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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코끼리가 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늘씬한 말을 대신하여 육중한 몸매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폴로 경기를 펼치는 그들의 모습은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날렵하다는 사실. 태국의 북부 치앙라이에서 펼쳐진 코끼리 폴로 대회에서 그들의 멋진 플레이를 만났다. 글 주소영 기자 | 사진 조중민 기자 | 취재협찬 태국정부관광청 서울사무소 02-779-5417 www.visitthailand.or.kr

‘쿵쿵!’ 그 굵디굵은 네 다리로, 한 마리도 아닌 여섯 마리의 코끼리가 뛰어다니면 땅이 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아니, 사실 그들이 자신들의 발톱 때보다도 작은 폴로 공을 쫓아 뛰기는 할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시작된 코끼리들의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과 온몸으로 막아내는 수비력, 조련사와 선수가 3인 1조가 되어 펼치는 환상의 플레이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2008 킹스컵 코끼리 폴로 대회’가 열린 곳은 태국 북부 지방인 치앙라이 주의 치앙센에 위치한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 이곳에서 일주일간 펼쳐진 코끼리 폴로 대회의 현장감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가 난생처음 코끼리 폴로 진행을 맡은 모모 캐스터(이하 캐스터)와 태국의 코끼리 폴로 전문가 코폴 해설위원(이하 해설)의 중계를 고스란히 지면에 옮긴다.(실제 경기장에는 해설자의 신명나는 1인 중계가 있었지만 지면 내용은 경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해설 싸왓디 캅. 개막식에는 코끼리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인데요. 이미 태국 불교 승려와 주술사들이 와서 제사를 시작했군요. 매년 코끼리 폴로 대회가 열리기 전에 이곳에서는 이렇게 선수와 코끼리들이 모인 가운데 행사를 축복하고 경기 내내 코끼리와 선수가 무탈하도록 기원하는 제사가 열립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고사를 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주문을 외고 나면 삶은 닭의 뼈를 뽑아 점을 치는데… 아, 점괘가 나왔나 봅니다. 올해도 역시 “Good”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리시네요.

캐스터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코끼리들이 일렬로 승려에게 가서 스님이 걸어주는 꽃 목걸이를 받고 있네요. 스님 앞에 넙죽 엎드리는 코끼리도 보입니다. 아, 상에 차려진 과일은 코끼리 몫이었군요. 수박, 멜론, 코코넛 등 푸짐한 상차림에 코끼리 선수들 신이 난 듯합니다. 너무 욕심부리면서 먹다가 자꾸 과일을 떨어뜨리는데요. 그래도 긴 코를 이용해 멀리 굴러간 과일까지 모조리 먹어치우네요. 응원객들도 코끼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먹이를 코끼리에게 건네면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껏 즐거운 표정입니다.

해설 코끼리 폴로 대회는 지난 2001년에 아난타라 리조트의 부사장인 크리스토퍼 스탠포드에 위해 태국 후아힌에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코끼리는 태국의 국가를 상징하는 동물인데 안타깝게도 1900년 10만여 마리에서 1950년 5천여 마리로 급속히 감소했죠. 현재는 2천5백 마리의 가축화된 코끼리와 1천5백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태국에 서식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소하는 코끼리 보호를 위해 이 대회가 시작되었고 국립 코끼리 협회를 위한 기금모금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죠. 현재까지 대회에서 14만 달러를 모금하여 코끼리를 위한 의료, 환경개선, 복지 등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벗어나 세계 사람들에게 코끼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으로 사라져 가는 코끼리를 홍보하는 자리인 셈이죠. 대회가 시작된 첫해에는 6개 팀이 참가한 이틀간의 작은 이벤트였어요. 하지만 올해는 15개 국에서 12개 팀이 참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했죠. 작년에는 큰 비로 경기가 열리지 못했고 올해가 7회째인데 지난 2006년부터 이곳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로 장소를 옮겨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캐스터 그렇군요. 미처 알지 못한 큰 의미가 담긴 행사였네요. 아, 말씀하시는 동안 개막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난타라 리조트부터 이곳 경기장까지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활기찬 나팔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전통 복장을 갖춘 무희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뒤를 이어서 IBM, 벤츠, 아난타라, 포시즌, 시바스리갈, TAT(태국관광청) 등 각 팀의 복장을 한 태국,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선수들이 코끼리 선수와 함께 등장하네요. 위원님, 코끼리 폴로경기는 어떤 방식으로 펼쳐지게 되나요?

