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패스 :: 1등 글로벌 호텔예약

다리 왕국이 있던 그곳에는

이름: 관리자 ㅣ 작성일 : 2008-12-04 오전 11:57:56

다리 왕국이 있던 그곳에는….

중국 속담 중 `중국의 백 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로, 천년을 보려면 베이징으로, 3천 년을 보려면 시안으로, 5천 년을 보려면 허난을 가봐야 한다(一百年歷史看上海，一千年歷史看北京，三千年歷史看西安，五千年歷史看河南)`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자연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정답은 윈난성이다. 글 한미영 기자 | 사진 문유선 기자 |

윈난성은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땅인가 보다.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생활 문화가 자꾸만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푸른 숲이 울창하다가도 한 굽이만 돌아서면 커다란 돌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자꾸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윈난성의 매력 덕분에 다리(大理) 왕국으로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굽이 굽이 산길을 돌아 리장(麗江)에서 다리로 넘어가는 동안 왠지 모를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자동차 바퀴 아래로는 깎아 지르는 듯한 절벽이지만 그 멀리로 민가에서 밝힌 불빛만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 아니 쏟아질 듯 폭발하는 별빛을 받으며 우주 공간에 붕 떠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져있었다. 행운이 내게로 달려들 것만 같은 들뜸이 다리로 가는 내내 함께했다.

다리 왕국의 옛터

깊은 밤 산 비탈길을 달려 다리로 들어섰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숲의 푸른 빛보다는 돌의 검은 빛이 공기 중에 가득한 것 같다. 머리에 하얀 모자를 살짝 걸친 창산(蒼山)과 바다만큼이나 넓은 얼하이호수 사이에 위치한 다리는 물도 많고 땅도 비옥해 넓은 평야와 민가가 분포한다. 또한 창산에서 세계적인 대리석이 생산되어 쿤밍, 미얀마, 티베트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상업도시로 발전했다. 대리석이라는 이름이 이곳의 지명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검은 빛 도는 도시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검은 돌을 이용해 길게 이어진 다리고성은 언제나 생기가 넘친다. 창산에서 얼하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고성을 따라 이어진 수로를 힘차게 흘러 내려가고 그 위에는 순박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다리 곳곳의 모든 길은 결국 고성으로 통하기 때문에 길을 잃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벤치에 잠시 앉아 꽃을 파는 아주머니, 잠시 마실 나온 바이족(白族) 할머니들과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호수 속 용을 잠재우는 세 개의 탑

다리의 상징이라고 하면 역시 충성사(崇聖寺) 삼탑(三塔)이다. 가운데 가장 크고 높은 탑은 높이 69.13미터로 사각 형태의 16층탑이다. 그로부터 좌우로 각 70미터 거리에 43미터 정도의 팔각 10층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세 개의 탑 중 가운데의 쳰쉰탑(千尋塔)은 크기가 클 뿐 아니라 층마다 자리한 감실(龕室, 석굴 고분 등의 벽 가운데를 깊이 파서 석불을 안치한 곳)에 대리석으로 조각한 불상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 세 개의 탑이 당나라 도읍이었던 시안의 다옌탑(大雁塔), 샤오옌탑(小雁塔)과 닮아 있었다. 삼탑은 당 중기인 853년부터 이 지역을 지키고 있었는데, 중국 역사를 논할 때 당나라 중기이면 이 지역에는 바이족의 난자오왕국(南詔王國)이 굳건히 그 문화를 지키고 있을 시기다. 해발고도 2,086미터 고지에서 난자오왕국, 다리왕국(大理王國)의 도읍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다리는 3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윈난성에서 가장 오래된 고도이자 작지만 강한 나라의 후손인 바이족의 터전이다. 그런데 이곳에 당나라의 불교 문화와 비슷한 형태의 탑이 있다는 것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말씀. 불교가 유행하던 당나라가 다리를 통제하기 위해 문화적 침투를 감행했다는 증거가 바로 삼탑인 것이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탑은 충성사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뒤 복원한 새 건물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튼튼하게 세워진 것인지 알 수 있다. 다리 지역은 워낙 지진이 잘 일어나는 지역이어서 옛날 이곳 사람들은 얼하이 호수에 용이 살아서 물 속에서 꿈틀하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탑을 세우고 안전을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삼탑을 지나 충성사로 들어서니 해발 4,129미터에 19개의 봉우리가 이어진 창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황금색 지붕이 반짝반짝 빛난다. 정면으로는 성벽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다리 고성과 바다만큼 시원하게 펼쳐진 얼하이 호수가 여유로운 다리의 풍경을 마무리한다.

