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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으로 인해 쌓인 피로도, 온종일 노느라(?) 바닥난 체력도 태국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섬세한 손길에 한두 시간만 몸을 맡기고 나면 상쾌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니까. 여기에 몸의 피로뿐 아니라 피부 미용까지 책임지는 스파는 현대인의 지친 마음마저도 위로해 준다. 몸과 마음의 완벽한 휴식이 이뤄지는 공간,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취재를 위한 여행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놀러 가는 것이 아닌 엄연한 일이고, 그래서 빠듯한 일정 속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밤늦도록 다니느라 눈 밑에 다크서클이 점점 영역을 넓혀가곤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안고 떠나는 출장임에도 태국으로 가는 길은 늘 설렌다. 맛깔스런 음식과 다채로운 도시의 매력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이곳에는 고요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나른함을 만끽할 수 있는 마사지와 스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저렴한 여행을 원한다면 스파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만족도 만큼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 한번쯤 자신을 위해서 과감한 투자를 해보는 건 어떨까? 온전한 휴식을 완성할 수 있는 방콕의 마사지와 스파 명소를 소개한다.

방콕의 교통체증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출근 시간도 아닌데 도로 위는 여전히 차들로 빽빽하다. 덕분에 예상시간을 훌쩍 넘기고 잔뜩 찌푸린 얼굴로 오아시스 스파(The Oasis Spa)의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그 순간 조금 전의 짜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오고 나무가 우거진 정원, 그 안에 자리 잡은 하얀 벽으로 꾸며진 아늑한 외관이 도무지 방콕 시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방콕 수쿰윗(Sukhumvit) 도로에 자리한 오아시스 스파는 이름 그대로 도심 속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곳이다. 6년 전 치앙마이에서 시작돼 2007년 1월에 방콕에 문을 열었으며 현재는 치앙마이에 두 곳, 푸켓, 파타야, 방콕 이렇게 태국에 총 5개의 체인을 가지고 있다. 그윽한 분위기에 취해 내부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허브향이 코끝을 찌르며 완벽한 휴식의 공간에 들어섰음을 느끼게 한다.

오아시스 스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사지 코스는 ‘오아시스 포 핸즈 마사지(Oasis Four Hands Massage)’. 이름 그대로 두 명의 테라피스트가 동시에 네 손바닥을 이용해 마사지를 해주는 것으로 효과 또한 두 배로 만끽할 수 있다. 따뜻한 허브오일을 몸에 바르고 나면 마사지를 시작하는데, 두 손을 포개고 마사지를 할 땐 마치 한 사람이 하듯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한 사람은 목과 머리부분을, 또 한 사람은 다리를 마사지할 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세포가 동시에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그러다 편안함에 취해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마사지를 마치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개운함에 절로 미소가 감돈다. 오아시스 스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야외에 샤워장과 욕조를 마련해 두었는데,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즐기는 샤워도 상쾌함을 더한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킹 오브 오아시스(King of Oasis)’ 와 ‘퀸 오브 오아시스(Queen of Oasis)’도 대표적인 메뉴이며 최근 새롭게 선보인, 순수한 금이 함유된 오일 마사지와 포 핸즈 마사지를 함께 받을 수 있는 ‘골든 란나 마사지(Golden Lanna Massage)’도 인기다.

연꽃이 피어 있는 연못 주변으로 울창한 정원이 있고, 그 안에 나무로 지어진 아담한 집이 세워져 있다. 마치 숲 속에 마련된 나만의 별장처럼, 외부의 소음과 완벽히 차단된 채 조심스레 들려오는 나무 마룻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정겨움을 준다. BTS 프롬퐁(Phrom Phong)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자리한 디와나 너처 스파(Divana Nurture Spa)는 외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자연 속의 편안함을 표방하는 곳이다. 목가적인 전원주택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스파 건물은 아니나다를까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라고. ‘사랑의 열정(Passion of Love)’이라는 디와나의 뜻처럼 로맨틱한 장미 향이 진하게 배어나는 이곳에서는 70분 동안 진행되는 태국 전통 스타일의 시얌 센트(Siamese Scent)부터 마사지와 바디 스크럽, 스팀 사우나, 꽃잎과 우유를 섞은 밀크욕이 포함된 300분짜리 풀 데이 스파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바디 스크럽과 아로마테라피에 쓰이는 모든 재료는 이곳에서 직접 구입해 제조한 것이다.

부부나 커플이 함께 스파를 받고자 한다면 아유르베딕 젬스 테라피(Ayurvedic Gems Theraphy)를 추천한다. 유럽에서 수입하는 보석 원석을 이용한 스톤 마사지, 오일 마사지, 꿀과 장미꽃잎을 이용한 스크럽, 밀크욕과 스팀샤워 등 총 8가지 코스로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데 온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사지가 끝나고 정원에 자리한 티 하우스에서 맛보는 홈메이드 빵과 쿠키, 간단한 태국식 식사도 일품.