해설 원래 말을 타고 하는 폴로 경기는 4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코끼리 폴로 경기는 3명이 한 팀을 이룹니다. 코끼리와 조련사, 폴로 선수 이렇게 3인 1조가 되어 총 6마리의 코끼리와 12명의 사람들이 경기를 펼치죠. 경기는 말을 타고 하는 폴로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말 대신 코끼리를 타고 폴로 스틱을 이용해 공을 몰아 상대의 골대에 넣어 점수를 얻는 식이죠. 전후반 7분씩 경기하고 15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6회 때는 시바스리갈 스코틀랜드 팀이 우승했는데 올해의 우승자는 누가 될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캐스터 개막식 경기로는 독일과 인도 드림팀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주황색 복장이 독일, 녹색 복장이 인도 팀인데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이 대회가 열리는 장소인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를 살펴보죠. 현장에 나가 있는 케이 리포터를 연결합니다. 케이 리포터!

리포터 네. 입구의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이 반기는 이곳은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입니다. 현재 모든 투숙객이 코끼리 폴로 경기장에 나가 있어서 리조트는 한가한 분위긴데요. 이 틈을 타서 리조트의 구석구석을 보여드리죠.

이곳은 태국 란나 왕조의 분위기와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독특하게 조화시킨 리조트입니다.치앙라이 국제공항에서 약 6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은 2004년에 문을 열었는데요. 메콩 지역 심장부의 언덕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 태국과 라오스, 미얀마 국경의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합니다. 주변으로는 정원과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어 마치 숲 속의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입니다.

객실은 총 77개로 58개의 디럭스룸과 19개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객실에는 유아 침대와 TV, 오디오, 헤어 드라이어, 미니바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인터넷 연결이 가능합니다. 또한 발코니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부대시설 또한 다양합니다. 타이 레스토랑과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으며 150명까지 수용 가능한 2개의 회의실, 5개의 프라이빗 룸을 갖춘 스파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파에서는 타이 마사지와 아로마 마사지, 풋 마사지 등으로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죠. 또한 리조트에서는 쿠킹 클래스와 요가 클래스를 열고 있어 태국 음식을 배우거나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정신을 맑게 하고 몸의 원기를 회복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영장과 자쿠지에서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늦은 저녁 로컬밴드의 공연과 함께 바에서 마시는 와인 한잔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내기에 좋습니다. 특히 이 리조트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코끼리 캠프인데요. 바로 현재 코끼리 폴로 경기가 열리고 있는 장소입니다. 폴로 경기가 없을 때는 코끼리 캠프에서 어린 코끼리들이 목욕을 하고 숲을 거니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코끼리 등에 타고 숲을 한 바퀴 도는 코끼리 트레킹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24시 룸 서비스, 버틀러 서비스, 우편 서비스, 의료진 출동 서비스 등 리조트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준비하고 있는 이곳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태국의 고건축 디자인, 그리고 최고급 서비스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있어 바쁜 도심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편안하고 아늑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휴식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난타라 리조트에서 케이였습니다.

캐스터 드디어 오늘이 2008 킹스컵 코끼리 폴로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결승전 날입니다! 지난 6일간 선수들 참 숨 가쁘게 달려왔죠. 총 12개 팀이 3개의 조로 나뉘어 조별 경기를 펼치고 각 조에서 우승한 팀이 다시 경기를 펼치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는데요. 안타깝게 탈락한 팀도 많았어요.

해설 네. 그렇습니다. 올해 처음 코끼리 폴로 대회에 출전한 스페인팀의 한 선수는 수려한 외모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처음이다 보니 서투른 부분이 많았죠. 내년을 기대해 봐야겠네요. 여성팀의 경기도 대단했어요. 그 패기와 열정이 남성팀 못지 않았죠. 내년에는 여성팀도 정식 리그가 구성되면 좋을 텐데요.

캐스터 아! 말씀드리는 순간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결승전에는 재작년 우승팀인 시바스리갈과 메르세데스 벤츠팀이 올랐는데요. 결승전은 두 번의 경기가 펼쳐지죠. 좀 전에 치러진 첫 번째 경기에서 6대 4로 시바스리갈이 2점 앞선 채로 끝났거든요. 두 번째 경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해설 유력한 우승 후보인 두 팀이 만났으니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지겠군요. 첫 번째 경기에서는 벤츠팀이 주춤했는데 벤츠팀의 굳었던 몸이 조금씩 풀리고 있어요. 코끼리와 조련사, 그리고 선수가 한 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코끼리 폴로에서는 이들의 삼박자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아! 벤츠팀의 2번 선수 골문으로 볼을 빠르게 몰고가고 있습니다. 골문이 비어 있어요. 그렇죠. 1번 선수에게 정확하게 패스, 슛~! 벤츠팀 가볍게 첫 골 성공입니다. 겨우 세 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폴로 경기 선수들은 특정한 위치에서 맡은 역할이 있어요. 각 위치는 번호로 정해져 있는데 1번은 골을 넣는 일을, 2번은 볼을 몰고가는 책임을 지고 3번은 수비를 담당하는 선수로 골문을 지키며 상대 선수의 득점을 막아내죠.

