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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쇼로 유명한 리도 쇼가 열리는 리도극장 앞에서 초록색 딱지를 붙인 오픈 톱 2층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버스를 탈 때 주는 이어폰을 꽂고 쌀쌀한 파리의 공기를 맞으며 드디어 파리 구경에 나선 것이다. 오픈 투어 버스는 이미 파리 시내의 명물이 되어 파리지앵에게나 여행자에게 즐거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버스안 여행자는 파리의 곳곳에 펼쳐진 카페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파리지앵과 거리를 사진으로 남기기 바빴고, 피사체가 된 파리지앵들은 오픈 투어 버스에 올라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을 일상의 추억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마주 향하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아름다운 파리의 일부로 기억된다. 리도에서 개선문을 한 바퀴 돌아 트로카데로 정원에 멈춰서니 에펠탑(Tour Effel)이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다. 에펠탑이 정면으로 가장 잘 보이는 이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로 했는지 관광객 한 무리가 버스에서 분주히 내린다. 파리의 전경을 한번에 돌아볼 작정으로 그냥 커다란 오픈카 드라이브를 계속 하기로 했다. 다음 코스인 에펠탑 앞 역시 관광객들 차지였다. 들뜬 표정의 사람들이 너무나 커다란 높이와 규모의 에펠탑 전경과 자신의 얼굴을 한 프레임에 담아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아예 땅에 드러누워 사진을 찍기도 한다. 특히나 이곳을 찾을 당시 EU 의장국이었던 프랑스를 상징하기 위해 장식한 노란 원형의 별 무늬를 달고 있었기에 더욱 놓칠 수 없는 전경이었을 것이다.

앵발리드와 화려한 금장식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er III)를 건너 콩코드를 지나 오페라까지 지붕 없는 2층 오픈 카 드라이브는 계속 됐다. 구석구석 다 가보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 많은 장소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꽤 괜찮은 일정이었다. 걸을 수도 있었지만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이 도시의 분위기를 스케치했으니 아껴두었던 에너지는 내일 파리를 떠나기 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집중해야겠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시티 투어 내내 어찌나 바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던지 파리지앵처럼 여유 있어 보이기 위한 전략은 이미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여운서정, 비 내리는 파리의 거리 ‘오픈카’ 2층에 자리잡고 파리의 거리를 내려다보며 무심히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 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아이들, 카페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흐린 날씨도, 비가 내려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흘러가는 파리 일상도(日常圖)를 바라보다 오페라 앞에 모여든 사람들을 목격했다. 뭔가 재미난 구경거리가 벌어지고 있을 듯한 느낌에 버스에서 내려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악기를 둘러메고 나와 연주를 하고, 그 음악에 맞춰 두서없이 춤을 춰댄다. 거리 공연을 펼치는 아이들도, 지나다 관객이 된 이들도 신이 나기는 마찬가지다. 거리 공연을 지나치던 사이, 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비도 피할 겸 잠시 쉬려는 핑계로 카페에 들어섰다. 어둑해진 밤 하늘 아래 촉촉하게 비 내리는 파리의 거리라니. 더구나 향긋한 커피 한잔이 눈 앞에 있으니 더욱 여유롭다. 파리에서의 첫날 밤이자 마지막 밤, 흘러가는 파리의 서정에 기나긴 여운이 남는다.