자연을 콘셉트로 한 수쿰윗 35에 자리한 본점 외에 두 개의 지점이 더 있는데 수쿰윗 25에 자리한 디와나 마사지 앤 스파(Divana Massage & Spa)는 야외 정원에서의 마사지를 제공하는 등 내추럴한 느낌을 강조한 곳이며 통로(Thonglor) 17에 있는 디와나 디바인(Divana Divine)은 시크릭뷰티라는 콘셉트로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통해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스파의 부드러움도 좋지만 태국에서는 역시 꾹꾹 누르는 태국전통마사지를 놓칠 수 없다. 방콕 외곽에 있는 포탈라이 스파(Potalai Spa)는 최대 50명이 한 번에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방콕 최대 규모의 스파로 태국전통마사지의 비법을 전수받은 곳. 넓은 부지에 리조트형으로 지어진 이곳은 입구의 레스토랑을 지나면 리셉션이 나오고 본관과 VIP실을 갖춘 별관이 이어지는데, 내부는 수코타이와 아유타야 시대의 고대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 태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포탈라이 스파의 모든 마사지사는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사지 학교인 왓 포 마사지 스쿨(Wat Po Massage School) 출신의 전문가들로, 왓 포에서 자격증을 받았다고 해도 이곳에서 다시 4개월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몸의 순환이나 흐름 등 신체의 조화와 균형을 배운다. 그래서 만성 피로를 지닌 사람뿐 아니라 디스크나 요통,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 포탈라이의 단골손님.

마사지는 크게 태국전통마사지와 풋 스파, 바디 스파의 세 종류가 있는데 전통을 추구하는 곳이니만큼 태국전통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마사지사가 들어와 다리, 팔, 허리, 어깨, 목, 머리의 순서로 마사지를 해주는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증이 있는 곳을 정확히 집어내 정성들여 근육을 풀어주는 세심함에 절로 감동이 느껴질 정도. 스팀샤워, 검은 참깨를 이용한 스크럽, 오일 마사지, 페이셜 트리트먼트로 이어지는 바디 스파 역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VIP룸은 2명을 위한 공간부터 8명을 위한 공간까지 다양해 커플이 오붓하게 스파를 즐기거나 편안히 마사지를 받으면서 회의를 하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퇴근 후에 마사지를 받으려는 태국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니 관광객은 오전시간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보다 전문화된 시스템을 통해 관리 받고 싶다면 메디컬 스파를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태국의 스파, 아니 병원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태국 병원에서는 건강검진복합센터를 운영,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스파와 마사지,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고객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관리한다. 트라이아(Tria) 역시 외과 수술로 유명한 피야엣(Piyavate) 병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최고급 시설과 의료진을 갖추고 수준 높은 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세련된 4층 건물로 들어서자 넓은 로비와 높은 천장, 심플한 디자인이 고급스러움을 풍기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의 분위기는 스파라기 보다는 호텔을 연상시킨다. 트라이아의 1층에는 개인별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아늑하게 꾸며진 스파룸과 하이드로테라피 풀(Hydrotherapy Pool)이, 2층에는 커플 스파룸과 수영장, 미팅룸, 피트니스룸이 있으며 3층에는 검사실과 첨단 의학 기기를 갖춘 치료실, 침술실 등이 있는 헬스케어 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곳은 약이나 수술 대신 생약 성분의 약초와 스파, 마사지를 통한 자연 치료를 지향하는 만큼 몇 시간짜리부터 몇 주까지, 프로그램만 해도 50여 개에 달하는데,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상담을 하면 적합한 스파를 추천해 준다. 2명의 한국인 의사가 상주하고 있으므로 의사소통 또한 걱정 끝. 쾌적한 환경 속에서 마사지로 시작해 요가, 스트레칭, 수영 등 온종일 이곳의 시설을 이용하고 나면 한결 건강해진 느낌뿐 아니라 마음의 평안까지 얻을 수 있다. 스파를 제외한 수영장, 피트니스룸 같은 시설만 별도로 이용할 수도 있다.

혹시 태국 마사지의 매력에 빠져 마사지사를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꽤나 절차가 복잡할 테니, 직접 마사지사가 되는 건 어떨지. 왓 포 마사지 스쿨은 ‘원조’ 태국 마사지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건물은 허름하기 짝이 없지만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열중하는 모습은 이곳의 명성을 짐작게 한다. 태국 선생님의 동작을 보면서 바닥에 교본을 펼쳐둔 채 서로 짝을 지어 연습 중인 학생들 중에서 유난히 즐거워 보이는 한 남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그는 비즈니스 차 태국에 들렀다가 마사지의 매력에 빠져 이곳까지 오게 됐는데,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라며 웃어 보인다. 프랑스 툴루즈 근처에서 옷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숍을 운영하는 이사벨 씨는 마사지를 배운 뒤 프랑스로 돌아가 가게를 확장할 계획이고, 칸차나부리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태국인 촘푸 송판 씨는 나중에 마사지 숍을 차릴 생각이라고. 저마다 다른 이유, 다른 목표로 시작했지만 배우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또 돌아가서 다른 이들의 피로를 풀어줄 생각에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마사지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다. 기본 코스를 이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외국인은 5일, 태국인은 10일로 총 30시간을 이수하면 자격증이 주어진다. 마사지숍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마사지 스쿨 선생님들이 해주는 마사지인 만큼 그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 단순한 관광이 아닌 여행지에서의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고 부모님께 효자 노릇도 할 수 있으며, 본인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태국에 가면 꼭 마사지를 배워보라고, 옆집 사는 친구를 설득해야겠다는 사심 가득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