬·호시노리조트, | 취재진행·인페인터 1544-5867 www.hoshinoya.com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져있는 나가노 현은 일본 내에서도 최고급 별장들이 많은 품격 높은 휴양지로 손꼽힌다. 그 중 ‘건강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카루이자와(karuizawa)는 1886년 선교를 위해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던 선교사 알렉산더 쇼가 처음 발견했는데, 이곳이 자신의 모국 스코틀랜드와 비슷한 것에 큰 감명을 받아 지역 최초로 별장을 마련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해발 천 미터의 고원지대인 카루이자와는 풍요로운 자연에 둘러싸인 쾌적한 환경을 벗삼아 저명인사들과 연예인들에게 속속 알려져 일본을 대표하는 피서지로 발전해온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 별장을 짓지 못할 바엔 차라리 카루이자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료칸으로 발길을 돌릴 것을 권한다.

일본이 서양화라는 거센 물결을 타지 않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전통문화를 지켜왔다면 지금쯤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바로 이러한 상상을 통해 탄생한 호시노야 카루이자와는 100년 전통을 이어오던 전통 료칸을 2년 전 새롭게 탈바꿈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전통미와 모던한 감각이 잘 버무려져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발을 내딛은 듯한 기분을 자아내는 호시노야에서의 여행은 십여 종의 오리엔탈 타악기를 매단 ‘야쿠라’를 이용한 몽환적인 라이브 공연과 동시에 서서히 막이 오른다.

상상 속 계곡마을 호시노야 쳇바퀴 돌듯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던 일상에서의 탈피라는 컨셉트를 내세우고

있는 호시노야 카루이자와는 로비와 숙소가 분리되어 객실까지 전용차로 안내를 받는다. 도착하기 전에도 료칸에서는 가까운 역까지 손님을 마중하러 가는 셔틀 차량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연락을 취하면 시간에 맞춰 직원이 나와 기다려준다.

자, 이제 작은 여행을 떠나볼까. 메인 레스토랑과 톰보노유 노천 온천을 지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호시노야의 77개의 객실은 마운틴뷰, 가든뷰, 밸리뷰 룸 등 각 방별로 다양한 인테리어를 접목시켰기 때문에 똑같은 방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 말인 즉, 어느 곳을 선택하든 저마다의 매력을 품고 있으므로 우리는 자연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된다는 뜻이다.

팽팽한 일상의 끈을 과감히 끊어버리라는 의미에서 일까. 호시노야에는 그 흔한 텔레비전조차 마련해 두지 않았다. 그저 창문너머 물결치는 소리와 함께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악을 즐기라는 뜻에서 CD플레이어만 있을 뿐…. 이처럼 호시노야에서는 들어오는 순간까지 어깨에 얹어있던 무거운 돌을 잠시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며칠이고 이곳에서 자유를 즐길 수, 아니 즐겨야만 한다. 늦은 밤에 갔다가 잠깐 눈만 붙이곤 번개처럼 나오려는 비지니스맨은 애초부터 료칸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호시노야는 최소 2박 이상 예약을 기

본으로 한다. 만약 하루만 머문다면 객실에서 레스토랑과 온천을 오가는 길도 헤매기 십상일 정도로 호시노야는 ‘또다른 세상’이기 때문에 사실 2박도 그리 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게다가 일반 료칸의 암묵적인 룰이었던, 자의와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 가이세키 요리의 압박에서도 해방시켰다. 호시노야는 24시간 제공되는 룸서비스와 정오까지 제공되는 아침 식사로 투숙객이 자신의 구미에 맞는 완벽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숙박 요금 측면에서도 한층 부담을 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매일 오후 해질녘에는 호시노야의 새로운 장막이 펼쳐진다. 계단식 계곡에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오면 스텝들이 작은 통통배를 타고 ‘으싸으싸’ 정도로 들리는 경쾌한 추임새와 함께 안동이라 불리는 물초롱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수면을 장식한다. 삿갓을 쓰고 뱃놀이를 하던 ‘미즈안도’라는 민속놀이에서 따온 퍼포먼스는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전통과 지역성을 완벽한 휴식이라는 미학에 접목시키려는 노력, 이것이 호시노야를 일본 료칸의 미래형으로 불리게 하는 한 요소다.

마음을 가다듬는 명상 온천 일본에 직접 와서 보니 일본인들의 온천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층 더해 보였다.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녁 식사 전, 잠자기 전, 아침 등 두 차례에 걸쳐 탕에 들어가야 온천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니까. 원래 나라가 다습한 지역이라 목욕문화가 발달했지만 특히 일본에는 온천에서 목욕하며 병을 고치는 탕치요법이 예로부터 성행했다고 한다. 온천의 지역과 물의 성분에 따라 병의 효험이 달라졌고, 병자들은 몇 날 며칠씩 료칸에 머물며 정성껏 병을 치료했으며, 유명 온천으로 각광받는 몇몇 지역이 생겨났다. 이때부터 료칸은 온천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유명한 온천지대에 가면 역사 깊은 료칸이 반드시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탕치문화를 대표하는 ‘쿠사츠’라 불리는 산성 온천에서 몸을 담구고,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마지막 코스로 찾았던 곳이 바로 알칼리성의 카루이자와 온천이었다.

호시노야 카루이자와에도 노천 온천 ‘톰보노유’와 세계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명상 온천인 ‘메디테이션 바스’가 마련돼 있다. 블랙앤화이트의 세련된 모노톤으로 꾸며져 몽환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명상 온천은 어둠 속으로 좁은 통로를 천천히 따라가며 나만의 명상을 가능케 한 유니크한 온천이다. 긴장을 풀어주는 미묘한 음악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천장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조차 귀 기울일 수 있는 이 명상 온천에서 천천히 물길을 가르며 나를 비워내는 연습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료칸이 ‘일본 최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진정한 이유는 넓은 방이나 맛깔스런 음식, 온천 때문이 아니었다. 이번 기회에 진정한 로하스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인들이 소중히 여기며 계승해 온 생활양식도 체험하며 ‘일본’ 그 자체를 몸소 느끼는 것. 더불어 어깨를 짓누르던 모든 짐을 벗어던질 수 있었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진정 이곳이 그리워지게 하는 매력이 호시노야 가 그토록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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