얼하이 1호를 타고 떠나는 호수 여행

다리시는 창산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정면으로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안고 있는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풍수지리학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다리에 딱 내리고 나면 ‘좋구나’하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지경이다. 대리석(大理石)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고 해도 평지가 많고 농토가 비옥해 먹을 것이 풍부함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수천 년 동안 자기만의 독립 왕국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헷갈릴 만큼 넓은 얼하이 호수는 천만년 전에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눈이 쌓여있던 땅이 융기하고 그 눈이 녹아 해발 2,000미터 지점에 거대한 호수를 이루었다. 중국에서 7번째로 넓은 호수라는 얼하이호의 면적은 250평방킬로미터다. 사람의 귀 모양을 닮았다는 이 호수에서 유람선 탑승은 필수 코스다. 하루에 4차례 출발하는 유람선은 4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얼하이호를 돈다. 취재팀의 호수 여행을 책임질 얼하이 1호에 올라서자 다리족에 많이 분포하는 바이족과 리족(黎族)의 전통 의상을 갖춘 젊은이들이 민속 음악 퍼포먼스로 탑승객을 맞이한다. 이들은 유람선이 얼하이를 가로지르는 동안 새로운 모습으로 민속 공연을 펼친다.

사실 유람선을 탑승한 후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단순히 주변 경치를 둘러보거나 식사 정도를 하는 지금까지 타본 유람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내부가 모두 룸 타입으로 되어 있었는데 출발과 동시에 시작된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말이다.

호수 여행을 하는 동안 얼하이호에 떠 있는 섬에 잠시 정박한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은 난자오펑징도(南詔風情島). 마치 열대 바다 위의 어느 섬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곳은 다리국의 왕들이 별장으로 이용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배에서 잠시 내려 해변과 해수욕장을 만끽하기도 하고 다리의 각 마을에서 모시는 신들이 한자리에 모인 바이족 문화광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바이족 전통의 건축 양식에 금 장식을 두른 전통 가옥에서 일일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이곳의 풍경이 1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으로는 아쉬워 이 섬에 유일한 호텔에 묵으며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바람과 구름, 꽃과 달

긴 유람을 마치고 선착장에 내리면 멀지 않은 곳에 나비 샘이라는 예쁜 이름의 후디에천(蝴蝶泉)이 나타난다. 크지 않은 작은 샘에는 바이족의 아름다운 여인과 청년에 관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진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여자를 탐내는 지방의 영주를 피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샘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이윽고 샘에서 한 쌍의 나비가 나타났고 후에는 여러 무리의 나비가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샘 위쪽에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이 나무에 잎이 나면 향기로운 냄새가 퍼져 나비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나무에 잔뜩 붙은 나비가 나뭇잎보다 많아 나비 나무라는 별명이 붙었다.

후디에천에 손을 씻으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있어서 너도나도 샘물에 손을 담그기 바쁘다. 덩달아 샘물에 손을 씻어보았는데 여름에도 꽤 차갑다. 샘 주변에서는 바이족 의상을 빌려 주므로 기념촬영도 가능하다.

다리는 평생 동안 가보지 않으면 안 되는 곳(一生不能不到的地方)이라고 한다. 바람과 구름, 꽃과 달은 바이족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천 년의 고도 다리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연과 자원이 풍부한 고도의 평화로운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채용문의

고객 건의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