유유자적, 센 강 유람 지난 밤의 아쉬움은 파리를 떠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조급함으로 다가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파리지앵 틈에 뒤섞여 샹젤리제에 다시 섰다. 조금은 한산한 샹젤리제를 걸어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휘황찬란한 파리 고건축의 사열을 받으며 걷는 동안 목적지가 눈에 보였기에 정확한 거리감 없이 걸었던 것도 있지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에 도착했다. 10년 넘게 근무했다는 직원도 길을 헤매던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와 비너스에게만 살짝 인사하고 돌아서야 했다. 알마 다리 승선장에서 출발하는 바토무슈(Bateaux Mouches)에 오르기 위해서는 걸음을 재촉하는 수밖에 없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 강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센 강 유람이 가장 파리다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 가장 좋다고는 하지만 대낮에 보는 센 강변의 풍경도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시테 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약 1시간의 유람으로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셰 미술관(Musee d’Orsay) 등 강 주변의 건축물과 퐁네프(Pont Neuf)를 포함한 다리 등 파리라는 도시 박물관을 감상하기 충분했다. 물론 강변을 산책하는 모습의 파리지앵이라는 주인공들도 빠지지 않았으니 이방인에게 파리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각인시켜줄 완벽한 영화였다. 느릿한 흐름으로 즐기는 파리의 전경과 함께 센 강의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사는 ‘선상족’들에 대한 부러움도 한 가득 담은 채 아쉬운 파리 유람을 마쳐야만 했다.도시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만족할만한 풍경, 오랜 세월 가꾸어진 찬란한 도시와 파리지앵의 여유로운 삶.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별 달린 프랑스 요리,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 산책, 예술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시간. 결국은 ‘저 파리에 처음 왔어요.’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관광’이었지만 파리를 다시 찾을 때에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표지판을 따라 파리지앵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General

시차 한국보다 8시간 늦다

언어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지만 호텔이나 관공서, 여행 안내소에서는 영어 사용이 가능하다

전압 220V, 50Hz. 2핀 방식에 간혹 접지를 필요로 할 경우 3개의 핀이 있는 플러그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자 프랑스와의 단기체류비자 면제협정에 의해 비자 없이 3개월간 체류할 수 있다.

주의 날치기나 절도가 많은 편이므로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카페의 음료 값은 자리에 따라 달라져, 야외에 나가서 먹으면 원래 가격의 2~3배 정도 비싸다.

Accommodation

호텔 푸케츠 바리에르 Hotel Fouquet’s Barriere

샹젤리제와 조르주생크 거리의 코너, 루이비통 맞은 편에 위치한 호텔 푸케츠 바리에르는 21세기 프랑스 최고의 럭셔리 호텔이다. 에두아르 프랑수와(Edouard Francois)와 쟈크 가르시아(Jacques Garcia)가 합심해 재탄생시킨 이곳은 주옥 같은 공간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소피 마르소, 로렌스 피시번 등 세계적인 영화 감독과 배우가 파리를 찾을 때 단골로 이용하는 호텔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한편, 레스토랑 푸케츠에서 호텔 푸케츠 바리에르가 되기까지 80여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호텔 탄생의 초석이었던 르 푸케츠(Le Fouquet’s)에서는 그 명성에 걸맞게 가장 파리다운 맛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주소 46 Avenue George V 75008 Paris France

문의 +33-140-69-6000 팩스 +33-140-69-6045

홈페이지 www.fouquets-barriere.com

Tip

Hop on & Hop off 파리 오픈 투어 버스

파리 내 명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파리 오픈 투어 버스(Paris L’Open Tour)는 일종의 시티 투어 버스다. 버스가 운행되는 시간 동안은 어느 노선이든 자유롭게 올라타고, 또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파리의 분위기를 느껴보거나, 관광지를 위주로 여행을 할 때 매우 유용하다. 버스를 타면 이어폰을 무료로 나누어 주는데 버스 내에서 각 명소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불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제공한다.

노선은 총 4개. 오베르, 오페라, 루브르 박물관, 퐁네프 다리,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셰, 콩코드, 샹젤리제, 개선문, 에펠탑 등 주요 관광지를 도는 그린 라인은 가장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알짜배기 노선이다. 몽마르트 지역과 본 누벨, 센 강 북부를 도는 옐로 라인, 남부를 도는 블루 라인과, 바스티유 광장을 중심으로 동부 지역을 도는 블루 라인 등이 있다. 각 노선 마다 길이와 소요 시간이 다르며, 그린 라인의 경우 총 2시간 정도 소요, 매 10분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티켓은 파리 시내 관광 안내소나 버스(그린 라인, 옐로 라인)에서 구입 가능하다.

요금 1일 29유로, 2일 32유로(4~11 세 어린이 15유로)

문의 +33-142-66-5656 홈페이지 www.pariscityrama.com