캐스터 1점 차로 시바스리갈팀이 앞서는 가운데, 아! 벤츠팀 다시 한번 골인입니다. 미처 막아낼 새도 없이 바로 골문을 흔드네요. 아쉬워하는 시바스리갈팀. 6대 6 동점입니다. 막상막하입니다. 코끼리 발에 한 번 밟히면 가루가 되어 버릴 것 같은 작은 폴로 공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코끼리들의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하네요. 이제 전반전이 약 2분 남았는데요.

해설 시바스리갈팀 좀처럼 자신들의 골문 앞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아! 이때 시바시리갈 2번 선수 볼을 몰고 중앙으로 달려옵니다. 빠릅니다.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질 못하고 있어요. 쳤습니다! 골인~! 골인이에요. 그라운드 한 가운에서 친 볼이 벤츠팀 3번 코끼리 선수 다리를 그대로 지나 골인했습니다.

캐스터 15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시바스리갈팀이 먼저 볼을 잡았는데요. 아~ 바로 뺏기고 마네요. 벤츠팀 3번 선수 2번 선수에게 볼을 패스하고, 2번 선수 볼을 몰고 갑니다. 시바스리갈 3번 선수 공을 쳐 내는데요. 공은 다시 시바스리갈에게로, 아니 다시 벤츠팀에게 갔네요. 작은 공이 코끼리 몸에 가려서 중계석에서 보기에도 조금 힘이 드는군요. 하하하.

해설 골문 앞에서 다섯 마리의 코끼리 선수가 뒤엉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바스리갈 3번 선수, 필사적으로 볼을 막아내고 있어요. 저 선수가 현재 코끼리 폴로 대회 위원장이거든요. 올해 66세인데 참 대단한 체력 아닙니까? 아~ 결국 벤츠팀 2번 선수의 젊은 패기에 골문을 내어주었네요. 7대 7 다시 동점입니다.

해설 하하! 저 사람들은 코끼리 폴로 경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죠. 바로 경기 도중에 큰 볼일을 보는 코끼리의 배설물을 치우는 사람들입니다. 저렇게 장갑을 끼고 통을 든 채로 경기장 밖에서 항시 대기하고 있다가 코끼리가 실례를 하면 출동을 하는 거죠. 저분들이 없으면 경기장이 온통… 어휴~

캐스터 그렇군요. 하하하. 순식간에 시바스리갈이 두 골, 벤츠팀이 한 골을 넣으면서 8대 9로 벤츠팀이 한점 앞서고 있네요. 벤츠팀의 역전입니다. 이제 시간이 2분 10초가량 남았는데요. 시바스리갈 다시 역전할 수 있을까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벤츠팀 1번 선수 중거리 슛~! 슛 골인입니다! 대단한데요. 그라운드 한 가운데서 ‘탁’ 소리를 내며 친 볼이 세 마리 코끼리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 골인이네요. 8대 10입니다. 바로 다시 단독 찬스 얻은 벤츠팀의 2번 선수 볼을 몰고 갑니다. 가볍게 슛~ 골인! 남은 시간은 3초. 네~! 8대 11로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립니다. 벤츠팀 승리입니다!

해설 네, 결국 시바스리갈의 2연승 도전이 무너지고 벤츠팀에게 우승자리를 내어주었네요. 벤츠팀 두 형제의 환상의 호흡과 거침없는 공격이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벤츠팀 세선수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네요. 하하, 저것 보세요. 골문 앞을 지키던 벤츠팀의 3번 코끼리도 코를 하늘로 올리면서 기뻐하네요. 이제 곧 시상식이 열릴 텐데요. 우승팀에게는 우승 트로피가, 그리고 10위부터 2위까지 모든 팀에게는 작은 코끼리 상이 선물로 주어 집니다. 일주일 동안 경기에 참여한 모든 코끼리 선수와 폴로 선수들, 조련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네요. 승패를 떠나서 모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화기애애한 모습입니다. 보기 좋아요.

캐스터 네, 그렇네요. 코끼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켜보는 이들에게까지 전해지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2008 킹스컵 코끼리 폴로 대회 경기를 보내드렸습니다. 벤츠가 11대 8로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중계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난타라 골든트라이앵글 리조트에서 해설에 코폴 위원, 캐스터에 모모였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더 멋진 선수가 되어 가는 코끼리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컵쿤 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