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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휴식 그리고 구이저우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8-05-06 오후 1:57:13

The story of Guizhou

자연, 휴식 그리고 구이저우

‘헉! 헉!’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애써 참아내면서 산꼭대기에 오르는 동안 그 거친 숨소리에

대한 후회는 없다. 다리가 천근만근이 되면 잠시 쉬어가면 그뿐,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다.

저 높은 곳에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줄 상쾌한 공기와 달콤한 휴식, 그리고 누구도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있으니까. 지금 중국이 숨겨놓은 대자연으로 간다.

글 한미영 기자 | 사진 박진희 기자 | 취재협찬 중국 국가여유국 02-773-0393 www.cnto.or.kr

척박하게만 보이는 검은 땅 위에는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산을 깎아 일군 층층의 계단식 밭은 봄이면 노란 생명이 사람들에게 삶의 이유를 제공하고,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작물에게 터전을 내어준다. 본격적인 구이저우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그곳의 경치에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온 동네를 둘러싼 구이저우의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우리나라와 같이 푸른 산맥이 이어지지도 않았고, 눈부신 파도가 부서지는 것도 아니다. 하루 종일 화사한 햇빛은 찾아보기 힘들고 밤이면 촉촉한 비가 내리는 이 땅에는 검은 산과 그 위에서 위태로이 버티고 있는 푸른 나무가 강인한 인상을 남긴다. 구이저우는 초(楚)나라 때부터 검중지지(黔中之地)라 불리었다. 땅이 검은색을 띠어 지금도 첸성(黔省)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 세계에서 카르스트 지형이 가장 넓게 분포한 구이저우는 특별히 큰 산맥은 없지만 고원 자체가 하천에 의해 오래도록 침식된 까닭에 지형의 기복이 심하다. 이런 기이하고 신비로운 고원의 경치는 ‘푸른 카르스트 왕국’이라는 별명을 안겨주었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소박하고 순수한 소수민족 문화가 살아 숨쉬는 다채로운 구이저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장지아제가 부럽지 않아!

장지아제(張家界)가 국내외 여행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산수화를 감상하는듯한 환경 덕분이다. 3천 개의 산봉우리와 8백 개의 계곡이 굽이굽이 휘감아 흐르는 그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 대한 어떠한 이의제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구이저우에 장지아제가 부럽지 않을 경관이 펼쳐진다면 잠시나마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어느 곳으로 길을 잡을지 말이다.

구이저우 최서단인 싱이(興義)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1만 개의 봉우리가 모여 숲을 이루고 있다는 만펑린(萬峰林) 풍경구가 나온다. 실제 봉우리가 1만 개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병풍처럼 둘러싼 봉우리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부이족 여성들의 박력 넘치는 사자춤과 8가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팔음좌창(八音座唱)의 흥겨운 손님맞이를 받으며 만펑린 풍경구에 들어섰다. 수억 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수차례의 지각변동으로 수천 개의 원추형 산봉우리가 솟아나 지금의 형태를 이루었다. 길이 200킬로미터, 너비 30~50킬로미터인 좁고 긴 지형의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카르스트 분포 지역이다. 빗물에 의한 침식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각 봉우리마다 가진 가지각색의 형태가 다양한 재미를 준다. 긴 머리 여인의 형상, 상어 모양의 봉우리 등 기이한 형상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도 주목받는 봉우리는 따로 있으니 6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모여 있는 다순펑(大順峰)이 그것. 점점 순조로워진다는 의미의 ‘리우리우다순(六六大順)’ 이라는 말에 따라 6개의 봉우리를 이렇게 부른단다.

자욱한 안개로 희미해진 풍경에 검은 산봉우리가 그려내는 수묵담채화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있는 사이 봉우리 아래쪽으로 펼쳐진 넓은 밭에 시선이 꽂혔다. 부이족(布依族)이 터를 일구고 살아가는 마을을 둘러싸고 달 모양의 일월전, 팔괘 모양의 팔괘전 등이 펼쳐진다.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웅덩이 주변에 작물을 심었던 것이 점점 규모가 커져 팔각형의 독특한 형태를 이루었다. 중국 사람들은 중국 도가 사상의 ‘음양도’를 하늘이 선물한 것이라며, 감탄해마지 않았다. 그런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신비로운 산수화임에는 틀림 없다.

만펑린의 신비로운 풍경을 뒤고 하고 지질구조운동이 만들어낸 걸작으로 향했다. ‘지구상의 가장 아름다운 상처’라 불리는 마링허협곡(馬靈河峽谷)이다. 지각운동으로 땅이 솟아오르고 강물이 급히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진 한 갈래의 하늘 고랑과 땅의 틈이다. 장장 74킬로미터의 대협곡 안에는 백여 갈래의 폭포가 흘러내리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야생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기다란 협곡을 따라 거닐며 예쁜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작은 폭포 줄기의 질투 어린 물벼락을 조심할 것!

아시아 최대의 폭포를 찾아서

구이저우 사람들에게 구이저우 제일의 관광 명소를 꼽으라는 질문을 하자 단연 황궈수폭포(黃果樹瀑布)를 꼽는다. 높이 74미터, 폭 81미터의 거대한 폭포는 ‘아시아 최대, 세계 네번째’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폭포 근처에만 가도 울려 퍼지는 시원스러운 물소리와 물안개가 여행객을 맞아준다. 폭포의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물안개도 더욱 자욱해진다. 비가 한번 오고 나면 거대한 폭포가 진가를 발휘한다. 나흘 동안은 어마어마한 수량의 폭포수가 떨어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물안개도 6킬로미터 거리에 이는 황궈수 마을까지 날아간다니 그 위용을 짐작할만하다.

