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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대화, 갠지스강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8-04-01 오후 3:18:05

A River of Spirit, Ganges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대화, 갠지스강

인도의 여느 도시만큼이나 북적이던 그곳. 신과 인간이 함께 하는 영원의 도시,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갠지스강과 만났다.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의 순서가 바뀌었다. 글, 사진 조유리

북적이던 바라나시의 도심에서 차로 조금 달리자 금세 갠지스 강에 닿았다. 탁한 물가에 수 많은 가트들이 즐비하고, 제법 낡은 보트들이 정박되어 있다. 이 때만 해도 ‘이국적이구나’정도의 느낌이었을 뿐, 갠지스강의 밤풍경이 주는 충격을 짐작하지 못했다. 바라나시는 약 2천 5백 년 전에 조성된 도시로 그 역사가 깊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은 힌두교의 성지로서 인도인의 생명수와 같은 강으로, 현재에 와서는 힌두교뿐 아니라 불교와 각종 수도자들이 의식을 행하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에 빨래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기자가 도착한 시간이 늦은 오후 무렵이었음에도 꽤나 많은 여인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목욕을 하는 무리도 보였다. 과연 개운할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물색이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의식은 매우 신중하고 자연스러웠다.

해가 지면 선명해지는…

서서히 노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갠지스강의 풍광을 보기 위해 보트에 오르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소녀가 꽃으로 만든 초를 불쑥 들이밀었다. 강가에 띄우고 소원을 비는 거라 했다. 소박한 소원을 빌며 물에 초를 내려놓으니 노 젓는 소리와 함께 초는 멀리 떠내려갔다. 여행객들이 저마다 띄워 놓은 초들이 강가를 수놓았다. 갠지스강은 종교나 인종의 차별 없이 모두의 간절한 마음을 품어 주었다.

갠지스강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은 화장터다. 처음 갠지스 강에 도착하기 전에 이곳에 대한 나름의 정의는 이러했다. 힌두교인들이 갠지스 강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현세보다 나은 극락으로 보내지기를 원하는 마음이며, 윤회를 믿는 불교도들 인은 더 나은 다음 삶을 기원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곳은 힌두교와 불교뿐이 아니라, 모든 인도인에게 삶의 한 부분이며, 절대적인 사랑과 진리였다. 어쩌면 여기서의 소멸이 완전 무결하고 평안한 무(無)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런지. 우리가 믿는 종교가 다르다 할지라도 그에 대한 신실한 마음은 통하듯이, 갠지스강에서의 논리가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별 모양이 없는 배였지만 해가 지자 그 몫을 톡톡히 했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였고, 수십개의 가트 주변으로 게스트 하우스들이 주황색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오묘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종교 의식들이 펼쳐지기 시작하자 인도에 도착한 첫날의 사건이 하나 떠올랐다. 장시간 비행에 지쳐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몽롱한 상태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방송국 카메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곁에 서있던 긴 머리와 수염에 흰옷을 걸친 인도 남자를 에워쌌다. 어- 소리도 낼 새 없이 자리에서 밀려나며 그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바라나시에 오자 비로소 그 의문이 풀렸다. 저기 가트의 어딘가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의식을 치르고 있을 법한 그 분. 이처럼 바라나시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종교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매케한 연기는 화장터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짙어졌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먼발치에서 화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신을 태우는 불길의 높이는 생각보다 높았고, 같은 보트에 탑승한 모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순간, 인도에서 흔하게 일어난다는 정전. 마치 계획된 듯, 강가의 모든 전깃불이 꺼져버렸다. 더욱 명확하게 보이는 화장터의 불길. 귓전

에 울리는 오묘한 종교음악과 함께 불길 사이로 보이는 인도인들의 무심한 듯한 얼굴이 선명히 보였다. 기꺼이 소중한 사람을 보내는 모습이 자못 경건하다. 그들에게 죽음은 삶의 연장선인 듯 하다.

‘죽음 이후의 세상’과 ‘또 다른 생’이라는 종교적 모토는 서로 간에 미묘한 긴장감을 주지만, 갠지스강에서의 인간은 대자연 속의 자연이라는 화합으로 서로의 힘을 누그러트리고 있다. 인도로 떠난다면 꼭 바라나시에 들러보자. 전 세계의 여행지중에서도 인도를 마지막 여행지라고 칭하는 이유를 너무도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그곳은 당신에게 자신만의 철학과 반성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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