여행계의 대선배로 불리는 명나라 여행가 서하객(徐霞客)이 황궈수에 대해 남긴 말이 있다. “진주를 두드리고 옥을 깨뜨리듯이 물방울들이 마구 튀는데 물안개들이 하늘에 솟아나기에 참 굉장한 장관이다.”라는 극찬이다. 그 덕분인지 물안개 가득한 황궈수의 위용을 담기 위해, 소중한 추억의 한 조각을 장식하기 위해 사람들은 바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 사람들은 이곳이 몇 년 전에 축구 선수 박지성이 등장했던 맥주 CF의 배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황궈수에서 서유기의 손오공이 수련을 했다는 수렴동에 직접 들어가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아쉬움을 용궁이라는 이름의 석회동굴 롱궁(龍宮)에서 채웠다. 중국 최장의 석회동굴은 한 조각 나룻배를 타고 동굴 탐험을 할 수 있다. 테마파크의 동굴 탐험을 나서는 듯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뱃사공과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지상의 천당, 롱궁 탐험을 시작했다. 기암괴석에 형형색색의 조명 장치를 해두고 각각의 돌덩이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붙였다. 용궁의 사신인 거북이 형상, 아기 용의 집인데 지금은 잠시 집을 비웠다거나 하는 식이다.

총 15킬로미터 중 5킬로미터 정도가 관광을 위해 개발되었으며, 용궁 전체는 27개의 산 봉우리 아래를 관통한다. 5개의 진입구와 출구가 있고, 꽤나 규모가 큰 동굴 폭포, 용문비폭(龍門飛瀑)도 굉음을 내며 쏟아진다. 이곳은 한 여름에도 선선하고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는데다 공기 중 산소 함량이 매우 높아 ‘천연 에어컨’이라 불린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산소 함량을 포함한 대기 품질이 가장 좋은 곳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한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1년씩은 젊어진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여행, 피서, 그리고 휴양에 안성맞춤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신비로운 풍경과 마음 깊숙한 곳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편안함은 대자연이 주는 휴식일 테다.

박스기사1

Liquid 세계적인 명주 마오타이주

‘술 좀 마신다’ 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마오타이주(矛臺酒). 세계적인 명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마오타이주의 고향이 바로 물이 좋기로 소문난 구이저우다. 마오타이주의 명성이 드높아지게 된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에 출전한 마오타이는 볼품 없는 하얀 도자기에 담겨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단다. 이에대한 묘책으로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서 술병을 일부러 깨뜨렸는데, 그 진한 향기가 그윽히 퍼지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더라는 것이다. 결국 마오타이가 금상을 차지하며 세계 3대 명주에 들었고, 현재는 중요한 귀빈 접대 자리에서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고 있다.

마오타이 특유의 향긋함에 50도는 훌쩍 넘어버리는 알코올 도수 정도는 잊혀진다. 특히나 느끼한 중국 음식을 먹을 때는 입안에 감도는 느끼함과 위장의 더부룩함까지 말끔히 날려준다. 중국 음식점에서 저렴한 이과두주만 마시다가 향긋한 마오타이를 만나 그 진한 맛과 향에 취하고픈 기쁜 마음는 알겠으나 한번에 많은 양을 마시는 것은 금물. 아무리 좋은 술이라고는 해도 독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아주 작은 잔에 조금씩만 마시는 것이 좋다. 자칫 중국 사람들의 첨잔 문화와 ‘간베이(乾杯, 잔을 말린다는 뜻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원샷 정도가 된다)’ 문화에 말리다 보면 집으로 돌아갈 길을 기약할 수 없으니 말이다. 가짜도 많이 유통되고 있으니 구입 시 주의할 것.

박스기사2

Performance 신비하고 다채로운 소수민족 문화여행

다채로운 구이저우(多彩貴州風)

구이저우는 중국 내에서도 소수민족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먀오족, 동족, 부이족 등 소수민족이 한족과 거의 동등한 비율을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독특하면서도 풍요로운 소수민족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구이저우성에서 자체 개발한 소수민족 문화 특별 공연이 주목을 끈다.

다채로운 구이저우(多彩貴州風, Colorful Guizhou)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전통가무를 공연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던 학생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아름다운 구이저우’가 자신의 고향이라며 고향 마을을 향해 떠난다. 고원의 도시로 가는 동안 구이저우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서는 소수민족의 생활과 오락 등을 노래와 춤으로 풀어낸다. 토가족은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자신의 역사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족의 젊은 연인은 서로의 뜨거운 사랑을 노래한다.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노래,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한 젊은이들의 박력있는 가무, 바람결에 흔들리는 여인네의 마음도 몰래 속삭인다. 먀오족, 동족, 부이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의 복식과 전통 가무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독특한 극의 특징으로 중국의 산골짜기로 찾아가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을 지녔다. 사실 공연을 보기 위해 구이저우대극장(貴州大劇院)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 독특함에 매료되어 공연이 진행되는 약 1시간 정도의 공연 시간동안 완전 몰입했지만 말이다.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소수민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공연은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특별 공연을 펼쳤다.

상설 공연이 아니므로 공연이 보고 싶다면 사전 문의를 통해 반드시 공연 시간과 장소를 확인해야 한다. 영어와 중국어 자막이 제공되며, 가격은 좌석의 등급에 따라 120~380RMB.

문의 다채로운 구이저우 +86-851-5805084 www.dcgz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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